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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안보리, '북 ICBM 대응' 성과 없이 종료
중러 "미국에 책임 있다"…미 "북 제재 아닌 의장성명 추진"
2022-11-22 07:57:05 2022-11-22 07:57:05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미국대사가 21일(현지시간) 유엔 안보리 산회 후 북한의 ICBM 시험발사를 규탄하는 성명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대한 대응책 논의를 진행했지만 별다른 성과 없이 종료됐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과 일본 등은 북한의 거듭된 미사일 도발을 규탄하며 상응하는 대응 조치의 필요성을 주장한 반면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의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유엔 안보리는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북한 탄도미사일 문제로 회의를 열었다. 이번 회의에는 황준국 유엔 한국대사와 이시카네 기미히로 유엔 일본대사도 이해당사국 자격으로 참석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 18일 오전 10시15분쯤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ICBM 1발을 발사했다. 북한 발표에 따르면, 이번 ICBM은 최대 정점고도 6040.9km까지 상승해 거리 999.2km를 4135초(69분)간 비행한 뒤 예정 수역에 탄착했다. 발사거리를 봤을 때, 북극권 알래스카에 집중된 미국의 미사일방어(MD) 망을 회피해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해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미국 대사는 "북한이 뻔뻔스럽게 ICBM을 발사한 것에 대해 강력한 용어로 규탄한다"며 "안보리가 단결해 대응하기 전에 얼마나 더 많은 미사일을 발사해야 하는가. 북한은 너무 오랫동안 안보리의 대응이나 보복에 대한 두려움 없이, 긴장을 고조시키고 불안정을 조성하는 탄도미사일 발사를 해 왔다"고 지적했다.
 
황준국 한국대사는 "올해 8차례 북한의 ICBM 시험 발사를 목격하면서 안보리가 독자적인 약속을 이행하지 못한 것은 가장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안보리는 북한의 무모한 핵 야망에 맞서 강하고 단합된 대응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북한은 안보리의 무대응과 분열을 이용해 핵무기를 개발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의 미사일 도발 원인으로 미국의 군사훈련 등을 언급하며 안보리 차원의 대응에 반대했다. 오히려 북한에 대한 제재 완화 필요성도 언급했다. 앞서 중국과 러시아는 지난 5월 대북 추가 제재를 논의할 당시에도 추가 제재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장쥔 유엔 중국대사는 "미국은 신의를 보여야 한다"며 "군사훈련을 중단하고 북한에 대한 제재를 완화하는 등 구체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미국에 책임을 돌렸다. 그러면서 "안보리는 이 문제에 건설적 역할을 해야 하고, 늘 북한을 규탄하고 압박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안나 이브스티그니바 유엔 러시아대사도 "우리는 또다시 악순환에 얽매이고 있다. 미국과 역내 동맹이 대규모 훈련을 하고, 북한이 그에 맞춰 대응하고, 우리가 이 자리에 모이는 것"이라며 미국이 북한 도발에 원인을 제공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미국의 근시안적이고 대립적인 군사활동의 결과"라고 지적했다.
 
다만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 속에 미국이 추가 대북 제재 결의를 고수하지 않고 수위를 낮춰 의장성명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향후 채택할지 주목된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안보리의 모든 동료들이 북한을 강하게 규탄하고 북한의 불법 대량파괴무기와 탄도미사일 개발을 억제하기 위한 조치로 우리에 동참해달라"고 촉구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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