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서 열린 제1차 수출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출근길 기자들과의 일문일답, 이른바 도어스테핑(약식회견)을 전격 중단하며 MBC에 강한 불쾌감을 피력했던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외교 성과를 바탕으로 국면 전환에 나섰다.
윤 대통령은 23일 첫 수출전략회의를 주재하고 모든 부처가 수출 지원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특히 민주당을 향해 "미래의 수출 전략 핵심 품목이 될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 i-SMR 관련 예산에 대해 야당이 전액 삭감을 시도하고 요구하고 있다"면서 "정쟁은 국경 앞에서 멈춰야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비판 목소리를 냈다. 전날 국무회의에서도 "예산과 법안을 통한 재정·제도적 뒷받침이 매우 중요하다"며 "국익 앞에 여야가 없다. 정쟁은 국경 앞에서 멈춘다는 말이 있다"며 예산안의 조속한 처리를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서초구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서 열린 제1차 수출전략회의 모두발언에서 "우리 경제의 미래가 달린 중차대한 문제마저도 정쟁의 대상이 돼선 안 된다"며 "국민이 먹고사는 문제, 또 기업이 죽고사는 문제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상대국이 시장 중심, 민간 중심의 경제 기조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우리 규제 환경과 다른 규제 여건을 가지고 있거나 또는 글로벌 스탠다드하고 좀 다른 독특한 그 지역의 규제 여건을 형성하고 있는 경우에는 정부가 직접 대응을 해서 문제를 풀어나가고 협상을 해줘야지, 기업 보고 혼자 알아서 하라고 해서는 정말 초대형 기업이 아니라면 이런 환경에서 수출을 해나가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경우에는 정부가 단순히 기업을 지원하는 것을 넘어서서 더 용의주도하게 자세를 취해야 한다"며 "이 자리에 함께한 민간, 공기업, 금융기관, 정부 관계자 모두 수출 증진을 위한 팀코리아의 일원이라는 마음으로 합심, 단결해서 수출 증진에 함께 힘써 주시기를 당부드린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 경제는 대외 의존도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다. 사실상 모든 산업 분야가 수출과 직간접으로 전부 연결돼 있다"며 "수출이 바로 우리 경제의 동력인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고 60년대, 70년대나 지금이나 똑같다. 수출이야말로 국민들의 일자리의 원천"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제가 직접 수출전략회의를 주재하면서 우리 경제의 핵심 동력인 수출 증진에 관한 전략과 문제점들을, 우리가 풀어나가야 할 문제점들을 직접 점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또 "사우디를 비롯한 중동 산유국들은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우리의 숙련된 기술과 경험을 필요로 하고 있다"며 "특히 최근 아세안과 사우디를 비롯한 정상 외교와 연계된 이런 다양한 분야의 수출, 수주 기회가 실질적인 성과로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모든 부처가 수출 관계 기관에서 민관을 아주 확실하게 밀어주고 지원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앞서 지난달 27일 생중계 된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전 부처의 산업부화'를 주문했던 것을 언급하면서 "환경부도 규제만 하는 부처가 아니라 환경산업을 키워나가야 한다"고 했다. 이어 "이것이 신성장 분야가 되기 때문에 산업을 키워나가는, 선제적으로 일하는 부처가 돼야 한다"고 지시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서 열린 제1차 수출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날 회의에서는 추경호 경제부총리의 수출전략회의 운영계획 보고와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지역별 수출 전략 및 지원 방안, 사우디아라비아 정상급 회담 및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 등 최근 경제외교의 성과 이행 방안 발표가 진행됐다. 회의는 당초 1시간10분간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민간 부문 참석자들의 토론과 건의가 이어지면서 2시간 동안 이어졌다고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윤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을 통해 "현재 대외경제의 불안전성과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극복하려면 수출 드라이브를 걸지 않을 수 없다"며 "다시 수출을 일으키려면 산업 전략은 물론, 금융시스템 등 모든 분야와 정책을 수출 확대라는 목표에 맞춰 새롭게 정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정부의 태도가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며 "고위직부터 실무자까지 모든 공무원들은 근본적으로 정부가 규제기관이란 생각에서 벗어나 기업을 도와주는 조직이란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의 외교라는 것도 철저하게 경제와 안보"라며 "한반도의 안보를 위한 외교 활동을 빼면 모든 해외 순방은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자원 획득처럼 철저하게 비즈니스 이슈에 맞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장관들도 해외 출장을 가거나 국내에서 외빈을 접견할 때 비즈니스 이슈를 중심에 놓기를 바란다"며 "민간 부문에서도 다양한 루트를 통해 정부의 도움이 필요한 비즈니스 이슈를 전달해주시면 외교 활동에 적극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통해 수출전략회의에 대해 "대외 의존도가 높은 경제 여건을 감안할 때 경제 활성화 핵심은 수출"이라며 "기업이 수출 현장에서 겪는 애로사항와 정부 지원이 필요한 사안을 대통령이 직접 듣고 해결하는 문제 해결의 장으로 운영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정부 지원이 필요한 분야는 외교와 수출을 연계해 실행 계획을 마련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화상 면담을 갖고 한국에 대한 투자를 요청했다. 윤 대통령은 테슬라가 아시아 지역에 완성 전기차를 생산하는 기가팩토리(Gigafactory)를 건설하는 계획과 관련해 한국이 보유한 세계적 수준의 자동차산업 생태계와 투자 여건을 설명하면서 "한국에 투자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머스크 CEO는 "지금도 테슬라가 자율주행이나 인공지능 관련 분야에서 한국의 우수한 부품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면서 한국의 전기차 충전 인프라에 대한 적극적 투자 의지를 표명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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