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권도 '윤심'대로?…친윤계 핵심이 말하는 '윤심'
"유승민 체제는 이준석 시즌2…당의 재정비가 국정 안정의 시작"
지지율 상승에 고무 "국정운영에 자신감"…유승민 대항마는 '글쎄'
2022-12-20 16:48:29 2022-12-20 16:58:13
'당원투표 100%'와 '결선 투표제', '역선택 방지 조항' 도입 등을 골자로 한 당헌 개정안을 심의하기 위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상임전국위원회에서 윤두현 상임전국위원회 의장 직무대행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집권여당 국민의힘이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에 올라탔다. 국민의힘은 20일 국회에서 상임전국위원회를 열고 차기 당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 룰 관련해 '당원투표 100%'와 '결선투표제', '역선택 방지' 도입을 골자로 하는 당헌·당규 개정안을 원안대로 가결했다. 이 모두 민심에서 앞서는 유력 당권주자이자 반윤석열 대표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극히 불리한 세팅으로, 근간은 윤석열 대통령의 '유승민 불가론'이란 게 당 안팎의 정설이다. 
 
차기 당대표는 2024년 총선 공천권이라는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게 된다. 윤 대통령은 표면적으로 당정 분리에 따른 '당무 불개입'을 강조하고 있지만, 다음 총선을 자신의 의중대로 치르고 싶어함은 지극히 당연하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윤 대통령의 뜻을 잘 받들고 펼칠 주자가 당대표에 올라야 한다. 결국 윤 대통령의 '유승민 불가론' 근원에는 '이준석 악몽'을 재연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가 담겨있다는 게 대통령실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얘기다. 
 
당내 대표적 친윤계로 꼽히는 A의원은 이날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민주당의 벽에 막힌 여소야대 정국보다 윤 대통령을 더욱 괴롭혔던 건 이준석 전 대표"라고 규정했다. 윤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부터 이어져 오던 이준석 전 대표와의 갈등을 치유하지 못하고, 임기 초반을 사실상 통째로 날려버렸다. 이준석 대 윤핵관이던 전선은 점차 윤 대통령과의 직접 대치로 비화됐고, 이는 국정운영 지지도 추락의 주요 원인이 됐다. 특히 지난 7월 윤 대통령이 당시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에게 보낸 텔레그램 메시지("내부총질 당대표")가 언론 카메라에 잡히면서 갈등은 전쟁으로 치달았다. 당시 홍준표 대구시장이 "둘 중 하나는 죽어야"라고 표현할 정도로 당 내분은 최고조에 달했다.
 
A의원은 연장선에서 "윤 대통령 입장에서는 유승민 체제는 이준석 시즌2라는 인식이 강하다"고 했다. 두 사람을 '분열주의자'라는 동일선상에서 바라본다는 얘기다. 애초 이준석 체제 등장이 유승민 대통령 그림을 완성하기 위한 밑그림이었으며, 당권과 대권으로 손을 맞잡은 두 사람은 윤석열 대통령의 등장을 바라지 않았다고 의심했다. 때문에 "친윤 당대표는 지극히 당연"하며 "이를 통한 당의 재정비가 국정 안정의 시작"이라는 게 그가 전하는 '윤심'이었다.  
 
총선 승리 여부에 대해 물었더니 A의원은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있다"며 당의 전열 재정비를 우선순위로 올렸다. 그는 "집권 초반 누구보다 당이 정치 신인인 대통령을 잘 보필하고 뒷받침했어야 했는데 윤핵관이니 뭐니 집안싸움하느라 시간을 보냈고, 이는 국정운영 지지도 하락의 결정타가 됐다"며 "윤 대통령으로서는 당의 안정과 국정 뒷받침의 필요성을 절감하는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이 이제서야 사안들을 꿰뚫어 보기 시작했다. 국정운영에 자신감도 갖기 시작했다"며 "총선 승리 여부도 그 연장선에 있다"고 했다. A의원은 민주당의 균열도 확신했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와 친문계를 비롯한 비명계의 공천 불안감이 제1당인 민주당을 다시 계파싸움으로 몰고 갈 것이란 전망이었다. 
 
윤석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다른 관계자들도 대통령실의 달라진 기류를 같은 목소리로 전했다. 윤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도가 30% 아래에 머물 때만 해도 초조함을 노출했지만, 30% 중반에 이어 40% 선까지 회복하면서 잃었던 자신감도 되찾았다. 한 관계자는 "겉으로는 일희일비하지 않겠다고 하지만, 사실 지지율에 가장 민감한 곳이 대통령실"이라며 "최근 지지율 상승에 크게 고무된 분위기"라고 전했다. 지난 19일 리얼미터가 발표한 12월3주 차 정기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41.1%, 부정 평가는 56.8%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40% 선을 넘어선 것은 6월5주 차(44.4%) 이후 무려 24주 만이었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자신감을 회복한 윤 대통령 의중이 당을 다시 장악하면서 당권주자들 사이에선 노골적인 윤심 마케팅도 치열해졌다. 여기서 주목할 세 사람이 있다. 반윤석열 색채를 분명히 한 유승민 전 의원은 계속해서 제 길을 걷지만, 당내 뿌리가 취약한 안철수 의원의 경우 길을 잃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안 의원은 대선 막판 야권 단일화를 고리로 윤 대통령과 '공동정부'에 합의했다. 이후 정권교체에도 불구, 자신이 천거한 인사들이 줄줄이 입각에 배제되는 수모를 겪은 바 있다. 그럼에도 저항 한 번 제대로 못한 것이 안 의원의 입지를 더욱 좁혔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안 의원은 높은 인지도와 수도권 기반을 무기로 "총선 승리를 가져다 줄 유일한 당대표"를 내세우지만 마지막 단추인 윤심의 호응은 미지수다.
 
나경원 전 의원도 사정은 비슷하다. 친이명박계가 윤 대통령 주변을 감싸고 있음에도 그의 자리는 빈약하기만 하다는 게 당 안팎의 대체적인 평가다. 그는 대통령 취임식에조차 초대받지 못해 그 서러움을 주위에 전하기도 했다. 10월에서야 장관급인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의 감투를 안았지만, 이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전 교통정리 차원이란 것도 여권에서는 잘 알려진 얘기다. 나 전 의원은 부위원장 직은 비상근직이라며 당권 도전 의지를 거두지 않고 있지만, 윤심과는 여전히 거리가 멀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로 받아들여진다. 
 
문제는 안철수, 나경원 두 사람마저 제외할 경우 과연 유승민 전 의원에 맞설 주자가 있느냐의 여부다. 앞서 16일 발표된 <뉴스토마토-미디어토마토> 정기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적합도에서 유승민 전 의원(37.5%)이 독주한 가운데, 안철수 의원(10.2%), 나경원 전 의원(9.3%),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7.3%), 한동훈 법무부 장관(6.9%), 김기현 의원(5.3%), 권성동 의원(2.5%), 황교안 전 대표(2.3%), 권영세 통일부 장관(1.1%), 조경태 의원(0.6%), 윤상현 의원(0.3%) 순으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지지층으로 한정해도 나경원 전 의원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3강'을 형성해 자칭 당내 친윤계 후보들과는 거리가 멀었다. 윤 대통령의 고민이 거듭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