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전문가들은 '카카오 서비스 먹통 사태'와 관련해 금융소비자 불편에 따른 사후 조치와 디지털 금융 리스크 재발 방지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번 사태로 정치권을 중심으로 재부상하고 있는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지나친 규제보다는 책임을 묻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3일 정부와 금융권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카카오 사태를 계기로 2년 전 국회 통과가 무산된 '방송통신발전기본법 개정안', 일명 '데이터센터 규제법'을 재발의하기 위해 검토에 들어갔다. 데이터센터 규제법은 지난 2020년 3월 당시 민생당 소속 박선숙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이다. 지상파 방송사와 주요 통신사에 집중된 재난관리 대책을 카카오·네이버처럼 서버·저장장치·네트워크 등을 제공하는 '부가통신사업자(데이터센터 사업자)'로 넓히는 게 핵심 내용이다. 또 재난 대비 항목에 '주요 데이터의 보호'를 추가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 법안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소관 상임위인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를 통과했지만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에서 막혔다. 당시 카카오·네이버 등 인터넷 기업들은 "지나친 규제"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정부의 관리감독 아래에 들어가면 자칫 기업의 정보보안 유지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데이터센터 규제법은 최근 카카오 사태로 다시 재점화되면서 정치권에서는 관련 입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여야는 한 목소리로 플랫폼 기업의 독과점 문제를 꼬집으며 국회가 나서서 관련법을 정비할 것을 예고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플랫폼 기업의 독과점 폐해에 대해서는 대책의 필요성은 공감한다. 다만 지나친 정부 규제가 과도한 민간 개입이 될 수 있기에 규제 방향이 사회적 책임을 묻는 방식으로 접근할 것을 주문한다.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는 "이번 사태로 사후 조치와 재발 방지 대책의 내용과 이행이 가장 중요해 보인다"며 "인증, 금융, 메신저 등이 일상생활의 필수 요소로 자리잡은 만큼 디지털 서비스 안정성 의무를 강화하면서 사회적 책임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이번 사태의 본질은 카카오가 문어발식 사업 확장에만 집중하고 기본적인 서비스 관리 책임을 위한 투자에는 관심이 없었다는 데 있다"고 꼬집으면서 "디지털 서비스 전체에 대한 법적 규제 체계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독점적 플랫폼의 문제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단순히 독점사업자에 대한 규제로 논의가 변질하거나 자체 데이터센터 부재에만 주목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학과 교수는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지만 적용 범위나 대상에 있어서 진입 장벽을 높이는 규제가 도입되면 오히려 부작용이 클 것"이라며 "과도한 규제가 자칫 인터넷 혁신 생태계를 망가뜨릴 수도 있어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 쪽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운데)가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 관련 당정협의회'를 열고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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