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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언발에 오줌누기식' 유동성 대책
2022-11-30 06:00:00 2022-11-30 06:00:00
금융당국이 금융시장 자금경색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자 은행 예대율 규제 추가 완화, 은행채 발행 재개 등 금융업권의 유동성 관련 규제를 풀기로 했지만, 실질적인 해법으로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번 유동성 대책은 금융당국이 은행권 자금 조달 부담 완화를 위해 한 달간 막아온 은행의 은행채 발행을 일부 허용하는 방안과 정부자금을 재원으로 하는 대출을 예대율 산정 시 대출금에서 제외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그 결과 은행권은 8조5000억원 규모의 추가 대출 여력이 생길 것으로 기대되지만, 실질적인 해결책은 아니어서 업황 악화는 지속될 것이라는 비관적인 의견이 주류다.
 
은행권 곳곳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자금조달 창구가 막혀있어 유동성이 악화되고 있음에도 금융당국의 수신금리 인상 자제령에 예적금을 통한 자금조달에는 한계가 있다. 기준금리 인상 후 주요 시중은행에서 연 5%대 예금금리 상품이 다시 사라지고 있다.
 
이처럼 수신금리가 오르지 않으니 조달 비용에 맞춰 대출금리를 올리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더구나 예대금리차 세부 공시 등으로 더욱더 대출금리를 올리기 까다로워진 상황에서 은행의 자산건전성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은행의 자금조달 여건은 악화되고 있는데도 돈 나갈 일은 더 많아지고 있다. 정부가 시중은행들에게 기업 유동성 공급 역할을 당부한 탓에 기업 대출은 확대될 전망이다.
 
보다 더 구체적인 자금 조달안이 제시돼야 한다. 현재 금융권 지상과제는 늘어나는 대출 수요를 충족할 만큼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지인데도 단순히 건전성 지표 기준만을 완화하고 자금조달 방안을 뚜렷하게 제시하지 않는 금융당국으로 인해 은행들은 불안해 할 수밖에 없다.
 
한 달간 막혀있던 은행채 발행 재개는 기존의 공모방식이 아닌 은행들이 타 은행 발행 은행채를 인수하는 방식인 사모채 발행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사모채를 발행하면 은행들이 서로 은행채를 인수하기 때문에 시장에 당장 물량 부담은 없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설명이지만 대표적 우량 채권인 은행채가 시장에 풀리는 즉시 채권시장 수요를 잠식할 우려가 있다.
 
즉 자금시장에서 채권을 살 돈이 은행채에 몰려 채권시장을 장악하게 되면 회사채 자금 경색은 지금보다 더 심각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채권시장이 안정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데, 한 달 전에 막아놓은 은행채 발행을 다시 열어준다면 지금보다 상황이 더 악화되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정부의 대책이 일단 자금경색에 숨통을 트이게 할지는 모르겠으나, 미시적인 단기 처방에 지나지 않아 시장의 불안을 잠재우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금융당국은 눈앞에 문제 해결에 급급해 '그때는 틀리지만 지금은 맞다' 식의 모순되는 아마추어적인 금융 대책이 아닌 근본적인 해결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이혜현 금융부 기자 hy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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