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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대해부)지엔원에너지, 또 자금조달…수상한 리튬 사업①
675억원 자금조달…리튬코리아 인수 소식에 주가 급등
리튬 추출 기술력 의문…"보도내용 사실과 달라"
지엔원에너지와 닮은 꼴…인동첨단소재는 대표 구속
기존 업종 무관한 신사업 진출…"무자본 M&A 등 비정상적 자금거래 유의"
2023-01-10 06:00:00 2023-01-10 09:43:48
[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글로벌 긴축 우려로 인한 고금리 상황이 증시를 급변시키며 테마주 장세가 연일 이어지고 있습니다. 주도주가 소멸되고, 단기 변동성이 확대되며 투자자의 시름이 깊어가는 모습입니다. <뉴스토마토>는 테마주 장세의 바로미터를 제시하기 위해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테마주를 톺아보는 (기업대해부) 코너를 신설해 매주 연재합니다. 투자자 여러분의 올바른 투자판단에 도움이 되길 기대합니다. [편집자주]
 
지난해 국내증시에서 주가상승률 상위를 휩쓸었던 테마는 ‘리튬’이다. 전기차 시대에 하얀 석유라고 불리는 리튬가격이 급등하면서 관련주들의 주가가 고공행진을 했다. 지열냉난방시스템 전문업체인 지엔원에너지(270520)가 리튬테마에 편승한 것도 지난해 11월 경이다. 지엔원에너지는 당시 코스닥 상장사 엔투텍(227950)과 리튬코리아 등에 매각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리튬 테마주로 이름을 올렸다. 
 
리튬 테마를 타면서 지엔원에너지의 주가는 단기간에 급등세를 보였지만, 일각에선 지엔원에너지의 리튬 사업이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볼리비아 리튬광물 개발로 주목을 받았던 K-OTC 상장사 인동첨단소재의 대표가 최근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된 만큼, 리튬 테마주의 투자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675억원 자금조달…리튬코리아 인수 소식에 주가 급등
 
표/뉴스토마토
 
1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엔원에너지는 지난 3일 10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와 250억원의 전환사채(CB) 발행을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자금조달 목적을 정확히 명시하진 않았으나, 사측은 언론 등을 통해 자금조달을 통해 리튬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지엔원에너지는 지난 11월 325억원의 자금을 조달한 데 이어 이번 자금조달까지 총 675억원의 실탄을 마련했다. 
 
지엔원에너지는 지열냉난방시스템과 연료전지사업의 설계 및 시공 기업이다. 최근 매출 부진이 이어지고 있으며, 지난해부터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2019년 연결기준 매출 358억원, 영업이익 32억원을 기록했던 지엔원에너지는 지난 2020년 매출 304억원 영업이익 11억원을 기록하는데 그쳤으며, 2021년에는 매출이 251억원으로 줄었고, 1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작년 3분기 누적 매출과 영업손실은 각각 155억원, 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매출(193억원)이 19.74% 감소했으며, 영업이익(2억원)은 적자전환(-5억원)했다. 
 
재무구조 부실과 사업성 악화가 이어지고 있지만, 리튬코리아 인수 소식에 2000원대 머물던 지엔원에너지의 주가는 고점 기준 7100원까지 치솟으며 3배 넘게 상승했다.
(표=뉴스토마토)
 
리튬 추출 기술력 의문…리튬코리아 사실상 장부 회사
 
급격한 주가상승과 함께 대규모 자금조달이 진행됐지만, 지엔원에너지의 리튬 추출 기술에 대해서는 명확히 검증된 바가 없다.
 
리튬코리아는 수차례 언론보도를 통해 한국지질자원연구원(KIGAM)과 함께 10일 이내에 염수에서 탄산리튬을 고속 추출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혀왔으며, 미국 그레이트 솔트레이크의 염호에서 추출한 탄산리튬을 수산화리튬으로 제조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를 위해 미국 MRI(Mineral Resources International) 기업과 전략적 파트너 계약도 체결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수산화리튬은 부식성이 강해 매우 위엄한 화학물질에 속하며 생산에도 엄격한 과정이 필요하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에 따르면 고품질의 수산화리튬 생산을 위해선 양질의 안정적인 리튬 광산뿐 아니라 생산 노하우도 필요해 탄산리튬보다 생산하기 어렵다. 전 세계적으로 수산화리튬 생산력이 가장 높은 중국(2020년 기준 85% 비중) 역시 리튬 자원 대국(대량 염호 보유)이지만, 고품질 제품의 양산이 어려워 주로 리튬 광석을 수입한 뒤 수산화리튬을 생산하고 있는 실정이다.
 
수산화리튬 추출에는 많은 노하우가 필요하지만 리튬코리아나 지엔원에너지가 이같은 기술을 확보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염수에서 탄산리튬을 고속 추출하는 기술을 보유했다고 알려진 리튬코리아는 과거 영화배급사업을 하던 오렌지옐로우하임이라는 법인이 지난해 10월 사명만 리튬코리아로 바꾼 것이기 때문이다. 오렌지옐로우하임은 지난 2019년까지 사업을 영위했으나 지난 2020년부터 매출액 0원에 사원수 1명인 사실상 장부상 회사다.
 
리튬코리아 "KIGAM·MRI와 기술이전"…KIGAM "사실과 달라"
 
(표=뉴스토마토)
 
리튬코리아가 ‘지질자원연구원과 함께 미국 염호에서 리튬을 추출한다’는 보도도 사실과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리튬코리아는 지난 11월 두차례 걸쳐 “지난 4월부터 KIGAM과 미국 염호 리튬 자원회수 생산 공정개발을 의뢰하는 연구수탁 계약을 체결했다”며 “KIGAM과 손잡고 10일 이내에 염수에서 탄산리튬을 고속 추출하는 기술을 미국 염호에 적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질연구원은 리튬코리아와 공동연구를 추진한 사실이 없었다. 지질연구원이 리튬코리아로부터 ‘미국 염호 리튬자원 회수 공정 개발에 관한 수탁 연구사업’에 수탁사업을 진행했을 뿐 기술 이전이나 공동협력 추진 사실은 없었다는 것. 더구나 해당 연구사업 역시 실제 양산 가능성을 확인하는 것이 아닌 사업의 타당성을 평가하는 조사에 불과했다.
 
KIGAM 관계자는 “리튬코리아와 손잡고 리튬염 추출 관련 기술을 공동 연구를 추진하고 있지 않고 기술 이전 계획도 현재 없다”고 밝혔다. 
 
지엔원에너지가 지열냉난방시스템과 연료전지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연료전지사업 역시 리튬 추출 등의 기술과는 무관하다. 지엔원에너지가 연료전지 제조사들과 MOU를 체결해 가정용·건물용 연료전지(난방설비)를 설계하고 시공하는 수준이다.
 
지엔원에너지가 리튬 직접 추출을 위한 파일럿플랜트(소규모설비) 건설 계약을 체결했다고 알려진 MRI 또한 리튬 추출 사업과는 무관한 기업으로 확인됐다. MRI는 미국에 위치한 비상장 식음료제조 기업으로, 직원 40여명을 둔 가족기업이다. 그레이트 솔트 레이크에서 수확한 미네랄을 사용해 식품 등급의 광물과 미량 원소를 수확, 소금제품과 마그네슘 등 건강보조제를 판매한다.
 
지엔원에너지와 닮은 꼴 '인동첨단소재' 대표 구속
 
지엔원에너지의 주가 흐름과 언론을 통한 대대적 홍보, 잘 알려지지 않은 해외 기업과의 전략적 파트너 계약 체결 등은 K-OTC 상장사 인동첨단소재와도 유사점이 있다.
 
앞서 지난해 11월 인동첨단소재는 무려 130조원 가치를 가진 볼리비아 리튬 조광권을 획득했다고 밝혔다. 당시 K-OTC 상장사 인동첨단소재는 물론 관계사인 탑머티리얼(360070), 인동첨단소재와 MOU를 체결했다고 알려진 한국테크놀로지(053590), 대주주들과 지분 관계가 엮였다고 알려진 기업들까지 주가가 급등했다.
 
그러나 볼리비아리튬공사와 주한볼리비아대사관 이를 부인하자 공방이 이어졌다. 인동첨단소재는 “볼리비아리튬공사와 직접 계약한 것이 아니다”라며 “볼리비아 우유니 소금사막 지역의 리튬 광업권(900만톤)을 보유한 미국 기업 그린에너지글로벌과 계약을 체결했다”고 해명했다.
 
인동첨단소재가 실제로 볼리비아에서 리튬 광업권을 확보했는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그러나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유성운 인동첨단소재 대표는 자본시장법(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된 상황이다. 또 900만톤의 채굴권을 얻었다는 그린에너지의 최대주주와 주요주주 중 상당수가 한국인이거나 한국계 사람으로 확인됐다.
 
인동첨단소재는 재무적으로도 매출부진과 영업손실이 지속되고 있다. 최근 5년간 영업적자와 당기순손실을 했으며, 지난해 3분기 누적으로 매출액은 124억원, 영업적자 117억원을 기록했다.
 
기존 업종 무관한 신사업 진출…"무자본 M&A 등 비정상적 자금거래 유의"
 
전문가들은 최대주주 변경이 빈번하고 기존 업종과 무관한 신규사업 진출과 관련해 대대적인 언론 홍보에 나서는 기업에 대해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기존 업종과 무관한 신규사업 진출과 함께 대규모 자금조달에 나서는 상장사들의 경우 무자본 인수합병(M&A)나 회계부정 등에 휘말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면서 “정보 접근이 어려운 비외감기업이나 조합 등 실체가 불분명한 기업에 사모CB 등을 자주 발행하는 경우 투자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무자본 M&A 추정 기업의 경우 비정상적 자금거래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무자본 M&A 추정기업의 주요 특징으로는 최대주주 실체의 불분명, 기존 업종과 관련 없는 신규 사업 진출, 빈번한 사모 CB 발행, 자금 조달 후 대여금과 선급금 대포 증가 등이 있다”고 밝혔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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