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내년 경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중소기업계에 적색등이 켜졌다. 전문가들은 대기업보다 중소기업들의 타격이 더 클 것으로 예상하면서 중소기업이 대규모 투자를 감행하기보다는 실탄을 마련해 생존할 수 있도록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12일 경제 전문가들에 따르면 내년 경기는 현재보다 더 악화할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대기업마저 위기의식이 팽배한 가운데 대기업과 직결된 중소기업의 경우 그 피해가 더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은 자금력이 대기업에 훨씬 못 미치는 만큼, 금리 인상과 대기업 경영 전략에 따라 크게 휘청거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달 24일 한국은행은 내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1.7%로 발표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내년도 성장률을 1.8%로 예상했다. 주요 해외 투자은행도 한국의 내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1%대로 제시하고 있다. 심지어 노무라증권은 –1.3%를 제시하며 역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11일 11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발표한 '매출 100대 기업 영업실적과 주요 지출항목 특징 분석' 보고서를 보면 매출액 상위 100대 기업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총 21조4493억원으로 지난해 동기(28조4754억원) 대비 24.7% 쪼그라들었다.
이에 따라 대기업 먼저 허리띠를 졸라매기 시작했다.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차 등 대기업은 내년 경기악화를 우려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내년도 사업계획을 세우고 있다. 사실상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해 대비를 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9일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에서 컨테이너를 실은 화물차들로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삼성전자가 현금을 확보할 정도면 말 다 한 것 아니겠느냐"면서 "대기업이 영향을 받으면 낙수효과로 중소기업은 더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설비, 소재,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중소기업들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점쳤다.
그러나 중소기업중앙회가 리서치팀에 의뢰해 지난달 25~29일 국내 중소기업 410곳을 대상으로 '2022년 중소기업 경영 실태 및 2023년 경영 계획'을 조사한 결과 내년 경영 환경이 올해와 비슷할 것이라는 응답이 61.5%로, 과반을 차지했다. 악화될 것이라는 응답은 26.3%에 불과했다.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 경기 전망이 온도차를 보이면서 중소기업이 장기 전망과 전략 수립에 뒤처져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임 교수는 "중소기업이 아직 안일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 같다. 중기가 미래를 내다보거나 경제 환경에 대응하는 능력이 대기업에 비해 다소 떨어지고 있다"며 "금융 지원 등을 촉구하기보다는 당장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실탄 마련에 좀 더 집중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대기업들의 사업 조정이 이미 시작됐고 설비 투자를 축소하고 생산 계획을 철회하는 의사결정이 진행되고 있다"며 "발주처로부터의 사업 규모 자체가 철회되니까 중소·중견기업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봤다.
이어 "중소·중견기업들은 국내 내수도 위축된 데다 대외 거래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완제품 수요가 줄어드는 과정에서 부분품, 원자재, 생산재를 공급하기 어려운 여건이 지속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중소기업의 금융부담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됐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전반적인 경기상황 악화에다 대출 부담에 따른 원리금 상환 이슈도 있기 때문에 두 가지 측면에서 어려움이 가중되는 시기가 될 것"이라며 "특히 해외에서 수입을 해야 하는 중소기업의 경우 우리나라 통화 가치가 많이 떨어져있어 환율 부담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반적인 악재에 대한 중소기업의 대응책으로는 사업 규모 확대나 투자보다는 빚을 최소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사업의 성장보다는 '생존'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성 교수는 정부 정책에 대해 "정부가 이들 기업에 대규모 투자를 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기업들이 갖고 있는 부담을 덜기 위해 세금, 노동규제, 각종 규제 관련 현안에 대해 풀어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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