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 LG본사 건물(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LG전자가 자동차 전장부문에 집중해 '두 마리 토끼'잡기 전략에 나설 계획이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전장 분야를 새로운 먹거리로 잡고 해당 부문을 키우겠다는 의지를 곳곳에서 드러내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주력 사업이 가전제품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사업다각화 추진이 도리어 기업의 리스크를 고조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실제 LG전자의 가전·TV 부진에 영업이익은 급감했고, 전장 분야는 흑자를 달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전통적인 주력사업인 가전 분야와 전장 분야의 균형을 어떻게 맞추느냐가 관건인데 현재로서는 쉽지 않다는게 업계 중론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066570)는 지난해 4분기 잠정영업이익이 655억원에 그쳐 전년 동기(7453억원)보다 91.2% 급감했다. 4분기 영업이익은 직전 분기(7466억원)와 비교해도 10분의1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폭락했다. LG전자의 분기 영업이익이 1000억원 아래로 내려간 것은 2018년 4분기(757억원) 이후 4년 만이다.
이러한 부진은 가전 사업의 수요 감소와 해외 경쟁 심화에 따른 것이다. LG전자의 사업부문별 세부 실적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증권가에서는 TV부문(HE사업본부)에서 영업손실이 많았던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생활가전(H&A)도 전분기보다 수익성이 떨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그나마 역대 첫 연간 매출액이 80조원을 넘으면서 체면치레를 했다. 하지만 가전제품 성수기임에도 주력사업인 TV와 가전 등에서 수요 침체에 직면하면서 명성에 적잖은 타격을 입게 됐다.
LG전자로서도 사업 다각화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LG전자 역시 미래 먹거리와 관련해 '전장 분야'에 초점을 맞출 계획임을 숨기지 않고 있다. 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 사장은 6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3 기자간담회에서 "전장 사업이 10년 만에 턴어라운드했고 고속도로에 올라갔으니 이제 액셀러레이터를 밟을 일만 남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퍼펙트 스톰이 예상되는 시기이지만 단기적 비용감축이 아니라 불황의 장기화에도 지속적으로 이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사업 체질을 개선해 경쟁력 있는 사업 구조를 만들어 가겠다"고 언급했다.
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 사장(사진=LG전자 제공)
△전장 사업 속도, 기술력 향상은 의문…업계 "LG전자 영업 환경 더 열악해질 것"
LG전자는 전장 부품, 전기차 충전 솔루션 등 전기차 관련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선택과 집중에 따른 부작용 우려가 업계 안팎에서 만만치 않게 제기된다. LG전작의 주력 사업인 TV·가전 등에서 수요 침체와 부진이 현실화된 상황에서 전장 분야로의 포트폴리오를 분산시킬 경우 오히려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업계에선 올 하반기 이후에나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으로 예측하면서 미래 먹거리로 돌파구가 될지 불투명하다는 시각도 상존한다. LG전자가 전장사업 고도화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핵심부품의 기술력이 향상됐는지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있다.
전장 사업이 비교적 선방하는 사이에 상대적으로 전통적 주력산업인 가전 분야의 퇴조가 더해지고 있다는 점도 발등의 불이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LG전자의 주력사업 중 하나인 생활가전과 TV 판매가 소비 위축으로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지난 하반기부터 소비 시장의 위축에 따라 제품 수요가 급감한 것이 확인된 가운데, 2023년에도 소비 시장의 유의미한 반등이 어려워 보이는 상황"이라며 "LG전자의 영업 환경도 더 열악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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