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이태원 참사'를 수사중인 경찰이 이태원 해밀톤호텔 대표이사 A씨를 호텔 주변 불법 구조물을 세우고 도로를 허가없이 점용한 혐의(건축법·도로법 위반)로 입건했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은 9일 오전 경찰청 마포청사 특수본 사무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해밀톤호텔 대표 A씨를 입건했고, 오전 11시부터 해밀톤호텔과 대표 A씨의 주거지 등 3개소에 수사관 14명 투입,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며 "혐의 내용은 호텔 공간 2층 후면과 별관1층, 본관 서측의 불법건축물을 건축하고, 해당 도로를 허가없이 점용한 혐의"라고 밝혔다.
해밀톤호텔은 지난 2013년부터 무단 증축이 적발돼 위반건축물로 등록됐지만 이행강제금만 징수하고 시정하지 않아 피해 규모를 키웠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김태수 국민의힘 서울시의원(성북구 제4선거구)이 서울시 주택정책실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해밀톤호텔은 지난 2013년부터 위반건축물로 적발돼 징수된 이행강제금이 5억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관과 별관으로 나뉜 해밀톤호텔은 총 7건의 무단 증축이 적발됐다. 2013년부터 지금까지의 이행강제금은 본관 1억 3996만원, 별관 3억6556만원으로 총 5억553만원이다.
김동욱 특수본 대변인은 "이번 압수수색을 통해 해밀톤 호텔의 불법 건축물이 이태원 사고의 원인으로 작용했는지 여부를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원 참사와 관련된 혐의에 따라 피의자로 입건된 건 이날 해밀톤호텔 대표 A씨를 포함해 총 7명이다. 앞서 특수본은 지난 7일 박희영 용산구청장과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총경), 류미진 서울경찰청 인사교육과장(총경), 최성범 용산소방서장 등 6명을 각각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했다.
윤희근 경찰청장과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의 피의자 전환 여부에 대해 김 대변인은 "현재 참고인 신분이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날 류미진 총경에게 업무상 과실치사에서 직무유기 혐의로만 적용된 이유와 관련해서는 "류 총경이 사고 보고를 받은 시점이 11시 몇분으로 확인됐고 상황실 위치에서 상황관리관으로서 임무를 수행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만 직무유기로 입건했다"며 "사고 발생 사실을 알면서도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계속 수사하고 있다"고 답했다.
행정안전부와 대통령실 압수수색이 진행되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수사 상황과 법리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추가적인 압수수색은 향후 수사를 진행한 후 판단할 사안"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태원 참사와 같은 대형 사고는 초기에 광범위한 증거 신속하게 확보하는게 가장 중요하다"며 "현재 단계에서 필요한 수사에 집중하고 있지만 어떤 기관이라도 법령상 책무와 역할이 있었음에도 부실한 조치에 따라 사고의 결과를 초래했다면 수사 대상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찰 '셀프 수사'에 대한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일각의 지적과 관련해서는 "경찰조직의 명운을 걸고 엄중하고 공정하게 수사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지난 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현장 모습. 골목 오른편이 해밀톤 호텔 건물이다. (사진=연합뉴스)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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