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일단 ‘아바타’에게 ‘뛰어난 상상력의 결과물인가, 그렇지 않은가’란 질문을 던진다는 건 무의미하다. 2009년 12월 개봉한 ‘아바타’ 1편은 전 세계 영화 산업 전반을 넘어 일상의 생활 전반에 걸친 패러다임 변화에 불을 지핀 방아쇠였다. ‘3D’란 상상의 세계, ‘아바타’는 이 세계 안에서 반드시 그리고 분명하게 존재하는 ‘진짜’였다. 결과적으로 ‘아바타’는 글로벌 변화의 흐름을 주도해 버린 상징이 돼 버렸다. 하지만 문제는 이 흐름을 이어가지 못했단 것이다. 이유는 너무도 간결하고 간단하다. ‘아바타’ 세계관을 창조해 낸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구상한 1편 이후 세계관을 제대로 표현해 낼 기술력 문제가 걸렸다. 사실 ‘아바타’에 적용된 3D 그리고 모션 캡쳐는 ‘특별함’은 아니다. 하지만 차이는 ‘아바타’ 세계관에 ‘어떻게’ 그리고 ‘제대로’ 적용시키느냐 였다. 그래서 1편 이후 2편까지의 시간차가 무려 13년이 걸렸다. 결국 13년이란 시간차는 이번에 개봉하게 될 ‘아바타’의 속편 ‘아바타: 물의 길’ 그리고 이후 세계관까지의 상업적 성공에 대한 열쇠가 될 것이 자명해 보인다. 쉽게 말해 ‘아바타’는 서사의 엔터테인먼트보다는 ‘기술의 체험’이란 영역으로 해석이 더 수월한 흐름을 타고 있다. 이건 1편의 생경함이 기술과 서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지만 이후 속편부터는 태생적으로 기술과 서사 가운데 하나는 포기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직면하게 됐기 때문이다. 1편 서사의 경험을 통한 기시감은 반드시 ‘아바타’ 속편 이후 세계관을 뒤흔들 가장 큰 균열로 작용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아바타: 물의 길’이 다수의 폭넓은 지지와 함께 극소수의 격렬한 ‘폄하’를 이끌어 분기점으로 남을 가능성이 커졌다.
◇아바타 세계관 속 서사 위치
1편과 마찬가지로 2편 역시 기본적 서사 구조는 토착 원주민과 개척민 사이에서 벌어지는 갈등 구조다. 굉장히 낯익은 구조의 스토리다. 할리우드 서부극을 떠올리면 ‘아바타’ 세계관과 손쉬운 접점을 찾을 수 있다. 차이점이라면 배경이 ‘서부’가 아닌 가상의 공간 ‘판도라’ 행성으로 바뀌었을 뿐. 물론 그 안에 담긴 플롯의 핵심은 여전히 ‘가족’이다. 1편이 지구의 인간과 판도라의 나비족, 두 종족이 만들어 내는 사랑과 가족 구성 시작을 그렸다면, 2편은 일궈진 가족이 보다 확장적 개념으로 넓혀가는 과정을 그린다. 이 과정에서 판도라의 주인으로 그려진 나비족 외에 또 다른 토착 세력 멧케이나족(바다에서 생활하는 원주민)이 등장한다. 궁극적으론 판도라 행성의 또 다른 생태계인 바다가 이번 속편의 배경인 셈이다.
영화 '아바타: 물의 길' 스틸.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1편에서 지구인과 나비족 전쟁이 벌어졌고, 결과는 나비족 승리로 끝났다. 인간 ‘제이크 설리’는 판도라의 ‘영혼의 나무’를 통해 진정한 나비족으로 제2의 삶을 시작한다. 이후 나비족 네이티리와의 사이에서 두 아이를 얻었다. 또한 전편 그레이스 박사의 생물학적 딸인 나비족 여자 아이 그리고 여기에 1편의 전쟁이 만든 ‘전쟁 고아’ 인간 아이까지. 설리와 네이티리는 판도라의 다문화 가족 체제를 유지하며 행복한 삶을 살게 된다. 종을 뛰어 넘은 사랑의 결실 그리고 인간 아이 입양까지. ‘아바타: 물의 길’은 초반 한 시간의 러닝타임을 ‘가족’이란 코드 안에서 해석할 수 있는 ‘함께’란 서사에 집중한다. 하지만 이들의 삶은 급변한다. 1편 전쟁에서 패배한 지구인들이 다시 판도라를 침공한다. 무엇보다 이번 침공 선봉은 1편 전쟁에서 제이크 설리에게 패배한 쿼리치 대령이다. 그는 지구의 핵심 기술인 ‘아바타’를 통해 나비족으로 다시 태어나 2편 전쟁에 참전한다. 그의 대원들도 지구인이 아닌 나비족으로 깨어났다. 기억과 감정을 인간이 생산한 나비족 아바타에 주입돼 태어났다. 이제 쿼리치 대령과 그의 대원들은 인간이었지만 인간을 배신하고 나비족으로서의 삶을 택한 ‘배신자’ 제이크 설리를 향한 복수를 시작한다.
설리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네이티리와 함께 모든 것을 포기한다. 설리와 네이티리 그리고 인간 아이를 포함한 세 자녀. 이들은 나비족을 떠나 판도라의 또 다른 세계 ‘물의 길’이 펼쳐진 곳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물의 종족 멧케이나를 만나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영화 '아바타: 물의 길' 스틸.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1편과 다른 서사의 차별성
큰 틀 안에서 ‘아바타’ 세계관 서사는 변화하지 않았다. 변화의 폭은 주인공 제이크 설리-네이티리 부부 세계가 바뀐 점 뿐. 판도라 행성 ‘숲의 종족’인 나비족에 대한 얘기가 1편이었다면, 2편은 ‘물의 종족’ 멧케이나에 대한 얘기다. 물론 그 안에서 벌어지는 메시지는 같다. 인간의 무분별한 자연 파괴 그리고 삶의 본질적 선택에 대한 우선순위.
‘아바타’는 1편에서 2편으로 넘어오면서 삶의 시작과 끝의 영원한 영속성을 말한다. 1편에서 ‘영혼의 나무’를 통해 제이크 설리가 인간에서 나비족으로 완전한 치환을 일궈냈던 것으로 메시지의 증명을 일궈냈다면, 2편은 생명의 근원으로 불리는 ‘물’에 대한 상징성을 강조한다. 2편의 부제 ‘물의 길’은 시작도 끝도 없는 판도라 행성 토착민들이 인식하는 삶의 원론적 접근법을 말한다. 반복되는 삶의 윤회를 통한 너와 나에 대한 존재의 공감과 인정 그리고 가치에 대한 접근 방식은 과거 침략의 역사 속에서 소멸된 여러 문명을 향한 사과와 성찰의 깊이를 담은 상징처럼 다가온다.
영화 '아바타: 물의 길' 스틸.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무엇보다 2편 서사가 1편과 다른 차별성은 ‘교감’이다. 192분 러닝타임 중 초반 한 시간을 제외하면 130분이 넘는 시간 동안 판도라의 바다에서 벌어지는 얘기가 펼쳐진다. 이 가운데 설리-네이티리 부부의 둘째 아들과 바다의 거대 생물 ‘툴쿤’이 나누는 종을 넘어선 교감은 상징성을 넘어 ‘아바타’가 추구하는 가장 궁극적 주제 의식을 고스란히 담고 있기에 반드시 주목해야 한다. 극중 한쪽 지느러미가 잘린 것으로 설정된 ‘툴쿤’의 외형, 여기에 무리에서 도태된 이유 이 모든 걸 부부의 둘째와 교감으로 승화시키며 화해와 이해를 구해 나가는 과정은 ‘아바타’ 세계관이 궁극적으로 말하는 삶의 방향성 그리고 색깔과 어느 정도 맞닿아 있다는 것에 공감 할 수 밖에 없게 한다.
영화 '아바타: 물의 길' 스틸.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기술의 진화가 만들어 낸 ‘체험의 영역’
‘아바타’ 1편 기술은 모션 캡처 그리고 3D에 집중돼 있었다. 1편이 개봉한 2009년에는 단언컨데 이 기술은 영화 산업에서 혁신이었다. 13년이 지난 2022년의 ‘아바타: 물의 길’은 3D 효과를 극대화 시키는 HFR(High Frame Rate)과 HDR(High Dynamic Range)에 방점을 찍고 설명하면 될 듯하다.
우선 ‘아바타: 물의 길’은 일반적 24프레임과 함께 즉 초당 프레임을 늘린 HFR이 적용됐다. 극중 바다 속 장면과 일부 전투 장면이 48프레임으로 일반 상영 버전의 두 배로 증가 상영된다. 관람에서 보다 부드럽고 유려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HFR은 2D보단 3D와 결합될 때 더 효과가 극대화되는 경향이 높은 표현 방식이다.
영화 '아바타: 물의 길' 스틸.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3D와 HFR이 결합된 체감률은 명암 비율을 높여 선명도를 극단적으로 끌어 올리는 HDR이 더해져 실사에 가까운 비주얼을 드러낸다. 전작 ‘아바타’가 실사 촬영과 모션 캡쳐 촬영이 병행된 결과물이라면, 이번 속편은 192분 러닝타임 가운데 실사 촬영은 ‘없다’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온전히 그리고 완벽하게 100% CG의 산물인 ‘아바타: 물의 길’을 보면서 인식 자체가 ‘가상’이 아닌 ‘실제’로 받아 들이게 되는 체험을 하게 만든다. 그 원동력이 3D와 결합된 HFR과 HDR 덕분이다.
영화 '아바타: 물의 길' 스틸.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창조에만 집중한 텅 빈 세계관
‘아바타’는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1994년 즈음 초안을 작성해 만들기 시작했다. 현재 2편 이후 ‘아바타’ 세계관이 제작 중이다. 1편에서 숲을 그렸다면 2편은 바다 그리고 3편 이후부턴 판도라의 극지방까지 담게 된다.
종족들 역시 마찬가지다. 나비족에 이어 멧케이나족 그리고 이번 영화에선 ‘바다’를 무대로 살아가는 또 다른 종족들도 등장한다. 후속편에선 판도라의 다른 지역에 사는 다른 종족들도 등장할 지 지켜봐야 할 듯하다.
영화 '아바타: 물의 길' 스틸.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지구의 인간에 비유되는 판도라의 종족들과 마찬가지로 생명체들(크리처)도 다양하게 등장한다. 이번 ‘물의 길’에선 지구의 고래에 비유되는 ‘툴쿤’ 그리고 멧케이나족의 자가용 역할을 담당하는 ‘일루’ 여기에 전투에 투입되는 ‘스킴윙’ 등이 새롭게 합류했다. 이외에 다양한 해양 생태계가 시각적으로 실제에 가깝게 탄생돼 스크린에 펼쳐진다.
하지만 이런 세밀하고 구체적 세계관 구축에도 불구하고 ‘아바타’가 단 두 편으로 드러낸 문제점도 없진 않다. 볼거리와 메시지에만 집중한 나머지 구체적 서사 흐름과 흐름을 구성하는 세밀한 플롯 진행이 ‘텅 빈’ 느낌을 지울 수 없게 한다. 1편이 인간과 나비족의 교감 그리고 나비족으로 변화되는 제이크 설리의 여정 여기에 영화적 체험의 신기술로 주목 받던 3D에 집중했다면, 2편은 1편의 주인공 그리고 빌런이던 제이크 설리와 쿼리치 대령의 대결, 여기에 더 집중하고 부각시켜버린 가족 스토리만이 192분의 러닝타임을 가득 채운다.
영화 '아바타: 물의 길' 스틸.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이에 더해 192분이란 러닝타임, 그리고 이 시간 동안 무거운 3D 안경을 쓰고 관람해야 하는 점도 분명 ‘아바타: 물의 길’의 단점이다.
‘아바타: 물의 길’ 제작비는 무려 20억 달러(한화 약 2조 6432억 원)에 달한다. 기술의 신세계를 체험하기 위해 투입된 제작비로는 사실 너무 많다. 많아도 너무 많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게 하는 192분의 러닝 타임도 한 몫 한다.
극단적으로 폭 넓은 지지를 받을 것이 뻔한 ‘아바타: 물의 길’이다. 그리고 반대로 극단적으로 극소수의 격렬한 비판을 받을 주인공 또한 ‘아바타: 물의 길’이다. 14일 전 세계 최초 국내 개봉.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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