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우 의원은 지난 16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뉴스토마토>와 만나 삼성생명법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했다. (사진=뉴스토마토)
이용우 민주당 의원의 대표 발의로 일명 '삼성생명법'(보험업법 개정안)의 무게감이 달라졌다. 이 의원은 동원증권부터 카카오뱅크 공동대표까지 역임한 '여의도의 경제통'으로 꼽힌다. 특히 이 의원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불법승계' 사건 기소를 견인한 장본인이다. 불법승계 정황이 기록된 내부문건인 '프로젝트 G' 문건을 2020년 8월 폭로하면서, 검찰이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의 불기소 및 수사 중단 권고를 뒤집고 이 회장을 기소할 동력을 만들어냈다.
삼성생명법은 삼성생명 보험계약자의 돈으로 총수일가 지배력을 강화하는 불공정한 고리를 끊어내기 위한 법이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삼성생명은 20조원 규모의 삼성전자 지분을 팔아야 한다. 당장 삼성 측에선 해외투기세력 장악론, 주가폭락 공포론 등 불안 마케팅에 나섰다. 하지만 이 의원은 삼성전자가 삼성생명의 지분을 자사주로 매입하는 길을 열어주면서 이마저도 불식했다. 프로젝트 G 문건에서 검토됐듯 자사주 매입 시나리오는 이 회장의 지배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주가도 올리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 의원은 지난 16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뉴스토마토>와 만나 "삼성그룹에서도 제가 발의해서 더 부담스러워졌을 것"이라며 "현행 보험업법은 기본원칙에서 벗어난 '삼성 봐주기'법"이라며 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이용우 의원은 지난 16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뉴스토마토>와 만나 삼성생명법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했다. (사진=뉴스토마토)
-삼성생명법은 보험사의 자산 평가 기준을 취득원가에서 '시가'로 변경하자는 내용이다. 보험업이 그간 특혜에 머물렀다는 명백한 증거가 아닌가.
기본 원칙에서 벗어났다. 1997년 외환위기가 왜 왔고 처방이 무엇이었는지 봐야 한다. 예를 들어 (외환위기 사태로 해체된) 대우그룹의 채권을 투자신탁회사가 보유하고 있었다고 하자. (당시 자산 평가 기준인) 취득원가로 하면 1만원인데 실제 내용은 10원이어서 문제가 됐다. 그래서 국제통화기금(IMF) 권고로 모든 금융사의 자산 평가 기준을 취득원가에서 시가로 변경했다. 딱 하나 안 지킨 건 보험업이었다. 이유는 재정경제부 관계자의 과거 인터뷰에서 알 수 있듯 ‘삼성 봐주기’였다. 둘째로 투자 관점에서 봤을 때 포트폴리오 집중 리스크가 있다. 보험업법에서 자산운용을 규제하는 이유인 집중 리스크를 보려면 당연히 시가를 봐야 한다.
-혹자는 삼성생명법에 대해 '삼성을 죽이는 법'이라고 주장하는데.
주주와 회사를 동일시하는 현상이다. 이번에 발의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에서 삼성전자가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주식을 자사주로 매입해서 소각하도록 했다. 그럼 삼성전자의 주식 가치가 올라간다. 삼성 측에선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주식이 시장에 풀리면 삼성전자 주가가 떨어진다고 주장하는데 (개정안에) 5년 유예 기간을 두고 순차적으로 매각하도록 했다. 논리적으로 안 맞는 주장이다. 또 이재용 회장의 지배력이 떨어진다고도 주장하더라. 지금 총수 일가의 삼성전자 보유 주식은 20%가량이다. 외국인투자법은 (외국 투자 자본으로부터) 전략산업에 대한 안전장치가 있다. 경영권을 뺏자는 것도 아니다. 지분이 낮아도 경영 능력이 있다면 충분히 선임된다.
-삼성생명이 대체투자자 없이 삼성전자 주식을 매각하면 '유배당 보험계약자'가 피해를 보는 건 아닌가.
왜 피해가 고객에게 가나. 오히려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주식을 매각하면 유배당 보험계약자에게 배당해줘야 한다. 보험업의 기초는 자기자본과 계약자의 돈을 잘 구분하는 것이다. 삼성생명이 동방생명 시절 삼성전자 주식을 샀을 때, 그 돈이 과연 자기자본인지 계약자의 돈인지 구분해서 이익이 발생하면 그 비율만큼 줘야 한다. 금융산업의 가장 기초기도 하다.
-총수 일가의 지배력 약화에 따른 해외 자본의 '삼성 장악' 시나리오가 끊이지 않는다.
이미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율이 50%다. 외국인 주주는 또 한 사람인가. 현재 삼성전자 시가총액이 350조원이니 1% 취득에 3조5000억원이 든다. 현실적으로 어려운 문제다. 주주들이 판단할 거다. 회사 가치를 올려줄 사람인지 범죄를 저질러 회삿돈을 빼돌린 사람인지, 그게 주식회사의 기본원리다. 외국인투자법도 있으니 외국인에게 삼성그룹이 넘어가는 일은 없다.
-자사주는 공개매입이 원칙인데 개정안에선 삼성전자가 자사주 매입하는 길을 열어줬다. 원칙론에서 벗어난 것이 아닌가.
삼성에게 선택지를 준 것이다. 자사주로 매입해야 한다고 강요하는 건 아니다. 이번 법안이 상정된 의미를 보면 물밑에서 논의하지 말고 문제가 있다면 논의하고 합리적이고 보완할 방법을 찾자는 것이다. 삼성도 문제가 있다면 있다고 말해달라.
이용우 의원은 지난 16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뉴스토마토>와 만나 삼성생명법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했다. (사진=뉴스토마토)
-삼성생명법이 통과되면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은 어떤 방향으로 변화할까.
삼성이 고민해야 할 사안이다. 그동안 비정상적인 상태를 가지고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아 왔다. 프로젝트 G 문건에서 나온 시나리오에 자사주 매입이 나온다. 여러 방법이 가능한데 삼성바이오로직스 재판 이후 중단된 상태다.
-삼성생명법이 통과 되면 삼성 공화국 해체로 이어질 수도 있나.
특별히 그런 건 아니다.
-그렇다면 삼성은 왜 이렇게까지 반대하나.
주주로선 자기 지분율이 0.1%라도 떨어지는 것도 싫고, 다른 사람 관여를 받는 것도 싫다. 삼성은 시대에 맞게 변하겠다고 했지만, 안 변하고 있다. 이재용 회장이 취임했다. 그럼 오래전부터 있던 유물은 정리하고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삼성 측의 이야기도 들어봤나.
삼성 관계자들은 난감해한다. 삼성그룹에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삼성바이어로직스 분식회계 과정을 거치면서 굉장히 힘들어했다. 테이블 올리는 것 자체가 거북스럽고, 이재용 회장에게 보고하기도 거북할 것이다.
-삼성생명법 발의 전후로 삼성 측에서 찾아왔나.
삼성 측에서 약간 방심한 것 같다. 지금까지도 못 했는데 설마 이 법이 상정될까. 금융위도 크게 준비가 덜 된 것 같다. 윤한홍 간사가 지금까지 확인 안 하고 뭐 했냐고 돼버렸으니 삼성도 당황해버렸다. 문제가 있다면 상정해서 논의해야지 덮어 둔다고 될 일 아니다. 어차피 논의가 시작됐으니 할 수밖에 없다. (민주당 의원) 숫자가 많다고 해서 일방적으로 통과시킬 생각 전혀 없다. 중요한 건 논의해야 한다. 논의하려면 상임위 차원의 공청회도 할 수 있다. 거기에 삼성이 나와서 협의하고 보완할 건 보완하면 된다. 삼성 측에선 지배력이 외국에 넘어간다, 주식시장이 폭락한다며 불안 마케팅을 벌이는데, 법안을 다룰 땐 팩트로 이야기해야 한다.
-삼성생명법이 발의된 지 8년이 지났다. 이번 국회에서 처리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
기업경쟁력에 영향을 주는 건 아닐까, 두려운 마음이 우리 당에도 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이해도가 많이 높아졌다. 그리고 자본시장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의 움직임도 활발해졌고 관심도 많아진 만큼 의원들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최근에 태광산업이 흥국생명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한 이유가 뭔가 주주에게 피해 주는 것이 잘못하면 배임에 걸린다고 판단했으니 변한 것이다. 논의 자체가 시장을 변하게 만드는 것이다. 삼성도 예전엔 신경도 안 쓰다가 국회에서 이야기한다면 뭔가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동력을 가질 수 있다.
-삼성생명법의 본질은 사익 편취다. 이를 방지하기 위한 또다른 방안들이 있나.
본질적인 건 상법이다. 상법 제382조의3은 이사는 회사를 위해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해야 한다는 ‘이사의 충실의무’를 규정했다. 이사가 회사에 손실을 끼치는 행위를 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2009년 대법원이 전환사채를 헐값에 매각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로 기소된 에버랜드 전 대표이사들의 배임 혐의 사건에서 이사의 충실의무는 회사에 손실을 끼치지 않는 것이지, 주주에게 손실을 끼치는 행위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봤다. 이에 상법 개정안을 발의해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추가했다. 회사뿐 아니라 주주를 위해서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할 것을 규정해 부당한 의사결정에 대해 주주대표소송의 준거를 마련했다.
대담=최신형 선임기자·정리=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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