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아파트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뉴스토마토 김현진 기자] 보유세 부담에 집을 팔려던 다주택자들이 정부의 잇단 규제 완화 정책에 매도 계획을 철회하면서 서울 아파트 매매 매물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26일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매물은 4만9998건으로 전월(5만4999건) 대비 9.1% 줄었다.
서울 아파트 매매 매물은 지난 7월 6만5000여건을 기록한 이후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서울에서 매매 매물이 5만건 밑으로 내려간 것은 지난 4월 이후 8개월 만이다.
서대문구 매매 매물이 1706건으로 전월(1935건) 대비 11.9% 감소하며 서울 내에서도 가장 하락폭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구로구는 같은 기간 2611건에서 2307건으로 11.5% 줄어들며 그 뒤를 이었으며 강남구 매매 매물도 4449건에서 3963건으로 11.0% 감소했다.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부동산 거래가 급격히 줄어들며 가격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집주인들이 내놨던 매물을 회수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또 최근 정부가 세제개편안을 발표함에 따라 내년부터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 부담이 크게 완화되며 당분간 아파트 매매 매물 감소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내년부터 2주택자에 대해 종합부동산세 중과세율(1.2~6.0%) 대신 일반세율(0.5~2.7%)를 적용하기로 했다. 또 2주택자 이상자의 기본공제도 종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상향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내년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2020년 수준으로 낮추고 집값 하락분까지 더해져 내년 공시가격이 올해보다 하향 조정될 전망이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올해 대통령 선거 전까지만 해도 다주택자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았는데 현 정부 들어서는 규제 완화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며 "굳이 지금 팔지 않아도 중과세와 같은 조세 정책이 바뀔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커지고 있어 올해 여름 이후부터 매매 매물이 하락 전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집값이 오른다는 확신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 당장은 금리가 문제고 강남 집값도 내년에는 조금 더 떨어질 수 있어 매매 매물 감소세는 당분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적으로 매매 매물 감소세가 이어지는 상황으로 향후 아파트값 하락세가 둔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잠실동에 자리한 '잠실엘스' 전용면적 84㎡는 지난 10일 21억3000만원에 실거래됐다. 같은 평형대가 지난달 21억원에 거래됐던 점을 고려하면 소폭 상승했다.
김 소장은 "최근 잠실주공5단지나 엘스, 리센츠 등 단지 호가도 상승하는 추세"라며 "지금 아파트값이 대폭 하락한 상황에서 매매 매물까지 줄어든다면 아파트값 하락폭이 조금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현진 기자 khj@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