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건설·부동산 결산②)PF '돈맥경화' 공포 확산…'악전고투' 건설업계
올해 종합건설업체 5곳 부도…줄도산 우려 확산
자금 경색에 수익성 악화까지…암울한 건설업 전망
"내년이 더 어렵다…못 버티면 끝" 위기감 고조
2022-12-28 06:00:00 2022-12-28 06:00:00
서울의 한 재건축 아파트 신축 현장.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올해 건설업계는 지난 몇 년간의 호황을 뒤로하고 가파른 금리 인상, 레고랜드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자금 경색이 겹치며 유례없는 위기에 봉착했다.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건설사들은 이미 문을 닫았고, 가까스로 버티고 있지만 현금 보유력이 떨어지는 업체들은 줄도산을 우려하고 있다.
 
그럼에도 업계는 이렇다 할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 급속도로 냉각된 부동산 시장, 물가 상승 여파로 수익성이 나날이 악화하면서, 내년 건설업계에 한파가 더욱 거세게 몰아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7일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종합건설업체로 등록된 건설사 5곳이 부도 처리됐다. 부도업체 수는 지난 2017년 17곳에서 지난해 2곳으로 줄었으나 올해 다시 증가했다.
 
건설업 경기를 나타내는 지표도 12여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조사한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BSI)는 지난달 52.5로, 2010년 8월(50.1) 이후 12년 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
 
CBSI가 기준선 100을 하회하면 건설경기를 안 좋게 보는 기업이 더 많다는 의미다.
 
박철한 건산연 연구위원은 "CBSI가 4개월 연속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있는데 그만큼 건설경기가 좋지 않다는 것"이라며 "부동산 PF 부실 우려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가운데 지난달 말 화물연대 총파업으로 인한 건자재 운송 어려움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BSI) 추이. (자료=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사들의 자금 조달 어려움은 레고랜드 사태 여파가 크다. 강원도가 지급 보증을 선 2050억원 규모의 레고랜드 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채무를 못 갚겠다고 하자 채권시장이 요동쳤다. 국가신용등급에 준하는 높은 신용도를 인정받는 지방자치단체의 보증물이 신뢰를 잃으면서 회사채 시장도 얼어붙었다.
  
이는 건설업계의 유동성 위기로 고스란히 이어졌다. 금리 인상 등에 따른 부동산 PF 부실 우려가 대두된 상황에서 올 9월 레고랜드 사태가 터지자 건설업체들은 자금 경색에 시달렸다.
 
일부 지방 건설사는 도산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충남 지역 6위 건설업체인 우석건설이 9월 부도를 낸데 이어 경남의 중견 건설사 동원건설산업은 22억원의 어음결제를 하지 못해 지난달 말 최종 부도 처리됐다. 시공능력평가 10위 안에 속한 대형 건설사의 부도설이 나돌기도 했다.
 
여기에 금융비용 증가와 더불어 시멘트 등 건자잿값 상승으로 건설업체의 수익성은 악화됐다. 부동산 시장까지 차갑게 식으면서 사업성을 담보하기도 어려워졌다.
 
부동산 PF 부실 위험은 건설업 뿐만 아니라 국내 경제 전반을 냉각시키는 트리거가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PF 사태로 말미암은 자금 경색 사태가 아직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현금 보유 상황이 좋지 않은 건설사들의 연쇄 부도는 물론, 이들 업체에 자금 지원한 금융권의 부실이 확대되는 등 산업 전반에 걸친 2차 충격의 발생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내년을 진짜 위기라고 인식하고 있는 건설 업계에도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내년이 더욱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며 "올 하반기부터 본격 시작된 위기는 최소 2년 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 건설사도 예외는 아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대형사 중에서도 자금 여력이 충분한 건설사만 살아남을 수 있다"며 "이번 위기를 버티는 곳은 앞으로 성장을 기대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곳은 뒤처질 수 밖에 없다"고 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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