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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K-경쟁력' 반도체 외 대안이 없다
(반도체 '치킨게임'②)GDP 7%·17.5만명 종사 '효자산업'
실적 악화는 세수 감소 직결…"정부 나서 경쟁력 저하 막아야"
2022-10-27 06:00:10 2022-10-27 06:00:10
 
 
[뉴스토마토 조재훈 기자] IT기기 수요 감소에 따른 재고 증가, 가격 하락으로 국내 반도체 업계들의 실적에 적신호가 켜졌다.
 
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는 3분기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4분기를 지나 내년까지도 이같은 흐름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일각에서는 K-반도체의 부진이 곧 세수 감소는 물론 국가 경쟁력 저하로 직결되기 때문에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6일 통계청에 따르면 반도체는 1992년 이후 우리나라 수출 품목 1위를 줄곧 기록하고 있다. GDP 기여도도 6.7%에 달하는 '효자 산업'이다. 인력도 17만5000명이 근무중인 상태로 일자리 문제에서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상황이 반전됐다. 올 하반기 들어 메모리 시장 침체가 실적 악화로 이어지는 분위기다.
 
이같은 현상은 정부 지표에서도 감지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이미 8월에 26개월만에 처음으로 역성장을 기록한 반도체 수출액은 지난달에도 전년 동월 대비 5.7% 감소한 114억8900만 달러(약 16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수출의 '대들보' 역할을 해온 반도체가 두 달 연속 감소 흐름을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생산량 감소세도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 폭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양대 반도체업체들의 실적도 심상치 않다. 유리한 원달러 환율 환경에서도 증권가들은 이들 기업의 실적 전망치를 잇따라 낮춰잡고 있다. 이날 발표된 SK하이닉스의 3분기 실적은 메모리반도체 수요 감소로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60%나 감소한 1조원대에 그쳤다.
 
SK하이닉스는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메모리 반도체 산업이 전례 없는 시황 악화 상황에 직면했다"며 "메모리 주요 공급처인 PC, 스마트폰을 생산하는 기업들의 출하량이 감소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7일 확정 실적을 발표할 예정인 삼성전자도 마찬가지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전방 시장 수요가 예상보다 더욱 강하게 위축되고 있어 3분기에 이어 4분기에도 실적 감익이 불가피하다"며 "실적 감익은 내년 2분기까지 지속될 것"이라도 내다봤다.
 
삼성전자 클린룸 반도체 생산현장. (사진=삼성전자)
 
이들 기업의 실적 악화는 세수 감소 등 국가 살림살이에도 큰 부담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우리나라에서만 12조원에 달하는 세금을 납부했다.
 
지난 7월 삼성전자가 발간한 ‘2022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가 전세계 정부에 납부한 조세 공과금은 전년 대비 33.3% 증가한 14조8000억원이다. 이 중 80%에 해당하는 11조8000억원이 국내 납부 몫에 해당된다. 올해는 이같은 세수가 줄어들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법인세는 기업의 영업이익에 직결된다.
 
전문가들은 하루 빨리 정부 차원에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반도체 강국을 외치지만, 정작 반도체 위기에서 정부가 넋놓고 있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경쟁국인 미국·유럽·일본 등은 앞다퉈 반도체에 전폭적인 지원책을 모색하며 기업을 뒷받침하고 있다. 
 
해외 지원이 국내보다 유리하고, 미국이 주도하는 반도체 동맹 등이 기승을 부리면서 '반도체의 탈한국'도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는 견해도 설득력을 얻는다. 삼성전자는 미국, TSMC는 일본, 인텔은 유럽에 신규 공장을 짓기 시작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경제 침체 우려 속 기간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과 강한 조력이 많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업사이클이 됐을때는 다시 자력으로 회복할 수 있겠으나 다운사이클 시기 반도체 산업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반도체 의존도를 줄일 수 있는 한국의 대표상품을 찾아야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국 반도체 산업이 메모리 분야에서 세계 1,2위를 차지한 기간은 40년 넘게 걸렸다.
 
최근 전기차 등 자동차 발전으로 각광받는 배터리 산업도 20년 넘게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궤도에 진입하는만큼 중장기적인 한국만의 특화산업을 키우려는 노력과 지원이 절실하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반도체 산업처럼 40년 후를 바라보는 미래 먹거리 산업이 보이지 않는다는 한탄이 여기저기서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결국 현실적으로 보면 반도체 이후 배터리 산업이 커지고 있는데 이외에는 뚜렷한 차세대 먹거리가 보이지 않는다"며 "AI, 모빌리티 등은 이미 해외업체들이 먼저 치고 나간 상황에서 정부와 업계가 함께 제2의 성장동력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재훈 기자 cjh125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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