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집은 당무 불개입 원칙…나경원 체급 키운 윤 대통령
원칙 훼손한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 전당대회 판 흔들었다
2023-01-10 16:18:27 2023-01-10 16:34:02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집권 여당 차기 대표를 선출할 국민의힘 3·8 전당대회가 용산 대통령실의 개입으로 혼돈에 빠진 모습입니다. 대통령실이 각종 여론조사 1위인 나경원 전 의원을 연일 저격하고 나섰는데요. 나 전 의원은 10일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전했습니다. 
 
그간 정치권 안팎에선 윤석열 대통령이 '당무 불개입' 원칙을 고수하고 있지만, 사실상 전당대회 교통정리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습니다. 결국 대통령실이 '개입'하면서 스스로 원칙을 뒤집은 셈이 됐는데요. 알고 보면 나 전 의원의 체급을 키워준 것도 윤 대통령이라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때리면 때릴수록 커진 '나경원 존재감'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대통령실과 나 전 의원은 나흘에 걸쳐 신경전을 펼쳤습니다. 지난 5일 나 전 의원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자격으로 기자간담회를 열고 결혼하면 4000만원을 대출해 주고, 출산 시 자녀 수에 따라 주택구입자금 대출 관련 원금을 탕감해주는 '헝가리식 저출생 대책'을 언급했습니다. 그러자 대통령실은 다음날인 6일 안상훈 사회수석 브리핑을 통해 "정부 정책 방향과는 무관하고 오히려 윤석열정부의 관련 정책 기조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공개 반박에 나섰습니다. 
 
이후 나 전 의원은 본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오해를 일으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몸을 낮추면서도 "돈을 준다고 출산을 결심하지는 않으나, 돈 없이 해결되는 저출산 극복은 없다. 그래서 더욱 치열한 논쟁을 거쳐야 할 것"이라며 기존 견해를 고수했는데요. 이에 대통령실은 8일 또다시 나 전 의원을 향해 "대단히 실망스럽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대통령실이 나 전 의원의 전당대회 불출마를 우회 압박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친윤(친윤석열)계에서는 나 전 의원의 당대표 출마 가능성이 높아지는 데 대해 불편한 기색도 숨기지 않고 있는 상황인데요. 
 
'당무 불개입' 훼손한 윤 대통령이 자초
 
윤 대통령은 그간 '당무 불개입' 입장을 강조했지만 여당은 대통령실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모습을 자주 노출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윤 대통령과 악연이 깊은 이준석 전 대표를 쫓아낸 것도 같은 맥락이고요. 윤 대통령과 경선에서 붙었던 유승민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경선에 나서자 윤 대통령 측근인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나선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유 전 의원이 전대에 나올 가능성이 점쳐지자 '당원 100% 경선 룰 개정'으로 차단막을 치기도 했지요. 
 
나 전 의원에게 이번 전당대회 '불출마 신호'를 보낸 것도 결국 대통령실이 '개입'했다고 비칠 수 있는데요. 결국 스스로 '당무 불개입' 원칙을 뒤집은 것이고, 이 비판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어 보입니다.
 
이날 사의를 표명한 나 전 의원의 당대표 출마 가능성은 점차 커지고 있는데요. 대통령실 요구에 순응한 이미지를 남기기보다 전당대회 레이스를 완주하는 편이 정치적 위상 강화에 나을뿐더러, 여론조사에서도 선두권을 달리고 있어 기회를 놓치기 어렵다는 평가입니다.
 
당 대표 당선은 총선 공천권을 넘어 대권 주자로 부상할 기회로 여겨지는데요. 결국 이 같은 나 전 의원의 정치적 체급을 키운 것도 사실은 윤 대통령이라는 점이 참 흥미롭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보건복지부·고용노동부·여성가족부·식품의약품안전처·질병관리청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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