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예금·대출 금리 인상 '눈치게임'
기준금리 올렸지만 예적금 금리 인상 주춤
2022-11-28 06:00:00 2022-11-28 06:00:00
[뉴스토마토 이혜현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4일 기준금리를 0.25%p 올렸지만, 은행권에서는 예전처럼 즉각 여수신금리 인상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최근 금융당국의 잇따른 수신금리 인상 자제령과 빚 부담 가중을 이유로 대출금리 인상을 비판하는 목소리에 힘이 실려 당장 금리를 올리기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기준금리 인상분을 반영해 수신금리를 인상할지를 두고 장고에 들어갔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은 당국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해 최대한 신중하게 수신금리 인상 계획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기준금리가 오르면 은행들은 시장 상황 변화에 따른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 즉각적으로 수신금리 인상을 발표했지만, 금리 상황을 고려해 예·적금 금리 인상을 결정한다는 신중론이 지배적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금통위 다음날 금융시장 현황 점검 회의를 주재하면서 금융사들의 과도한 자금확보 경쟁은 금융시장 안정을 교란하는 요인으로 자제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은행들이 금융당국의 요구로 은행채 발행과 수신금리 인상을 자제하는 상황에서 자금조달에 애로사항이 있는 것을 인지하고 있지만, 과거 금리 상승기에는 금융회사들이 이렇게 급격하게 금리를 올린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금융기관 수장들이 연이어 이 같은 입장을 밝힌 것은 금리 인상으로 금융시장에 변동성이 확대된 가운데, 자금확보를 위해 은행들이 과당 경쟁을 벌일 우려가 있어 이를 경계하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금융당국에서 수신 경쟁을 자제하라는 메시지가 계속 나오고 있어서 이번 금통위 결과를 반영한 수신금리 인상은 가급적 최소화 하려는 것은 은행권 공통 분위기"라고 말했다.
 
올해 기준금리가 6차례 오르는 동안 은행들은 즉시 기준금리 인상분을 반영해 수신금리를 올렸고, 그 결과 지난해 연말 1%대였던 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1년 새 5%대까지 올랐다.
 
지난 10월 금통위에서 빅스텝을 하자마자 시중은행은 이튿날부터 수신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했다. 우리은행은 금통위 다음날 바로 수신상품 금리를 최대 1.00%p 올렸다.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도 수신금리를 각각 최대 0.8%p, 0.7%p씩 올렸다. 하나은행은 최고 0.95%p, KB국민은행은 최고 0.60%p 수신금리를 올렸다.
 
대출금리 인상을 두고도 고민이다. 은행들의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 산정 기준이 되는 코픽스에는 예적금 금리 인상으로 늘어난 조달 비용이 반영된다. 즉 수신금리 인상은 주담대 금리인상으로 직결되기 때문에 대출자의 상환 부담도 무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기준금리 0.25%p 인상으로 차주 1인당 연간 이자 부담이 16만4000원 늘고, 가계의 전체 이자 부담 규모는 3조3000억원 증가한다.
 
다만 은행채 금리를 지표금리로 하는 주담대 혼합형과 신용대출 금리는 소폭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시중은행 대출금리 중 변동형 금리는 지표금리 변동을 반영하고 있다. 은행채 금리가 하향 안정화 되면서 은행채 금리를 지표금리로 활용하는 주담대 혼합형과 신용대출 금리는 다음 주부터 금리가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주담대 혼합형 금리는 연 5.03∼6.49%, 은행채 5년물 금리와 연동된 신용대출 금리는 연 6.18∼7.48%로 집계됐다.
 
결국 은행권 여수신금리는 시장 상황에 따라 속도조절을 하면서 천천히 올리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내달 15일 공시되는 11월 코픽스 금리의 경우 최대 인상 폭을 기록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주 3주차까지는 금리가 계속 올랐고 4주차부터 금리가 다소 안정화됐기 때문에 다음 달 공시되는 코픽스 금리도 이번 달보다는 인상되겠으나, 최대 인상 폭 수준이 아닐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이혜현 기자 hyu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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