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보다 비싼 분양가…‘철산자이’ 성공할까?
1주택자가 59㎡형 청약대기 “미달을 기다려”
2022-12-24 02:00:00 2022-12-24 02:00:00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좋은 입지에 높은 분양가. 입지는 그보다 못하지만 낮은 분양가.
 
강동구의 올림픽파크포레온과 강동헤리티지자이가 떠오를 만한 분양이 다음주 청약을 진행한다. 그것도 같은 날, 경기도 광명시 서로 멀지 않은 거리에 위치한 두 정비사업장에서다. 이곳의 분양을 기다린 실수요자들이 많아 그 결과가 주목된다. 
 
2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광명시 철산주공아파트 8단지와 9단지를 재건축한 철산자이더헤리티지(이하 철산자이)와 광명10구역을 재개발하는 광명호반써밋그랜드에비뉴(이하 광명호반써밋)가 26일 특별공급을 시작으로 일반분양에 나선다. 
 
철산자이는 총 3804세대에 달하는 대단지 아파트로 이중 1631세대를 일반분양한다. 사업장이 광명시의 중심지인 7호선 철산역과 도보 10~15분 거리에 위치한 역세권 단지인 데다 시청 등 관공서와 학교, 학원가, 병원, 상업지구 등을 두루 갖춰 명실상부 광명시의 대표 단지가 될 만한 곳이다. 
 
철산동은 7호선을 이용해 강남권 접근이 가능하고 단지 옆 안양천 건너편이 가산디지털밸리, 구로디지털밸리이다 보니 오래전부터 베드타운 역할을 하고 있다. 서부간선도로, 강남순환고속도로, 광명-수원고속도로도 가깝다. 
 
철산자이보다 역에서 더 가까운 철산주공13단지와 12단지의 경우 재건축 추진이 더뎌 앞으로도 한참 동안은 이 지역의 대장 아파트로 이곳과 시세 경쟁을 벌이고 있는 KTX광명역 주변 단지들과 비교 대상으로 거론될 가능성이 높다.  
 
철산자이더헤리티지 아파트 조감도. 단지 내에 초등학교 건립이 예정돼 있다. (자료=철산자이더헤리티지 분양 홈페이지)
 
이런 이유로 철산자이의 입지와 경쟁력은 높게 평가되지만 문제는 분양가다. 광명시에서 분양한 아파트 중 단연 최고가다.
 
전용면적 59㎡형 분양가는 최저 6억8700만원에서 최고 8억1000만원으로 책정됐다. 조합원 몫이 많아 일반 분양물량이 적은 전용면적 84㎡형의 분양가는 최고 10억4900만원, 최고 4층인데도 가격이 만만찮다. 발코니 확장 등 각종 옵션을 포함할 경우 수천만원이 올라가 ‘34평 11억원’으로 통용된다.
 
오히려 중도금 대출 자격에 신경 쓴 흔적이 뚜렷한 전용면적 114㎡형의 분양가 11억9900만원이 오히려 저렴해 보인다. 실제로 평당 분양가는 114㎡형이 2700만원대로 3200만원 넘는 59㎡형보다 낮다. 
 
철산자이 분양을 기다렸던 청약 대기자들은 철산자이의 분양가가 공개된 후 이달 초 청약을 진행한 강동헤리티지자이와 장위자이레디언트보다 비싸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럼에도 주변 신축 단지들보다 2억원 정도 낮다 보니 고민하는 모습이다. 
 
철산자이 바로 앞에서 재건축, 올해 3월 입주한 롯데캐슬&SK뷰클래스티지엔 일부 조합원 물량이 매물로 나와 있는데 전용 59㎡형 1층 호가가 9억4500만원이다. 84㎡형 호가는 12억5000만원에서 16억원까지 넓게 퍼져 있다. 거래 없이 호가로 평가할 순 없지만, 전세가도 59㎡형이 5억대 후반에서 6억원, 84㎡형은 7억원 정도에 형성된 점에 미루어 황당한 가격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이보다 1년 먼저 입주한 철산센트럴푸르지오의 경우 59㎡형 매매호가는 9억5000만~11억원, 84㎡형은 14억5000만~15억원에 나와 있다. 이곳 84㎡형의 최근 실거래가는 14억6000만원, 13억3000만원이었다. 
 
철산자이를 보다가 광명호반써밋으로 눈을 돌리면 분양가가 싸 보이는 효과가 있으나 이곳도 주변 단지들과 비교하면 큰 차이는 아니다. 광명호반써밋은 전용면적 기준 39㎡형부터 84㎡형까지 다양한 평형을 분양하는데, 분양가는 59㎡형이 5억9100만~6억8290만원, 84㎡형이 8억960만~8억7920만원이다. 
 
광명호반써밋과 가장 가까운 비교대상은 지난 10월 입주를 시작해 이제 막 조합원들의 매물이 나오고 있는 광명푸르지오센트베르다. 현재 이곳의 호가는 84㎡형 9억4000만~11억원, 59㎡형 6억5000만~7억8000만원으로 어림잡아 광명호반써밋 분양가보다 1억원 정도 높게 형성돼 있다. 
 
두 단지 모두 현지 시세보다는 낮지만 부동산 가격 하락이 계속돼도 안심할 수 있는 안전마진은 아니라고 보는 사람들이 많아 보니 청약 대기자들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또한 광명시가 현재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인데다 두 단지 모두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분양받아도 8년 동안 전매제한이 걸리고 입주 직후 2년간 실거주해야 하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분양가 12억원 미만으로 중도금대출(후이자)은 받을 수 있지만 6회 중도금 중 5회만 대출이 가능하다. 
 
철산자이 모델하우스에서 만난 A씨는 “현재 보유주택을 처분하는 조건으로 전용 114㎡형에 청약하려고 했는데 집이 제값에 팔릴지 의문”이라며 “차라리 청약 미달을 기대하면서 59㎡형이나 84㎡형에 넣어볼까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철산자이더헤리티지 모델하우스 방문객들이 아파트 단지의 배치를 둘러보고 있는 모습. (사진=김창경 기자)
 
철산자이는 사업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일반분양 1631세대 중 대부분(1400세대)을 59㎡형으로 채웠다. 그나마 특별공급 742세대를 제외하면 일반공급은 889세대에 그친다. 이 때문인지 모델하우스 상담원들은 59㎡형 청약을 독려하는 분위기다. 한 상담원은 “주택보유자들 상담이 상당히 많았다”면서 “그분들 중에도 59㎡형에 청약하겠다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 
 
광명호반써밋은 분양가가 낮아 84㎡형도 절반이 특별공급으로 배분됐다. 
 
아직도 청약을 결정하지 못했다는 B씨는 “입주 때 전세를 놓아 부담을 덜 수 있으면 좋은데 바로 실거주해야 해서”라고 말끝을 흐리며 “정부가 전매제한 완화한다던데 실거주도 같이 풀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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