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전세 찾아 떠나는 세입자…갭투자·영끌족 이자 지원까지
이자 오르고 수요 줄자…전세 보증금, 2년 전 수준으로 회귀
갭투자·영끌족 집주인 '난감'…세입자 모시기 경쟁
월세 아닌 급전세 찾는다…"월세가격 조정될 것"
2022-10-26 06:00:00 2022-10-26 06:00:00
서울 시내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전세 매물 정보가 표시돼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 서울 전세 아파트에 거주하는 42세 직장인 A씨는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해 4년까지 한 곳에 살 생각이었지만 최근 일대 전세가격이 많이 떨어지면서 이사를 결심했다. 이사비용이 들지만 높아진 금리를 감안하면 더 저렴한 전세매물을 찾거나 월세로 갈아타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금리 인상으로 전세자금대출 이자 부담은 커진 반면 전세가격은 급격히 하락세를 보이면서 세입자들이 주거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집을 옮기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전세매물이 부족해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랐지만 이제는 집주인들이 세입자 모시기에 나섰다.
 
25일 KB국민은행 월간 시계열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중위 전세가격은 지난달 6억658만원에서 이달 5억9966만원으로 떨어져 6억원 선이 무너졌다.
 
중위가격은 조사 표본을 가격 순으로 나열했을 때 정중앙에 위치한 값을 말한다. 서울 중위 전세가격이 6억원 밑으로 내려간 것은 지난해 2월(5억9739만원) 이후 1년 8개월 만이다.
 
전세가격은 매매가격과 함께 동반 하락하고 있다. 기준금리 3% 시대가 열리면서 대출 금리가 무섭게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2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전세자금대출 금리(주택금융공사 보증, 신규코픽스 6개월 연동 기준)는 연 4.540∼7.057%를 보였다. 지난해 말 전세자금대출 금리는 3~4% 수준이었다.
 
전세 자금을 빌린 세입자들의 이자 부담이 커지다 보니 월세로 갈아타는 수요가 늘어난 상황이다. 동시에 2년 전보다 더 낮은 전세 보증금 매물이 속속 나오면서 이를 찾는 수요자들도 늘고 있다.
 
실제로 전세가격은 2년 전 수준으로 회귀하고 있다. 부동산R114가 올해 10월 수도권 아파트 278만4030가구의 전세가격을 2년 전과 비교한 결과를 보면, 전체 2.8%(7만8412가구)는 2년 전 가격보다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 서울은 2.1%, 경기 2.5%, 인천 6%의 비중을 보였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주거 선호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소규모 주택 단지나 구축 아파트에서 이런 현상이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면서 "실제 시장에서는 이런 매물들이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리 인상 이슈 뿐만 아니라 월세 전환이나 계약갱신청구권 사용 등으로 전세 수요가 분산되는 경향이 있다"면서 "이 때문에 2년 전 전세가격으로 돌아오는 아파트 비중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세입자들이 주거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다른 매물을 찾아 나서면서 매매가와 전세가의 차이를 이용해 갭투자를 했거나,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로 집을 사 전세를 놓은 집주인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이들은 전세금을 주택 매수자금의 일부로 활용했기 때문에 전세 세입자가 나가면 다른 곳에서 돈을 구해 내어줘야 한다. 가장 쉬운 방법은 다른 세입자를 찾는 것인데, 전세수요가 급감한 시기 퇴거 날짜를 맞춰 세입자를 구하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기존 세입자를 잡기 위해 시세가 내린 만큼 전세 보증금을 내주는 '역전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일각에서는 새로운 세입자를 받기 위해 이사비 지원을 비롯해 이자 지원을 내건 사례도 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전세가격 하락세가 지속되면 월세로 가려고 했던 전세 수요가 급전세를 찾아 이동하는 경우가 많아질 수 밖에 없다"면서 "그렇게 되면 월세가격도 조정을 받아 상승세 둔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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