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공인중개사무소에 적혀 있는 매매·전세 물건 알림 문구.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올해 전셋값이 급격히 떨어진 가운데 '빌라왕' 사망 소식까지 더해지며 보증금을 못 돌려받는 '깡통전세'에 대한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20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11월 전국 주택종합(아파트·연립·단독주택) 전셋값 변동률은 -3.22%를 기록했다. 지난 6월 하락세로 전환한 이후 6개월째 낙폭을 늘리고 있다.
지난해 전셋값이 6.51% 상승한 것을 감안하면 올 한 해 작년 상승분의 절반 가까이 반납한 셈이다.
수도권의 경우 지난해 7.66% 상승한 반면 올해 들어 4.77% 하락했다. 서울 전셋값은 올해 3.58% 내리면서 지난해 상승분 4.91%에 다가섰다.
강남 아파트의 전셋값 하락세도 가파르다. 서울 서초구 '래미안퍼스티지' 전용면적 84㎡ 전세는 지난달 13억~18억3500만원에 거래됐는데, 지난해 9월 최고가 23억원 대비 5~10억원 정도 떨어졌다. 송파구 '헬리오시티' 전용 84㎡ 전세는 지난해 6월 최고 15억8000만원에서 6억원 이상 내린 8~9억원대에 이달 거래됐다.
전셋값이 크게 떨어지면서 전세 계약 당시보다 시세가 하락하는 '역전세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려면 전 계약보다 전셋값을 낮춰야 하는 것이다. 매맷값 또한 내리막을 보여 전세 보증금을 내주기 더욱 어려워졌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가운데 수도권 일대에서 1139채의 빌라와 오피스텔을 임대했던 김모 씨, 이른바 빌라왕의 사망이 큰 이슈로 떠오르며 깡통전세 경고등이 켜졌다.
이같은 우려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원이 공개한 지난달 전국 전세 보증사고 건수는 852건으로 전월(704건) 대비 약 21% 늘었다. 지난 9월과 8월은 각각 523건, 511건으로 보증사고는 증가 추세에 있다.
특히 수도권에 보증사고가 집중됐다. 지난달 852건 사고 중 786건이 수도권에서 발생했으며, 서울 277건, 인천 274건, 경기 235건으로 집계됐다. 수도권 보증사고금액은 지난달 1728억8470만원으로 전월(1435억2046만원)과 비교해 20% 가량 증가했다.
이에 정부도 대응에 나서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전세사기 의심 거래 106건을 경찰청에 1차로 수사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이중 빌라왕과 관련된 사례 16건도 포함됐다.
깡통주택을 피하기 위해서는 적정한 시세 파악은 물론 전세 보증보험 가입 등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는 조언하고 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전셋값이 매맷값의 80%가 넘는 지역에서 집을 구할 때는 시세가 적정한 수준인지 알아봐야 한다"며 "정확한 시세 파악이 어려운 빌라의 경우 깡통전세 위험이 더 높아 전세 보증보험 가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