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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업계 '배타적사용권' 경쟁 치열
승인 신청 역대 최다…12개월 승인 사례 나와
상품 개발에 최대 1년 소요…"독점판매 등 마케팅 전략 차원"
2022-11-21 06:00:00 2022-11-21 06:00:00
[뉴스토마토 허지은 기자] 보험업계에서 일종의 특허로 불리는 '배타적사용권' 경쟁이 치열하다. 신규 보험 계약 건수가 줄어드는 등 업황이 어두운 가운데 특허권을 앞세운 상품으로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2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생명·손해보험협회에 접수된 배타적사용권 승인 신청은 생명보험협회 신청 접수가 10건, 손해보험협회에는 25건으로 현재까지 총 35건(31건 승인)이 이뤄졌다. 이 중 현재까지 31건에 대한 승인이 이뤄졌다. 지난해 배타적사용권 신청건수(31건)를 이미 뛰어넘었다. 
 
배타적사용권은 새로운 위험 담보나 제도, 서비스를 개발한 보험사에 일정 기간동안 독점적 판매 권한을 부여하는 제도다. 보험사가 특정 상품에 대해 배타적사용권 승인을 신청하면 생명·손해보험협회 신상품심의위원회에서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상품의 독창성과 유용성에 따라 3개월에서 최대 12개월의 독점 판매를 승인하며, 대체로 3개월 또는 6개월의 배타적사용권이 승인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올해는 신청건수 뿐 아니라 배타적사용권 승인 내용에서도 제도 도입 사상 첫 기록이 발생했다. 신한라이프가 지난 10월 출시한 신상품 '신한 3COLOR 3대질병보장보험'의 보험료 결정체계 및 언더라이팅 기법이 처음으로 1년의 배타적사용권을 인정받은 것이다.
 
 
신한라이프는 보험가입자의 외부 기관(신용정보원·건강보험공단·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수집한 뒤 이를 바탕으로 건강상태에 따라 보험 가입 심사를 자동화하고 차등적으로 보험료를 책정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생명보험협회 신상품심의위원회는 맞춤형 보험료 책정과 질병심사 시스템을 통합해 개인별 맞춤형 가입 상품이 설계되고 보험료가 책정되는 점과 동시에 질병이력 언더라이팅을 100% 자동화한다는 점에서 독창성을 인정해 12개월 배타적사용권을 부여했다.
 
배타적사용권 신청을 준비하기 위해 신상품을 개발하는 데는 적게는 수개월에서 많게는 1년이 넘는 시간이 든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신한라이프 관계자도 "상품 개발에만 1년여의 시간이 소요됐다"며"전에 없던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려고 하다보니 관련 개념부터 새롭게 잡아야 했다"고 말했다.
 
보험사들이 이처럼 오랜 시간과 예산이 필요한 배타적사용권에 몰리는 이유는 보험시장이 포화된 상황에서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으로 기능하기 때문이다. 손보업계 한 관계자는 "일정 기간 동안 한 회사에서만 특정 보장을 판매할 수 있다는 것이 영업 측면에서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며 "각사별로 배타적사용권 획득을 점차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배타적사용권 경쟁이 활발해지며 소비자의 선택권이 늘어나고 상품 수요가 적극적으로 반영된다는 순기능도 있다. '표적항암약물허가치료특약'이 대표적인 사례다. 2019년 11월 라이나생명이 출시해 6개월의 배타적사용권을 인정받은 특약으로, 의료기술 발달에 따라 적용범위가 확대되며 환자들의 수요가 늘고 있었던 표적항암약물허가치료에 대해 업계에서 처음으로 보장 서비스를 제공한 사례였다. 배타적사용권이 종료된 이후 KB손해보험·NH농협생명·삼성생명(032830) 등 보험사들이 해당 특약을 탑재한 상품을 잇달아 출시했다.
 
손보업계 한 관계자는 "업계에 없던 신상품이나 새로운 보장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소비자 공청회를 열어 수요 조사를 하는 것부터 시작한다"며 "성공적으로 개발된 상품이나 담보가 배타적사용권을 인정받으면 이후 업계 전반에 영향력이 확산돼 다양한 상품 출시로 이어져 소비자의 수요가 있던 보장이 충족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무분별한 배타적사용권 남발에 대한 비판도 따른다. BNP파리바카디프생명이 지난 6월 3개월의 배타적사용권을 인정받은 '신용생명지수 할인특약'이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피보험자의 개인신용정보에 따라 보험사고(사망) 발생 수준을 세분화해 보험료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상품이다. 신용데이터라는 새로운 빅데이터 활용 모델을 제시한 점에서 독창성과 진보성을 인정받아 배타적사용권을 획득했다. 다만 보험료를 차등 적용하는 기준이 신용정보가 된다는 점에서 저신용자의 보험료 부담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보험의 공익성과도 충돌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상품 개념을 제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보험의 본질 안에서 소비자에게 적절한 보장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보험의 공익성을 해치지 않는 상품 개발과 신중한 배타적사용권 심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허지은 기자 hj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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