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공인중개소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백아란기자)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금리인상과 집값 고점 인식으로 부동산 매매 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분양권 시장은 양극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지난 6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서울 등 수도권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 대해 투기과열지구 지정을 해제하면서 주택거래에 숨통을 틔워준 결과다. 다만 이자 부담과 미분양 증가로 일부 지역에서는 분양가보다 낮은 가격에 분양권이 거래되는 '마피'(마이너스 프리미엄) 매물이 나오는 등 우려의 시각도 여전히 존재하는 모습이다.
7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3분기(7~9월) 전국에서 거래된 아파트 분양권은 총 7833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동기(1만4376건)와 비교해 45.51% 감소한 수준이지만, 전분기(7429건)에 견주면 5.44% 늘어난 규모다. 같은 기간 아파트 매매의 경우 직전분기보다 41.2%, 전년동기대비 66.2% 쪼그라들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온기가 돌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정부의 조정대상지역 해제 등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이 영향을 미쳤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지난 6월말 주거정책심의위원회(주정심)을 열고 대구 수성구와 대전 동구·중구·서구·유성구, 경남 창원 의창구 등 세종을 제외한 지방 지역의 투기과열지구 지정을 해제한데 이어 지난 9월에는 세종시와 인천 서,남동,연수구 지역을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했기 때문이다. 사실상 서울과 경기도를 제외한 지방 전 지역이 청약과 대출 등 규제에서 벗어난 셈이다. 분양권 거래량 역시 수도권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서 늘었다.
지역별로 보면 강원도의 분양권 전매거래가 412건으로 규제 해제 조치가 발표되기 전인 지난 2분기 보다 174.7% 급증했으며 울산(60.7%), 경남(34.2%), 제주(25%), 충남(18.9%), 충북(5.26%), 대전(4.55%) 등도 오름세를 보였다.
수도권 비규제지역과 지방 광역시 민간 택지의 경우 2020년부터 주택 전매 제한 기간이 소유권 이전 등기시까지로 늘어난 상황이지만, 가격 방어에 비교적 강한 대단지 아파트나 지역의 경우 프리미엄이 붙는 상황이다.
(표=뉴스토마토)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내년 9월 입주 예정인 부산 ‘대연 푸르지오 클라센트’ 전용면적 84㎡ 분양권은 지난 10월말 6억1789만원에 팔리며 분양가(4억8640만원~5억5290만원) 대비 최고 1억원 가량 뛰었고, 부산이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된 후 처음 분양해 관심을 모은 양정자이더샵SKVIEW(2276가구)의 경우 1순위 청약 평균 경쟁률이 58.88대 1을 기록한 바 있다.
아울러 전북 익산에 짓고 있는 ‘익산자이 그랜드파크’의 경우 지난 9월 전용 126㎡ 분양권이 분양가 8억8000만원보다 약 1억5000만원 오른 10억2989만원에 거래됐고, 충남 ‘서산 푸르지오 더 센트럴’은 전용 84.97㎡ 분양권이 공급금액(3억3900만원)보다 1000만원 오른 3억4938만원에 손바뀜이 이뤄졌다.
하지만 추가 금리인상에 대한 부담과 거래절벽으로 일부 단지에선 ‘무피(무프리미엄)’는 물론 ‘마피’ 도 등장하고 있다. 특히 최근 집값 하락세가 뚜렷했던 인천에서는 미추홀구 주안동 ‘주안파크자이더플래티넘’의 전용 59㎡가 분양가 대비 3000만원 낮은 3억9850만원에 매물로 나왔으며 부평구 부평동 '부평중앙하이츠프리미어' 전용 분양권이 마이너스 프리미엄 2000만원이 붙은 3억3600만원에 매물로 나왔다.
이밖에 서울 송파 더 플래티넘의 경우 분양가 대비 5000만원 내려간 14억2260만원에 매물이 등장했으며 울산 동구 ‘지웰시티자이2단지’ 전용 84㎡ 분양권은 지난달 4억3635만원에 손바뀜됐다. 분양가가 4억4500만원선에 책정됐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가격 내림세를 보인 것이다.
한편 시장에서는 대장주 단지 후속으로 분양하는 단지의 분양권에도 높은 웃돈이 붙어 거래될 것이라면서도 정부의 규제 완화 규모 등에 따라 분양권 시장 흐름이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분양업계 한 관계자는 "지역 내 일명 노른자위 입지를 선점하고 있는 대장주 아파트의 경우 불황 속에서도 가격 방어에 강한 만큼 웃돈이 붙어 거래 되는 등 지역 수요자들의 선호도가 강하게 나타나는 등 다"면서도 "지역별로 대장주 후속 아파트 여부와 규제 등에 영향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원은 "비상경제민생회의 정책 등으로 실수요자들의 대기 수요가 발생함에 따라 재고주택 거래 절벽은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급급매물 또는 직거래 비중이 상승해 실거래가 왜곡을 야기할 수 있어 당분간 주택 거래 가격은 불안정하게 변동폭을 확대해 갈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