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일단 원작은 국내 멜로 영화의 전설로 꼽힌다. 특히 이 작품, 세기말 감성이 듬뿍 담겨 있다. 남자 주인공의 헤어스타일. 이 영화 개봉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지금까지도 이 영화를 상징하는 하나의 코드로 기억될 정도다. 또한 이 영화의 여주인공을 연기한 여배우. 이 작품 이후 대한민국 로맨틱/멜로의 상징이 돼 버렸다. 여기에 이 영화 제목의 동명 OST 타이틀곡은 레전드 보컬 임재범의 목소리를 통해 여전히 전설로 존재한다. 노래방에서 이 노래 한 번 불러보지 않은 남자는 존재하지 않을 듯하다. 2000년 5월 개봉한 영화 ‘동감’이다. 당시 남자 주인공은 신인 유지태. 그리고 여자 주인공 역시 갓 인기를 끌기 시작한 배우 김하늘. 두 사람은 시공간을 초월한 러브 스토리를 만들며 대한민국 남녀의 가슴을 설레게 했었다. 참고로 이 작품 이후 국내 영화와 드라마에서 시공간을 넘나드는 이른바 ‘타입슬립’ 작품들이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토록 수 많은 레전드 기록을 남긴 ‘동감’이 2022년 다시 개봉했다. 22년 만에 리메이크가 됐다. 남녀 주인공은 당연히 요즘 배우들이다. 색다르게 리메이크 작품에선 원작의 남녀 포지션이 바뀌었다. 원작 속 과거의 인물 김하늘이 리메이크 작품에선 남자, 원작 속 현재의 인물 유지태가 리메이크 작품에선 여자다. 그리고 김하늘의 배역을 연기한 남자 배우, 중저음의 보이스가 매력적인 ‘국민 남동생’, 여진구다. 그는 1997년생으로 원작이 개봉했을 때 겨우 3세였다고 웃는다. 벌써 26세가 된 영원한 아역 그리고 ‘국민 남동생’ 여진구와 함께 나눈 멜로의 레전드 ‘동감’에 대한 얘기다.
배우 여진구. 사진=고고스튜디오
여진구는 대중들에게도 그리고 특히 연예부 기자들에게는 더욱 더 그랬다. 워낙 어린 나이에 데뷔를 했기에 ‘아역’ 이미지가 너무 강했다. 본인 역시 어린 시절부터 얼굴을 마주해온 ‘기자 형’들이라며 쑥스러워했다. 하지만 이내 벌써 20대 중반이란 사실이 놀라웠고 그래서 본인도 더 부끄럽다며 웃는다. ‘동감’에서 함께 출연한 배우 조이현이 자신의 이름을 깜짝 놀라는 호칭으로 휴대폰에 저장하는 것을 보고 손사래를 치며 화들짝 놀랐다는 얘기부터 꺼냈다.
“제가 정말 꼬맹이 시절부터 봐 온 기자 형과 누나들을 연이어 만나고 있어서 되게 기분이 묘해요(웃음). 그런데 저도 나이가 이제 벌써 26세더라고요. 그래서 요즘 ‘동감’ 개봉을 앞두고 홍보 때문에 만나는 기자 형들이나 누나들도 놀라세요. 초반 촬영장에서 조이현하고 휴대폰 번호를 교환했는데 ‘혹시’ 하는 생각에 슬쩍 휴대폰을 보니깐 ‘여진구 선배님’이라고 이름을 저장하고 있더라고요. 너무 이상해서 손사래 치면서 말렸죠(웃음). 그냥 ‘여진구’나 ‘여진구 오빠’로 하라고 했어요.”
워낙 오랜만에 작품 인터뷰에 나서고 또 오랜만에 영화로 인사를 드리는 자리라서 긴장감이 남다르다고 웃는 여진구다. 1997년생인 여진구는 이번 ‘동감’을 알고는 있었을까 싶었다. 원작이 2000년 5월 개봉했으니 당시 그는 만 3세였다. 4050세대에게 ‘동감’은 멜로의 레전드로 여전히 남아 있는 작품이다. 우선 그는 원작의 아우라를 알고 있었고, 몇 년 전 원작 역시 감상 했었다고 한다.
배우 여진구. 사진=고고스튜디오
“제가 한 동안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 드라마 장르 영화에 꽂힌 적이 있었어요. 그래서 집에서 거의 섭렵을 했었는데 당시에 ‘동감’도 본 기억이 있어요. 정말 재미있었고, 또 반대로 한 편으론 정말 옛날 영화를 보는 느낌도 있었어요(웃음). 그리고 제 기억에는 그게 다였는데 몇 년이 흐르고 나서 저한테 그 영화의 리메이크 시나리오가 올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죠. 되게 신기했어요. ‘진짜 잘 해야겠다’ 싶었죠.”
그가 연기한 ‘용’은 1999년에 살고 있는 95학번 대학생. 극중 대학생답게 풋풋한 사랑을 하고 그 사랑에 가슴 설레는 모습이 눈길을 끈다. 그 모습이 연기라고 하지만 여진구를 통해 그려지니 대한민국 2030세대 여성들의 가슴이 요동치는 것은 당연할 듯하다. 실제 나이보다 조금은 어린 나이를 연기한 여진구는 오랜 연예계 생활을 하면서 대중들에게 공개된 사생활을 통해 실제 연애와는 담을 쌓고 지내온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당연히 그렇게 생각하실 텐데, 그렇다고 제가 ‘모태 솔로’는 아닙니다 하하하. 사실 용을 연기하면서 사랑을 좀 제대로 겪어 봤으면 싶었어요. 실제로 많이 설레는 감정도 느끼면서 연기를 했으니까요. 그리고 너무 어릴 때부터 연기자 생활을 해와서 사랑이란 감정을 많이 등한시 한 것도 있긴 있어요. 근데 ‘용’을 연기하면서 20대라면 사랑이 한 번쯤은 삶의 목표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갖게 된 것 같아요. 만약 나도 운명의 상대라고 불릴 만한 사람을 만난다면 눈이 멀지 않을까. 그럴 것 같아요.”
배우 여진구. 사진=고고스튜디오
워낙 유명한 원작이다. 원작을 기억하는 다수의 영화 팬들은 이 영화의 결말과 흐름을 대략적으로 기억하고 있다. 리메이크 작품이라 각색이 더해졌겠지만 분명 흐름상 원작을 무시할 수는 없을 듯했다. 이런 점들이 국내 상업 영화 시장에서 리메이크 영화 흥행에 예상 밖 브레이크 역할을 한다. 여진구 역시 나이는 아직 20대로 어리지만 산전수전 공중전을 모두 겪어본 베테랑으로서 ‘동감’의 리메이크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는지 궁금했다.
“우선 특별히 리메이크라고 뭘 걱정하거나 그런 타입은 전 아니에요. 말씀해 주신대로 리메이크 작품이 가지는 한계성은 존재한다고 봐요. 하지만 그런 한계나 위험은 어떤 작품이나 다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 이번 영화의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내 모습을 많이 돌아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그저 작품이 가지는 메시지에만 집중하면서 연기하려고 노력했어요. 무엇보다 저도 20대 인데 이 나이가 지나가기 전에 청춘 로맨스 하나는 제 필모그래피에 꼭 남기도 싶었어요.”
여진구가 ‘동감’을 촬영하면서 가장 고민을 했던 점은 현재 시점으로 넘어왔을 때의 ‘용’과 ‘무늬’(조이현)의 만남이다. 극중에선 과거의 인물 ‘김하늘’이 중년의 모습으로 현재의 학생 유지태를 만나는 장면이 등장한다. 리메이크 작품에선 여진구가 이 역할을 담당했다. 그는 잘 이끌어 온 흐름이 이 장면에서 끊기지는 않을까 정말 걱정이 많았다고 한다.
배우 여진구. 사진=고고스튜디오
“제가 40대를 연기해야 한다는 점이 가장 고민이었어요. 나이를 먹은 용의 스타일을 정말 많이 준비했었어요. 누가 봐도 40대인 모습부터 요즘 선배님들을 보면 40대라고 해도 20대보다 더 젊어 보이시는 분들도 많잖아요. 그런 스타일도 준비 했었고. 사실 부끄럽기는 한데, 정우성 선배님을 모델로 중년의 용을 표현해 보려고 노력을 하긴 했었어요(웃음). 물론 얼굴의 주름과 피부 톤 등은 분장으로 해결할 수 밖에 없었죠.”
‘동감’을 촬영하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1999년대의 소품들이다. 옷차림부터 대학 생활 그리고 ‘동감’의 가장 큰 소품인 무선 통신기 HAM, 모두가 신기한 것뿐이었다고. 또한 얼마 전 있었던 VIP시사회에선 ‘동감’의 원작 배우인 유지태가 참석해 응원을 해주기도 했단다. 여진구는 깜짝 놀랄 분도 시사회에 참석해 주셨다며 이름을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배우 여진구. 사진=고고스튜디오
“우선 신기한 것 투성이였죠. 세기말 유행어인 ‘방가방가’ ‘하이루’ 등은 제가 어릴 때 듣긴 했었던 말들이라 그렇게 낯설지는 않았어요. 하하하. 근데 이제 옷차림이나 대학 생활 등은 되게 신기하긴 했어요. 꼭 옛날 영화 속에 들어온 느낌이랄까. 대학교의 글씨체와 피켓 등도 진짜 신기했고, 특히 무선 통신기 HAM은 정말 신기했어요. 그리고 유지태 선배님이 시사회에 오셔서 진짜 어깨가 으쓱했죠. 특히 진짜 깜짝 놀랄 분은 최민수 선배님이세요. 제가 예전에 드라마에서 아들로 나온 적이 있었는데 우연히 연락이 되셔서 시사회 당일 근처에 계신다고 오셨어요. 너무 놀랐고 감사했죠.”
워낙 어린 나이부터 연기자 생활을 해온 여진구다. 다양한 작품 다양한 장르를 소화하며 배우로서의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는 그는 20대 중반에서 30대를 바라보는 시점에 서 있다. 그리고 대한민국 남자로서 반드시 통과해야 할 군입대도 남아 있다.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하지만 특유의 낙천적이고 유쾌한 성격은 그를 지치지 않게 하는 원동력이다.
배우 여진구. 사진=고고스튜디오
“아직 체력적으로나 심적으로는 18세 수준 이에요(웃음). 그리고 군대? 가야죠. 당연히 가야죠. 몸과 마음이 건강한 대한민국 남자로 살아가고 있는데 당연히 가야죠. 아직 시기는 조율 중인데 가는 건 너무 당연한 것이라 얘기할 필요도 없을 듯하고요. 앞으로 30대를 바라보고 있는데 더 다양한 배역으로 다양한 작품을 만나보고 싶어요. 바라는 건 진짜 매력적인 악역도 꼭 해보고 싶어요. 더 성숙하고 더 커진 배우가 되면 저한테도 기회가 오겠죠(웃음)”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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