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 (사진=김성은 기자)
[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입지, 분양가, 정주여건 등 매력이 떨어지는 상품이 소비자의 선택을 못 받는 것은 당연합니다. 지금 서울에서 미분양된 단지도 바로 그런 곳들이고요. 청약 열기가 식었다 해도 될 곳은 됩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서울 청약시장에 대해 정상적인 시장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평가했다.
14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이달 11일까지 집계한 올해 서울 청약 경쟁률은 평균 26.39대 1이다. 청약시장이 뜨거웠던 지난 △2021년(164.13대 1) △2020년(87.97대 1)과 비교하면 크게 낮아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2019년(31.67대 1) △2018년(30.60대 1) △2017년(12.59대 1)으로 범위를 넓히면 우려할 수준은 아니며, 오히려 지난 2년간 과도했던 청약 열기가 비정상이었다는 설명이다.
고금리 여파로 매수세가 약화됨에 따라 서울 미분양 주택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서울 미분양 물량은 54가구에 불과했지만 올 9월 719가구까지 늘었다.
윤 수석연구원은 "서울에 있다고 무조건 경쟁률이 높고, 완판된다는 법칙은 없다"며 "분양가, 가구수, 브랜드 등 여러 기준에서 소비자 눈높이에 맞지 않으면 외면 당하는 것이 맞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오피스텔, 도시형생활주택 등 비아파트까지 나왔다 하면 완판됐던 시기는 지났다"며 "지금은 가격 이점이 있는 브랜드 대단지 위주로 실수요자들이 몰리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전국 및 서울 청약 경쟁률 추이. 2022년 청약 경쟁률은 11월 11일까지 집계. (자료=부동산R114)
그는 서울 미분양 주택의 임계점을 1000가구 이상으로 봤다. 서울 내 미분양 물량이 1000가구를 넘어 2000가구까지 도달하면 위험 수준으로 판단할 수 있지만 아직 그럴 단계는 아니라는 것이다.
서울 미분양 물량 추이를 살펴보면,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덮쳤던 시기 미분양은 2511가구(2013년 1월)까지 상승했다. 이후 2000가구대 안팎을 유지하다 2012년 7월 3146가구로 3000가구를 돌파했다. 2013년 9월 4331가구를 찍고 세 자릿수로 떨어졌다.
일각에서는 현 부동산 시장을 2008년과 유사하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역대급 집값 상승기 이후 나타난 하락세 때문이다.
윤 연구원은 미분양 확대 배경을 자세히 보면 2008년과는 차이가 크다고 꼬집었다. 그는 "노무현 정부에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도입하면서 2007년까지 인허가 받은 단지에 한해 분상제 적용을 면제해줬다"며 "이에 2008년 분양 물량이 급증하면서 전국 16만여가구가 미분양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제여건이 안 좋으니 내 집 마련 시기를 뒤로 미룬 데다 이명박 정부의 '반값 아파트' 정책으로 기존 청약시장에 수요가 사라졌었다"면서 "핵심지에 위치한 반포자이도 미분양이 날 정도"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지금은 분양가상한제 적용으로 분양가가 시세 대비 낮아 과거 미분양 사태가 재현될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이런 이유로 내달 공급을 추진하는 둔촌주공 재건축 아파트의 청약 흥행을 점쳤다. 서울 강동구 둔촌1동 일대에 자리한 둔촌주공 5930가구는 재건축을 통해 지상 최고 35층, 85개동, 총 1만2032가구의 새 아파트로 거듭난다. 일반분양 물량만 4786가구에 달한다.
윤 연구원은 "둔촌주공 분양가는 분상제 적용으로 주변 시세보다 저렴해 강남권에 진입할 절호의 찬스로 여겨진다"며 "수요자들이 대거 몰려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둔촌주공 분양을 향후 서울 청약시장의 가늠자로 판단했다. 그는 "둔촌주공 조차 팔리지 않는다면 수요자들이 매수 시기를 한참 뒤로 미루겠다는 의미"라며 "청약 심리가 확 꺾여 침체기간이 길어질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윤 연구원은 앞으로 분양가 상승을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분양가는 토지비와 건축비로 구성되는데, 토지비는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등 굵직한 금융 이슈가 있었던 시점을 제외하고는 꾸준히 상승했다"면서 "건축비의 경우 공사 원가 상승으로 건설사들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고 분양가 상승 이유를 나열했다.
그러면서 "분양가상한제 등 가격 통제로 분양가를 눌렀지만 건설사도 적정 마진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할인분양 등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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