[뉴스토마토 이선율 기자] 카카오 노동조합 크루유니언이 불안한 근무환경 문제 등을 꼬집으며 근무제도 안정화를 요구했는데요. 최근 들어 카카오 외에도 IT·게임업계에선 전반적인 근무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2021년 8월10일 오전 서울 민주노총에서 '판교 IT 사업장 직장 내 괴롭힘 방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발족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는 모습. (사진=이선율기자)
특히 올해는 노동조합 결성 및 가입률 증가 추세가 눈에 띱니다. 통상적으로 노조 가입률은 일방적인 리더십 추진, 내부 소통의 부재가 심해질 때 비례해 증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일례로 카카오의 노조 가입률은 지난 2020년 이후 조합원 1000여명에서 2022년 카카오페이 경영진의 주식 먹튀 이슈를 계기로 조합원이 4000여명까지 증가, 주요 공동체 가입률이 30%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네이버노조의 경우 회사의 부당한 조치가 있을 때마다 꾸준히 공동대응에 나서며 이의를 제기해왔는데요. 네이버 노조에 따르면 총 네이버 본사 직원 약 3500여명 중 최근 노조 가입률은 25~30% 이상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네이버노조는 지난해 12월말 임금 단체 교섭을 사측과 원만히 마무리하면서 이후 직원들과 갈등 양상은 최근까지 빚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앞서 네이버는 지난 2021년 5월 직장내 괴롭힘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직원 사건과 관련해 당시 책임자로 지목된 네이버 최고운영책임자(COO) 사퇴를 이끌어냈는데요. 사측과 오랜 기간 협의를 통해 비슷한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과거에 없던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조항을 새롭게 만드는 등의 성과를 이끌어냈습니다. 또 최근 임단협(임금·단체 협상)에서 네이버노조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사건에 대한 조사결과를 노조에 전달하고, 징계 의견을 청취하도록 하는 등 공정한 조사를 위한 조치가 포함됐습니다.
또 네이버의 계열법인 중 차별대우 문제에 대해서도 5개 계열사가 임금 인상 등에 합의하고 임단협을 공동 체결했습니다. 지난 2021년 10월부터 임단협 교섭을 시작한지 1년 2개월만입니다. 노조 측은 당초 네이버 본사의 인상 수준에 맞춘 10% 인상을 요구했으나 한발 물러나 사측이 제시한 5.7~8.5% 임금제시안을 수용했습니다. 계열사에게도 월 10만원의 근무환경지원비를 신설 혹은 추가지원하는 한편 패밀리데이 월 2시간 도입 등을 계열사에도 적용하기로 한 점도 단체행동을 토대로 얻어낸 결과입니다.
국내 대표 게임사중 한 곳인 넥슨에서도 지난해 6월 전사 출근제 전환 이후 재택근무와 성과급을 놓고 직원들의 불만이 터져나오며 노조 가입률이 증가했습니다. 지난달 초 넥슨 전사 회의에서 역대 최대 매출을 전망한 경영진이 직원들에게 케이크 쿠폰을 나눠준 일이 화근이 됐습니다. 역대 최대 매출 전망에도 보상이 적다는 불만에 이어 재택근무 도입도 하지 않겠다는 발표도 노조 가입률 증가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넥슨 노조 스타팅포인트에는 최근 한달새 300명이 넘는 가입자가 몰렸습니다. 이는 2018년 노조 창립 이래 가장 가파른 증가세입니다.
노조가 결성된 곳들은 불만을 공론화하고, 협상 테이블을 통해 개선해나갈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노조 결정 자체가 이뤄지지 않은 곳이 여전히 많다는 것입니다. 노조가 없는 곳을 중심으로 열악한 근무행태, 권위적 조직문화 등의 문제들이 꾸준히 지적되고 있습니다.
보통 노조가 부재한 곳은 중소업체들이 태반인데요. 비교적 규모가 있는 크래프톤, 네오위즈 등과 같은 게임사의 경우 무노조 경영 체계가 이어져오면서 포괄임금제 근로 문제가 직원들로부터 제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포괄임금제는 근로 형태나 업무 특성상 추가 근무 수당을 정확히 집계할 수 없을 때 수당을 급여에 미리 포함하는 임금 지급 방식을 일컫습니다. 포괄임금을 두더라도 근로시간을 산정할 수 있으면 근로기준법상 수당 기준을 지켜야 하지만 기본적인 수당조차 챙기지 않고 넘어가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포괄임금제가 '공짜 야근', '야근 갑질', '임금 체불'의 주범으로 꼽히면서 손봐야한다는 목소리도 노동계를 중심으로 커지고 있습니다.
오연춘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조직국장은 "노동조합이 있는 지회들은 포괄임금제와 같은 문제는 어느정도 해결됐지만 여전히 IT업계 전반적으로 특히 중소업체들을 중심으로 장시간 근로의 주범으로 꼽히는 포괄임금제 문제가 꾸준히 나타나고 있다"면서 "이에 IT위원회 차원에서도 계속적으로 법안 제도 개선을 해야한다고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업계의 오랜 지적에 정부도 단속에 나섰습니다. 최근 고용노동부는 올해부터 포괄임금제를 오남용하는 사업장을 대상으로 기획감독을 강화한다는 방침을 내놨습니다. 오는 3월까지 소프트웨어 개발업 등 사업장을 대상으로 근로감독 과정에서 사업장의 근로시간 운영실태 등을 집중 점검한다는 계획입니다.
이선율 기자 melod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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