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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한 북 ICBM, 전술핵까지 더해지면 '상상초월'
ICBM 사거리, 미국 본토 타격권…소형화 전술핵 개발시 한미일 모두 사정권
대기권 재진입 시험 위해 정상각도 ICBM 추가 발사 가능성
목표지점 정확히 타격 위한 정찰위성 발사 전망도…29일 '핵무력 완성 5주년' 주목
2022-11-21 17:20:10 2022-11-21 17:20:10
지난 19일 조선중앙TV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지도 아래 발사한 화성-17형 미사일 시험 발사 영상을 보도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북한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의 시험발사에 성공하면서 핵위협 수위를 한층 끌어올렸다. 화성-17형이 미국 본토까지 타격 가능한 ICBM으로 사실상 검증된 상황에서, 북한이 소형화·경량화된 전술핵 탄두 개발까지 진행할 경우 핵무력 자체에 대한 평가를 달리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북한은 지난 18일 오전 10시15분쯤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ICBM 1발을 발사했다. 북한 발표에 따르면, 이번 ICBM은 최대 정점고도 6040.9km까지 상승해 거리 999.2km를 4135초(69분)간 비행한 뒤 예정 수역에 탄착했다. 이는 우리 군 당국의 발표 내용과 거의 같다. 고각발사가 아니라 40도 안팎의 정상 각도로 쐈다면 1만5000km를 넘는 사거리를 확보한 것으로 추산된다. 발사거리를 봤을 때, 북극권 알래스카에 집중된 미국의 미사일방어(MD) 망을 회피해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도 있다.
 
미국은 일단 북한의 ICBM 기술이 성공적이라는 평가와 함께 우려했다. 존 커비 백악관 전략소통조정관은 지난 18일(현지시간) "매번 발사할 때마다 그것이 실패든 부분적 성공이든 북한은 배우며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은 진전한다"며 "우리가 우려하는 이유"라고 밝혔다. 미국이 이번 북한의 ICBM 발사에서 일정한 기술적 진전을 이뤘다고 판단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북한은 지난 20일 노동신문을 통해 자국이 "행성 최강의 ICBM 보유국"이라고 자평하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특히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자신의 딸을 처음으로 대외적으로 공개하며 ICBM 발사 현장을 참관한 것은 그간 국방무력에 대한 자신의 업적과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을 과시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자신의 딸이 지켜볼 수 있을 정도로 무기체계로서 기술의 안정성을 갖췄다는 의미다.
 
다만 대기권 재진입 능력 입증은 미검증 상태다. 대기권 밖으로 나갔던 ICBM이 재진입하는 과정에선 섭씨 6000~7000도에 이르는 고열·고압을 견디며 목표 지점까지 정확히 날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탄두가 대기권 재진입 시 발생하는 6000도 이상 마찰열에 타버리지 않게 보호하는 열차폐 기술과 정밀유도 장치 등이 필요하다. 그동안 북한은 고각으로 발사 각도를 높여 비행거리를 줄이는 방식으로 시험발사를 해 왔기 때문에 대기권 재진입 시험에는 아직 성공하지 못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21일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미국을 가장 압박할 수 있는 것은 ICBM이고, 또 ICBM에 있어서 정상각도 발사를 해야만 대기권 재진입의 성공 여부, 더 나아가서 다탄두 부분에서 폭발력을 다 보여줄 수 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40도 내외의 정상각도 발사가 남은 과제"라고 진단했다. 
 
대기권 재진입 이후에는 핵탄두의 소형화·경량화가 과제로 남는다. 하나의 미사일에 여러 개의 핵탄두를 탑재하기 위해서는 핵탄두를 소형으로 제작해야 한다. 핵탄두를 소형화·경량화한 전술핵 실험이 성공한다면 다양한 미사일에 실어 유사시 언제든 적국을 타격할 수 있게 된다. 북한이 ICBM 운용으로 미국을 겨냥하고, 이어 소형화된 핵탄두로 전술핵 탑재까지 완성한다면 한미일 곳곳이 타깃이 될 수 있다. 여기에 북한이 군사용 정찰위성 기술까지 확보할 경우 보다 정확하게 목표 지점을 타격할 수 있게 된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이 점에 주목해 "북한이 정확하게 목표 지점을 타격하기 위해서는 정찰위성이 필요하다"며 "북한이 올해 ICBM을 추가로 발사하거나 정찰위성을 발사할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말했다.
 
지난 19일 북한 조선중앙TV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 아래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발사했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김정은 위원장과 딸의 모습이다. (사진=뉴시스)
 
북한이 오는 29일 '핵무력 완성 선언 5주년'을 전후로 추가 ICBM 발사 등을 진행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7차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관측도 내놓지만, ICBM 발사를 몇 차례 시험한 뒤 미국의 관심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정치적 시기를 고려해 핵실험을 감행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정 센터장은 "북한이 앞으로도 최소한 두 차례는 더 ICBM을 시험발사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한 번 성공했다고 해서 그것을 신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른 나라 같은 경우는 10번 시험발사하기도 하는데, 북한은 그럴 여력이 없다면 최소한 3번 정도는 성공해야 신뢰를 보장받을 수 있게 된다. 이후 핵실험은 내년 초에 가서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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