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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또다시 '린 스타트업(Lean Startup)'
2022-11-29 06:00:00 2022-11-29 06:00:00
스타트업 분야에 '겨울이 왔다'라든지, '빙하기가 시작됐다'란 말이 나오고 있다. 그만큼 스타트업 투자 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경기 침체와 금리인상으로 인해 벤처캐피털의 투자 심리가 위축된 것이다. 벤처캐피털들은 투자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포트폴리오를 정리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부동산, 주식 등 자산 가격이 하락하고 소비 심리까지 위축되면서 스타트업 매출 실적도 영향을 받고 있다. 과연 스타트업들은 이 난관을 어떻게 해결해나가야 할까.
 
2011년 IMVU의 CTO 에릭 리스는 린 스타트업이라는 책을 출판했다. 이 책은 제임스 워맥의 린 싱킹, 스티브 블랭크의 고객 개발, 켄트 백의 애자일 소프트웨어 내용을 IMVU에서 실제로 적용해 보면서 불확실한 시장에서 스타트업이 성공할 수 있는 방법으로 린 스타트업 방법론을 실험하고 이론화한 내용을 담고 있다.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아직 검증되지 않은 사업 모델을 시도하기 때문에, 오랜 시간을 들여 사업 계획을 수립하는 것은 시간과 비용 낭비가 크다. 스타트업은 사업이 될 것이라고 설정한 가설이 정말 맞는 것인지 빨리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린 스타트업은 스타트업 사업의 고객이 실제로 있는지 빠르게 확인할 수 있게 하는 방안으로 급부상했다.
 
린 스타트업의 Lean은 '홀쭉한', '군살이 없는', '호리호리한'이란 뜻으로 Fat '뚱뚱한'의 반대말이다. 린 스타트업의 기원은 일본 도요타의 '린 생산 방식(Lean Production Systems)'을 스타트업에 접목한 것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제조기반이 약한 일본에서는 미국식 대량 생산을 할 만큼 자원이 풍부하지 않았다. 고객 수요에 따라 제시간에 생산하면서 재고 수준도 최소화하는 이른바 '홀쭉한' 생산 시스템이 필요했던 것이다.
 
린 스타트업의 핵심 모형은 빠르게 반복되는 사이클이다. 사업 아이디어가 있다면 빨리 만들어 고객 반응을 측정하고, 수집한 데이터를 통해 배우고 아이디어를 수정하는 과정을 반복하는 것이다. 모든 스타트업은 아이디어에서 출발하지만, 검증되지 않은 아이디어에 기반을 둔 제품이나 서비스를 완벽하게 만들기 위해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입해도 시장에서 인정받지 못하면 사업은 끝난다.
 
실제로 90년대 IT버블 시절에는 아이디어를 적은 몇 장의 사업계획서에 '묻지마 투자'가 이뤄지기도 했다. 매출이 전혀 없는 기업도 코스닥에 상장돼 거래될 정도였다. 기존에 있던 회사가 회사 이름에 ‘닷컴’을 넣었더니 첨단 기업이라며 주가가 급등하는 일도 있었다. 그러나 버블이 터지면서 수많았던 ‘닷컴’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린 스타트업은 이런 낭비를 제거하고 스타트업의 제품이 시장에서 실제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 빠르게 실험하는 것, 즉, '만들기-측정-학습'의 빠르고 반복적인 피드백 순환이 일어나게 하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린 스타트업은 짧은 주기로 제품의 시장성을 지속적으로 개선함으로서 아이디어를 실제 적용 가능한 제품으로 만들게 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스타트업 사업에 대한 가설을 검증하는 절차가 중요하다. 사업 계획서를 만들기 전에 시장 상황의 변화를 더 적절하게 반영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한데, 여기에 린 캔버스가 활용된다. 린 캔버스는 한 페이지로 사업 모델을 작성하는 방법으로, 스위스 로잔대 피그누어 교수와 그의 제자 오스터왈더가 만든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를 린 스타트업 상황에 맞게 변형한 것이다.
 
스타트업은 한정된 자원을 가지고 최소기능제품(Minimum Viable Product, MVP)을 시장에서 빠르게 검증해야 한다. 수년간, 수억 원을 써가면서 제품기획을 해도 성공확률이 높아지는 것이 아니다. 제품이 시장이 나올 무렵에는 시장이 빠르게 변화해 제품 수요가 아예 없을 수도 있는 것이다. 보다 적절한 전략은 최소기능제품을 시장에 우선 내놓아 시장의 반응을 보면서 바꿔가는 것이다.
 
최근 몇 년간 '제 2의 벤처붐'이라는 용어가 만들어질 정도로 스타트업 투자 규모가 크게 증가하면서 투자를 하려면 벤처캐피털이 줄을 서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져가는 이때, 스타트업들은 린 스타트업을 활용해 홀쭉하면서도 실속 있는 경영을 해야 할 것이다. 
 
전성민 벤처창업학회 회장·가천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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