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도심 모습. (사진=백아란기자)
[뉴스토마토 백아란·김현진 기자] 부동산 전문가들은 새해 아파트값이 평균 5%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글로벌 경제위기와 고금리, 국내경제의 불확실성 등으로 매수 심리가 위축되면서 거래 절벽사태가 지속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급격한 수요 이탈로 인해 부동산 시장이 침체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이같은 흐름이 '올해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내 집 마련을 희망하는 무주택자 등의 경우 고점 대비 30% 이상 하락한 매물과 수도권 3기신도시 청약 등을 통해 기회를 노릴 것을 추천했다.
고금리·경기침체에 부동산 시장 위축 이어져
2일 뉴스토마토가 부동산 전문가 10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문가 37%(기타답변 고려)는 새해 매매시장의 변동률이 5%가량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고금리와 경기침체로 주택 매매시장 거래가 끊기며 매수 수요도 둔화한 까닭이다.
이어 3~4%대와 2~3%대 하락을 점치는 답변은 각각 25%로 나왔고, 1~3%대 떨어질 것이라는 답변은 13%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전세시장 변동률은 5%대 하락과 강보합을 전망하는 목소리가 각각 3명으로 갈렸으며, 3~4%대 하락을 예견하는 전문가 응답률도 22%로 나왔다.
(표=뉴스토마토)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MD상품기획비즈니스학과 교수)는 “매매 전세 모두 5% 정도 하락이 예측된다”면서 “경제위기와 집값 고점에 대한 부담감, 주택공급 증가 등의 요인으로 인해 절벽사태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꼽았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역별로 물건별로 다르겠지만 주택시장 평균으로 보면 5%이상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서울의 경우 아파트 매매는 15% 이상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진단했다.
주택시장의 침체는 올해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의견이 6명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으며 올해 상반기는 2명으로 나왔다. 오는 2025년 이후까지 주택시장 침체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는 응답도 2명에 달했다. 지난해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인해 경기 성장이 둔화되며 수요자들의 구매력이 상당히 감소해 있는 상황으로 금리 인상 기조가 멈춰야 부동산 시장도 회복될 것이란 분석이다.
(표=뉴스토마토)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가격 수준이 상당히 올라와 있고 올해 상반기까지는 다주택자 매도세, 금리 인상 등 현재 시장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요인들이 해결되지 않을 가능성이 더 높지만 올해 하반기에는 데드 캣 바운스가 나타날 수 있다”고 밝혔다.
권영선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에도 주택 가격 하락세는 지속되겠으나 현재의 급격한 하락세는 올해 하반기부터 완화될 것”이라며 “추가적인 금리인상이 멈추고 공시가격 및 세제 등 규제완화 영향으로 상반기 이후 하락폭이 둔화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주택자들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진입하는 시기로 '올해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를 꼽았다. 올해부터 재산세 및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완화되는 등 다주택자에 대한 정부의 패러다임이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어서다.
다주택자, 정부 패러다임 변화에 시장 진입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다주택자들은 투자자이기 때문에 투자 수익률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며 “지금 이들이 집값이 바닥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반면 금리 수준은 높기 때문에 금리가 횡보하거나 안정화돼 안전마진을 확보하는 시기에 시장에 진입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 집 마련에 나서고자 하는 사람에게 추천하는 유망 주택 형태로 청약을 활용한 아파트 매매를 권했다. 윤석열 정부가 무주택자 등 실수요자를 위한 공공분양 공급을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청약 경쟁 축소로 당첨 기회도 확대된 까닭이다. 청약 고려 지역으로는 현 주거지와 수도권 3기 신도시를 선택한 비율이 각각 30%로 많았고, 정비사업지 및 주변과 개발호재 유망지역을 꼽은 전문가는 각각 25%를 기록했다.
미분양 중 알짜 물량을 고르기 위해선 입지와 교통, 학군, 세대수 등이 우수한 곳이 추천됐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최근 분양가에 따라 청약경쟁률이 나눠지고 있는데, 가격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라며 “입지와 교통, 학군, 세대수 등이 우수한 곳도 분양가가 다소 높다는 이유로 미분양이 되기도 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그런 곳을 고려해 보는 것도 좋을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설명했다.
(표=뉴스토마토)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해당 지역 선도아파트 시세 대비 -10%이상의 안전마진이 확보된 미분양 물량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면서 “주택 매매를 고려한다면 급매물 중심으로 부채비율을 키우지 않은 매수해야 한다”라고 지목했다.
송 대표는 또 “전세는 임대인의 상환능력 고려할 필요가 있어 높은 시세대비 높은 전세가는 위험회피를 할 필요가 있다”라며 “급전세 중심으로 선택을 하되 경우에 따라 과감하게 월세를 선택하는 것이 더 안전할 수 있고, 청약은 분양가상한제 대상 단지일지라도 주변시세 변동률 확인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매매, 전세, 청약 등 내집마련에 앞서 자본 여력을 1순위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리인상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레버리지를 일으킬 경우 가계 건전성을 악화시킬 수 있어서다. 아울러 매매를 하지 않을 경우 전세보다 월세에 손을 들어줬다.
미분양 중 알짜물량 골라야…자금여력 1순위 고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역별로 양극화가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내집 마련을 한다면) 무주택자의 경우 시세보다 낮은 가격이 핵심이니 청약이 가장 유리하고 다주택자는 정부정책 변화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지만, 1주택자는 자산여력 내에서 갈아타기가 유리하다”라고 조언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실수요자라면 자금범위 내에서 고점 대비 30% 이상 하락한 급매물 위주로 공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며 “만약 자금 여력이 부족한 수요자라면 바닥 시그널 나올 때까지 대기할 필요가 있다”라고 평가했다.
(표=뉴스토마토)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무주택자라면 청약을 통해 내 집 마련 하는 것이 가장 현명하지만 가점 등의 경쟁력이 낮다면 시세 보다 저렴한 급급매도 매수자 우위 시장에서 좋은 방법”이라며 “분양가가 낮아질 개연성이 적으므로 상한제 등의 가격이 통제된 분양주택에는 적극적인 청약을 권하고, 내 집 마련에 나서기 위한 계약금 등은 별도 여유 자금으로 남겨둘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올해 부동산 시장의 핵심 변수로는 금리와 정책이 지목됐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올해 부동산 시장의 최대 변수는 금리”라며 “일반적으로 금리와 부동산은 반비례 관계로 채권 전문가들은 올해 한국은행이 한 차례 혹은 두 차례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올해 정부가 추가로 부동산 규제를 완화 시 필요한 방안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이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최근 주택 매매 거래가 줄고 분양시장도 악화하는 등 부동산 시장의 부맥경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면서 “올해 거래가 늘면서 주택시장이 안정화되는 것이 중요한데 이를 위해 청약제도를 더 완화하고 미분양 관리지역에 한해서는 취득세 등의 혜택을 주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서진형 교수는 “재산세를 포함한 보유세를 높이고 양도소득세 같은 거래세를 낮추는 등 부동산 조세 제도의 전면적인 개편이 필요하다”며 “LTV 완화만으로 부동산 시장의 경착륙을 막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으로 무주택자나 1주택자 등 실수요자에 대한 대출 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 설문조사에 참여한 부동산 전문가 10인(가나다 순)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 △권영선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MD상품기획비즈니스학과 교수)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
백아란·김현진 기자 alive02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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