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블러 시대, '금산분리' 규제틀 손질해야"
은행연합회, 금산분리 개선방향 세미나 개최
2022-10-26 17:14:27 2022-10-26 17:14:27
[뉴스토마토 이혜현 기자] 금융과 비금융 경계가 모호해지는 빅블러(Big-blur) 시대가 도래한 가운데 금산분리 규제가 새로운 산업의 족쇄로 작용하지 않도록 현행법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산분리는 금융자본인 은행과 산업자본인 기업이 상대 업종을 소유하거나 일정 지분 이상 지배하는 것을 금지하는 제도다.
 
26일 은행연합회는 금융·비금융 융합을 위한 금산분리·업무위탁 개선방안을 논의하는 '금융규제혁신 세미나'를 개최했다.
 
김광수 은행연합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빅블러 시대를 맞아 이종산업 간 융·복합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만큼 금융산업 확대를 위해 새로운 규제 틀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제1주제 발표자로 나선 정순섭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금융을 포함한 경제환경 자체가 근본적으로 변화하는 상황에서 금융업의 역할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금산분리 규제는 안전성과 효율성이 충돌되는 전형적인 사례로 자회사, 부수업무 범위를 시장 상황과 환경변화 가능성, 금융기능 차이 등을 고려해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금융회사 기능 확대라는 관점에서 금산분리 규제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도 나왔다.
 
그는 "금산분리의 기본원칙은 유지하되 사업모델 다양화를 위한 업무범위 확대를 추구하면서 안정적인 위험관리의 기본체계는 강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제2주제 발표자로 나선 정준혁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각종 디지털 기술 활용을 통한 금융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 되고 금융업무 혁신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만큼 금융회사와 업무위탁 양상이 변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업무수탁자의 역할이 갈수록 중요해짐에 따라 수탁자 리스크가 위탁자로 전이될 수 있고, 금융소비자 보호와 관련한 공백도 발생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 교수는 업무위탁 제도 개선 방향을 제시했다. 그는 "금융회사와 제3자 업무위탁이나 제휴를 통해 업무의 일부를 수행하는 경우, 금융회사는 수익을 올릴 수 있지만 제3자 업무 내용에 따라 금융회사 리스크도 증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제3자 리스크 관리는 단순히 금융회사의 업무위탁 관리나 금융 감독기관에 대한 보고 측면에서 접근할 문제가 아니라,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와 관련된 매우 핵심적인 업무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금융회사 이사회가 업무위탁으로 인한 위험을 관리하는 기준을 설정하고 실제 실행에 관한 중요한 사항을 결정하고 그 업무를 집행할 최종적인 책무가 있음을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플랫폼을 통한 광고 등 제3자와 제휴를 하는 경우는 규율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는데, 규율 범위를 업무제휴 등을 포함하는 제3자 리스크 관리 전반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종합토론에 참석한 전문가들도 금산분리 재검토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재홍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디지털 전환이라는 환경 변화에 맞춰 금산분리·업무위탁 규제를 재검토할 시점"이라며 "자회사 출자·부수 업무는 금융회사의 비금융 기능 확대라는 관점에서 완화가 필요하고 업무위탁은 금융회사의 외부자원 활용을 확대하되 수탁사 리스크는 감독 당국 가이드라인에 따라 이사회가 관리하도록 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승영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데이터 경제라는 시대적 흐름에서 개별 은행도 오픈 플랫폼을 활성화하기 위해 업무 범위에 대한 포괄주의 전환을 고려할 필요가 있으며 업무위탁 계약에 수탁자가 감독기관의 조치권을 수용한다는 애용을 포함하는 방안 등을 긍정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소장도 "위험관리 강화를 전제로 금융회사의 업무 범위 확대를 통한 사업모델 다양화를 추진함으로써 빅테크와 규제 차별을 해소하고 핀테크 투자 활성화도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김연준 금융위원회 은행과장은 "금융의 디지털화, 금융과 비금융의 융합 가속화 등 환경변화에 대응해 자회사 출자, 부수 업무, 업무위탁 등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경청해 방안을 구체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26일 은행연합회는 금융·비금융 융합을 위한 금산분리·업무위탁 개선방안을 논의하는 ‘금융규제혁신 세미나’를 개최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이혜현 기자 hyu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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