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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 부진' SK하이닉스, 영업익 60%↓…투자 줄인다(종합)
PC·스마트폰 생산 기업 출하량 감소로 산업 악화
10조원대 후반 올해 투자액 대비 내년 50% 감축
2022-10-26 10:55:30 2022-10-26 10:55:30
[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SK하이닉스(000660)가 메모리 수요 부진과 반도체 가격 하락의 영향으로 올해 3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 모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감소했다. 수요보다 공급이 초과하는 상황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SK하이닉스는 내년 투자도 절반 정도 줄이기로 했다.
 
SK하이닉스는 26일 경영 실적 발표회를 열고, 올해 3분기 매출 10조9829억원, 영업이익 1조6556억원(영업이익률 15%), 순이익 1조1027억원(순이익률 10%)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동기보다 매출액은 7%, 영업이익은 60% 각각 감소했다.
 
이번 실적에 대해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거시경제 환경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D램과 낸드 제품 수요가 부진해지면서 판매량과 가격이 모두 하락해 전 분기 대비 매출이 감소했다"며 "최신 공정인 10나노 4세대 D램(1a)과 176단 4D 낸드의 판매 비중과 수율을 높여 원가 경쟁력이 개선됐는데도 원가 절감 폭보다 가격 하락 폭이 커서 영업이익도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이날 실적 발표를 통해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지속하면서 메모리 반도체 산업이 전례 없는 시황 악화 상황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이는 메모리 주요 공급처인 PC, 스마트폰을 생산하는 기업들의 출하량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SK하이닉스는 3분기 실적 발표 후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현재 메모리 시장의 다운턴은 불확실성 때문에 이례적으로 심각하다"며 "많은 재고를 가진 고객 입장에서도 더는 이 상황을 즐기기에는 쉽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D램은 공급이 제한돼 있고, 고객도 힘든 상황을 더 빨리 복원할 힘이 강하다"며 "낸드는 공급이나 가격 탄력성 변화 요인으로 시장 예측 가능성을 이야기하기가 더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시점이 업황이 개선되는 시점일 것"이라며 "내년 하반기를 기대하고 있으나, 더 다운턴이 길어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SK하이닉스는 데이터센터 서버에 들어가는 메모리 수요는 단기적으로 감소하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꾸준히 성장세를 탈 것으로 내다봤다. AI, 빅데이터, 메타버스 등 새로운 산업의 규모가 커지면서 대형 데이터센터 업체(Hyperscaler)들이 이 분야 투자를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는 "당사가 고대역폭 제품인 HBM3와 DDR5/LPDDR5 등 D램 최신 기술을 선도하고 있어 장기 성장성 측면에서 회사의 입지가 확고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올해 3분기 업계 최초로 238단 4D 낸드를 개발했고, 내년에 양산 규모를 확대함으로써 원가 경쟁력을 확보해 수익성을 지속해서 높여갈 것으로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SK하이닉스는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상황이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와 관련해 SK하이닉스는 10조원대 후반으로 예상되는 올해 투자액보다 내년 투자 규모를 50% 이상 줄이기로 했다.
 
아울러 SK하이닉스는 앞으로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은 제품을 중심으로 생산량을 줄여 나갈 방침이다. 일정 기간 이처럼 투자 축소와 감산 기조를 유지하면서 시장의 수급 밸런스가 정상화되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SK하이닉스는 "수요가 강하지 않았으나 우선 생산한 후 수요를 찾는 제품이 수익성이 낮은데, 그러한 제품 중심으로 우선 웨이퍼 투입을 재검토하고 있다"며 "단기적 감산 효과를 가져오는 다양한 시나리오 검토 중이고, 일부는 실행 중"이라고 밝혔다. 
 
노종원 SK하이닉스 사업담당 사장은 "당사는 지난 역사 동안 항상 위기를 기회로 바꿔왔던 저력을 바탕으로 이번 다운턴을 이겨내면서 진정한 메모리 반도체 리더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24회 반도체대전(SEDEX: Semiconductor Exhibition 2022)에서 관람객들이 SK하이닉스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편 대중국 반도체 장치 수출을 막기 위한 신규 통제 조처를 발표한 미국 행정부는 최근 SK하이닉스가 1년 동안 별도의 심사를 받지 않고 중국 반도체 공장에 관련 장비를 공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방침을 통보했다.
 
이에 대해 SK하이닉스는 "미국 정부가 당사의 중국 내 장비 공급에 관한 라이센스를 1년간 유예했고, 그러한 상황에서 현재 투자에 대해 허가를 받았다고 볼 수 있다"며 "향후 유예 조치가 1년씩 연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나,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기존 비지니스 측면에서 효율적이고 저렴하게 생산해서 공급하는 상식이 외적인 영향으로 불확실한 상황이 됐다"며 "생산 거점을 다변화하는 것은 중장기적으로 보면 필수불가결하지만, 단기적으로 변화를 주는 것은 쉽지 않다"고 부연했다. 
 
이어 "우시를 포함해 중국에 있는 팹에서 문제가 생기면 장비를 매각하거나 한국으로 가져오는 다양한 시나리오 검토하고 있지만, 그러한 상황이 오지 않고 팹을 운영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SK하이닉스는 우시에서 D램 공장을, SK하이닉스의 자회사 솔리다임(옛 인텔 낸드사업부)은 다롄에서 낸드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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