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지난 9월 우리나라 경상수지가 한 달 만에 흑자 전환했다. 경상수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상품수지가 흑자 전환한 영향이 컸다. 하지만 흑자 규모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대폭 줄었다. 경기 하강 국면 속 향후 경상수지 흐름도 둔화될 가운데, 대외 변동성이 높아지면서 연간 경상수지 전망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한국은행이 8일 발표한 '2022년 9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9월 우리나라 경상수지는 16억1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 8월 이례적으로 30억5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한 이후 한 달 만에 흑자로 전환했다. 그러나 1년 전과 비교하면 흑자폭이 88억9000만달러나 급감했다.
경상수지 흑자폭은 올해 들어 줄곧 감소 추세다. 실제 추이를 살펴보면 경상수지 흑자폭은 지난 2월 16억4000만달러, 3월 4억4000만달러로 줄어든 이후 5월에는 65억5000만달러, 6월 32억2000만달러, 7월 66억2000만달러, 8월 104억9000만달러로 각각 축소됐다.
경상수지 흑자폭 감소는 국제유가 상승으로 수입 증가 속도가 수출 증가 속도보다 빠르기 때문이다. 9월 통관기준 수출은 전년동월대비 2.7% 증가한 574억5000만달러를 기록했고, 수입은 18.6% 증가한 612억3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에너지류를 제외하면 수입은 전년동월대비 5.3%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황상필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최근 경상수지 흑자폭 축소는 일본, 독일 등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에서 공통으로 나타는 현상으로 이를 고려하면 상당한 수준"이라면서도 "향후 수출 흐름은 중국 방역조치 완화, 글로벌 성장세 완화 및 IT 부문 반등 등에 좌우되고 수입은 에너지 유가 움직임에 크게 좌우돼 국제 경상수지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분야별로 보면 경상수지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면서 수출과 수입의 격차를 의미하는 상품수지는 전년동월대비 90억6000만달러 급감한 4억9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수출이 대중국 수출 부진과 반도체 경기 악화 등의 영향으로 23개월 만에 처음으로 감소한 반면, 수입은 높은 수준의 에너지 가격이 유지되면서 늘었기 때문이다. 실제 9월 상품 수입은 565억9000만달러로 18% 증가한 반면, 상품 수출은 0.7% 줄어든 570억9000만달러를 나타냈다.
서비스수지는 3억4000만달러 적자를 기록, 두 달 연속 적자 흐름을 이어갔다. 적자폭도 전년동월대비 2억8000만달러 확대됐다. 여행수지는 5억4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해 1년 전(4억8000만달러 적자)과 유사한 수준을 보였지만, 운송수지가 11억8000만달러 흑자에 그치며 흑자폭이 7억2000만달러 감소했다.
우리나라 국민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순소득인 본원소득수지는 18억4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해 흑자폭이 7억1000만달러 확대됐다. 배당소득수지가 3억9000만달러 흑자에서 12억2000만달러 흑자로 대폭 늘어난 영향이다. 이전소득수지는 3억8000만달러 적자를 냈다.
경기 하강 속 향후 경상수지 둔화 흐름이 불가피한 가운데, 연간 기준 경상수지 흑자폭도 당초 한은이 전망한 370억달러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한은은 지난 8월 올해와 내년 경상수지가 370억달러, 340억달러 가량 흑자를 낼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한은이 당초 전망한 연간 경상수지 370억달러를 달성하려면 4분기 월평균 42억9000만달러 흑자를 이뤄내야 한다. 그러나 10월 무역수지는 이미 67억달러 적자를 기록한 상태다. 여기에 1400원대 수준의 고환율로 원화 가치 하락 속도가 빠르고 글로벌 수출 둔화 등은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때문에 올해 연간 경상수지 전망치는 11월 수정 경제전망에서 하향 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황 국장은 "변화한 대외 여건을 반영에 오는 24일 발표되는 11월 수정 경제전망에서 연간 경상수지 전망치가 변경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황상필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이 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2022년 9월 국제수지(잠정)의 주요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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