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 외쳤던 여야, 민생특위 '빈손' 종료
국민의힘 "상임위서 논의 계속" 대 민주당 "국민의힘, 정부 눈치만"
용혜인 "면피성 민생특위, 국민들 보기 부끄러우니 의지 없이 시늉만"
2022-10-31 16:42:11 2022-10-31 16:42:11
류성걸 특위원장 주재로 지난 9월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민생경제안정특별위원회 4차 회의가 열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여야가 시급한 민생 현안부터 처리하자며 지난 7월 구성한 국회 '민생경제안정특별위원회'(민생특위)가 31일 이렇다 할 성과 없이 석달 간의 활동을 종료했다. 민주당은 정부가 민생 법안에 예산 등을 이유로 부정적 의견을 보이자 국민의힘이 소극적으로 나섰다고 주장했고, 국민의힘은 원구성 협상 전 임시 형태의 기구였던 만큼 각 상임위원회에서 논의를 이어가면 된다는 입장이다. 서로 책임을 미루면서 여야가 강조했던 민생은 이번에도 뒷전이 됐다. 
 
여야는 지난 7월20일 국회 본회의에서 민생특위 구성을 의결하고, 민생 의지를 다졌다. 여야 합의에 따라 특위는 여야 각 6인과 비교섭단체 1인을 포함해 총 13인으로 구성됐다. 위원장은 여당인 국민의힘 소속 류성걸 의원이 맡았고, 활동 시한은 10월31일까지로 정해졌다. 국민의힘은 민생특위 출범 당일인 20일 "첫째도 민생, 둘째도 민생, 셋째도 민생"이라며 "만시지탄이지만 이제 여야가 힘을 모을 수 있게 됐다"고 반겼다. 류성걸 의원 역시 첫 회의가 열린 7월26일 "특위가 원활하게 진행되어 가시적인 성과가 조속히 도출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민생특위에서 논의된 안건은 크게 △납품단가연동제 △화물차 안전운임제 △대중교통비 환급 △유류세 탄력세율 확대 △직장인 식대 비과세 확대 등이다. 지난 7월29일 열린 두 번째 회의에서 △유류세 탄력세율 확대 △직장인 식대 비과세 확대 관련 법안을 처리해 8월2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이후 3차례 더 회의를 열었으나 사안 별로 합의점에 도달하지 못했다. 여야는 지난 25일 마지막 전체회의를 열고 △납품단가연동제 △화물차 안전운임제 △대중교통비 환급 및 소득공제를 논의하려고 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해 회의 개최가 무산됐다. 결국 10월27일 본회의에서 관련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한 채 활동 종료 기한을 맞았다.
 
납품단가연동제, 화물차 안전운임제, 대중교통비 지원 등에서 여야 모두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방법론에서 이견을 보였다. 납품단가연동제의 경우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면서 여야 지도부까지 공언했던 법안인 만큼 기대가 컸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중소벤처기업부의 6개월간 시범 시행을 지켜보자는 입장이고, 민주당은 합의 가능한 수정안을 제시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했다. 대중교통비 지원 역시 김진표 국회의장이 중재하고 윤 대통령도 민주당 안에 긍정적 의사를 보였던 법안이다. 그러나 지원 방법에서 국민의힘은 소득공제를, 민주당은 환급을 주장하고 있다. 화물차 안전운임제의 경우 민주당의 일몰제 폐지와 국민의힘의 기한 연장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류성걸 특위원장이 지난 9월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열린 민생경제안정특별위원회 4차 회의에서 관계자와 대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민주당은 수차례 중재안을 마련했지만 국민의힘에서 소극적으로 나섰다고 했다. 야당 간사를 맡은 김성환 의원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국민의힘을 탓하는 건 아니지만 별로 성의가 없었다. 여러 차례 중재안도 내고 내부적인 입법 발의안까지도 사전에 공유하며 의견을 조율하자고 했는데 합의되지 않았다. (민생특위)성격상 합의제 처리 기구라 표결하거나 그럴 수 있는 성질이 아니다. 여야 한 측에서 합의하지 않으면 처리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제 상임위에서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가장 이견이 컸던 화물차 안전운임제에 대해서도 중재안을 제시했으나 국민의힘이 정부 눈치만 봤다고 주장했다. 김성환 의원은 "일몰제 완전 폐지가 당초 목표였는데 현실적으로 폐지가 어렵다면 기한을 연장하고 화물연대 주장에서 범위를 축소하는 안으로 국민의힘과 협상했지만 어렵다는 의견이 돌아왔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논의 과정에서 정부 반대가 있었고 그러다 보니 국민의힘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비교섭단체로 참여한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도 "업무보고 당시 정부에서 부정적인 답변을 받았다. 그래서 여러모로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여야 민생특위는 여야의 원구성 협상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임시로 만들었던 기구인 만큼, 정기국회가 열렸으니 해당 상임위에서 법안을 심도 있게 논의하면 된다는 방침이다. 여당 간사를 맡은 김정재 의원은 통화에서 "(민생특위를)나름 잘 마쳤다"고 평가했다. 그는 "민생특위 목적은 상임위 구성이 언제 될지 모르니 우선 중요 법안을 논의하자는 것"이라며 "원래 상임위에서 (법안을)논의하는 게 원칙이다. 민생특위에서 1~2주 안에 간사 간 협의하는 건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또 "민주당은 우리 당이 반대했다고 하는데, 우리는 우리 안이 있다. 납품단가제는 6개월 시범실시 결과를 보고 장단점을 반영해 법안을 통과시키자는 것이고, 안전운임제는 품목 확대 없이 연장만 가능하다는 입장"이라며 "교통비 환급은 퍼주기 아니냐. 법 집행에서 중요한 건 형평성 아닌가. 대중교통 이용자들 형편은 안 됐지만 기름값 아껴가는 경우는 뭔가"라고 반문했다. 민생특위에 참여했던 장동혁 의원 역시 "민주당 의견에 특별한 이견은 없다. 다만 문제점을 최소화하자는 것"이라며 "민생 문제에 반대할 경우 그로 인한 국민 비판과 부정적 의견이 돌아올 것이 뻔한데 무작정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정부여당으로서 재정적, 시간적 제한 요소를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감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여야의 정쟁이 격화되면서 민생 현안이 실종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용혜인 의원은 통화에서 "유류세 인하 말고 민생특위에서 제대로 논의된 게 없다. 사안별로 한 번 정도 정부의 업무보고 받기에 불과했다"라며 "제가 볼 땐 면피성으로 민생특위를 구성한 측면이 있고, 결국 성과 측면에서도 돌이켜봐도 국민들 보니 부끄러우니 특위 만들어서 시늉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그는 "민생특위의 위상과 중요성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렇게 논의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들리는 말로는 각 상임위에서 논의하고 싶어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결국 상임위 성과 아닌가. 원구성과 상관없이 민생 법안을 논의했었어야 했는데 민생특위 운영에 대해 양당 의지가 없었던 거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한편 국민의힘은 민생특위 종료 이후에도 '민생경제대책특별위원회'에서 계속해서 민생 문제를 다룰 예정이다. 위원장은 민생특위 위원장이었던 류성걸 의원이 맡는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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