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아파트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뉴스토마토 김현진 기자] 부동산 시장이 침체 국면에 접어들면서 청약만 당첨되면 수억원의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었던 '로또 분양'은 옛말이 됐다. 아파트값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반면 분양가는 높은 수준으로 책정돼 '마이너스 피' 매물까지 등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3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 송파구 오금동에 자리한 '송파 더 플래티넘' 전용면적 65㎡는 최근 13억2140만원에 매물이 등록됐다. 해당 면적대 분양가가 14억원대였던 점을 고려하면 분양가보다 1억3000만원가량 낮은 수준이다.
송파 더 플래티넘은 아남아파트를 리모델링한 단지로 328가구 규모다. 지난 1월 청약을 진행했을 당시 29가구 모집에 7만5382건의 통장이 접수돼 2599 대 1의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또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 전용 84㎡ 입주권은 31억원에 매물로 나오고 있다. 같은 면적대 입주권이 지난해 3월 38억7404만원에 거래됐던 점을 고려하면 1년 새 7억원 이상 저렴해진 셈이다.
서울 강남3구에서도 마이너스 피 매물이 속출하는 상황으로 다른 지역에서도 마이너스 피 매물이 속출하고 있다.
인천 미추홀구 주안동에 자리한 '주안 파크자이 더 플래티넘' 전용 84㎡ 입주권 매물 호가는 5억100만원이다. 같은 면적대 분양가가 5억3000만원 수준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분양가보다 3000만원가량 저렴한 가격이다.
대구의 강남이라 불리는 수성구에 자리한 '수성 푸르지오 리버센트' 전용 84㎡도 분양가는 6억5500만원에 책정됐지만, 최근 6억3500만원에 매물로 나오는 등 입주권 가격이 분양가보다 2000만원가량 저렴하다.
지난해부터 아파트값 하락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분양가는 상대적으로 높게 책정돼 분양권 가격이 분양가보다 내려갔다는 분석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시장에서 미분양이 많이 나오는 것은 분양 가격이 핵심"이라며 "지금 (수요자들의) 구매력이 저하된 상황에서 고분양가로 시장에 나오게 된다면 상품성을 잃어버리게 되고, 이런 것들이 수요자들에게 외면받으면 가격도 자연스럽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전국적으로 마이너스 피 매물이 잇따르는 상황에서 내 집 마련을 원하는 수요자라면 주변 시세보다 떨어진 마이너스 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송 대표는 "마이너스 프리미엄에도 두 가지 종류가 있는데 지금 시세보다도 저렴하게 느껴지는 게 있고 분양가격이 너무 높게 책정돼 주변 시세에 맞춰서 내려가는 게 있다"며 "시세보다 더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마이너스 피 매물이라면 신축이라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메리트가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현진 기자 khj@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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