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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정부가 대통령 주재 비상경제민생회의를 대국민 생중계하면서 이목이 집중됐다. 고금리와 대출 규제에 돈줄이 막힌 국민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대출 한도가 늘어나는지였다.
대출 규제와 관련해선 무주택자·1주택자 주택담보대출비율(LTV) 50% 완화,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주담대)를 허용한다는 내용이 발표됐다. 정부는 이번 조치를 통해 금융규제를 정상화하고 무주택 실수요자들에게 내 집 마련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LTV만 풀어주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유지하는 것으로 대출 문턱을 낮추기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주담대 금리가 조만간 8%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무주택 실수요자들이 대출을 통해 집을 마련하기에는 금융비용 부담이 너무 크다. 소득이 제자리인 반면 이자비용이 가파르게 늘어 소득 대비 원리금상환비율인 DSR 규제에 가로막히는 것이다.
DSR은 유지되고 LTV를 완화하면 결국 고소득자만 대출 가능금액이 늘어나 혜택이 집중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비상경제민생회의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서민을 위한 정책과는 거리가 멀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대통령과 장관이 농담을 주고받으며 웃는 모습은 씁쓸하기까지 했다.
앞서 강원도는 레고랜드 테마파크 조성을 위해 강원중도개발공사를 통해 발생한 205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의 지급보증을 철회하면서 '레고랜드 사태'가 촉발되기도 했다.
강원도가 지급보증을 한 까닭에 어음은 신용평가사로부터 최고 신용등급(A1)을 받았는데,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개발공사가 빌린 돈을 강원도가 대신 갚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법원에 회생신청을 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히면서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번져나갔다.
국가와 다름 없는 지자체를 믿고 투자했는데, 채무를 못 갚겠다고 손을 들어버리자 채권시장이 패닉 상태에 빠진 것이다. 시장이 급속도로 얼어붙자 정부는 부랴부랴 긴급 유동성 대책을 내놓겠다고 시장 불안 잠재우기에 들어갔다. 김진태 지사는 "좀 미안하다. 어찌 됐든 전혀 본의가 아니다"는 사과 아닌 사과를 내놨다.
지난 29일 밤 '핼러윈 데이'로 인파가 몰린 서울 이태원 골목에서는 대규모 인원이 압사 사고로 숨지는 참사가 일어났다. 이태원 참사를 책임있게 수습해야 할 정부 인사들의 부적절한 말이 분노를 키우고 있다.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찰을 미리 배치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는 망언에 가까운 발언으로 국민적 공분을 일으켰다. 민생이 수렁에 빠져있는데 책임질 위정자가 보이지 않으니 국민 속만 타들어간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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