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오전 대전시 유성구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세계지방정부연합(UCLG) 총회 개회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대통령실이 7차 핵실험을 앞두고 미사일 도발을 이어가고 있는 북한에 한미 동맹과 한미일 군사협력 두 축이라는 기조로 대응하고 있다. 기존 한미 동맹에서 한 발 더 나아간 것으로, 자칫 한반도를 둘러싸고 '한미일' 대 '북중러' 신냉전이 고착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현재 심각한 안보위기에 정부는 한미 동맹과 한미일 3자 안보협력을 포함한 국제 공조로 잘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북한 위협에 대응하는 두 축은 한미동맹과 한미일 3자 안보협력이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출근길에서도 '한일 양국 군사협력 강화에 대한 국민 우려가 있다'는 질문을 받자 "핵 위협 앞에서 어떤 우려가 정당화될 수 있느냐"고 반문하며 한미일 공조를 뒤흔들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민주당에서 '친일 국방', '욱일기' 등의 표현을 써가며 한미일 군사협력 강화를 비판하는 데 대해서도 "현명한 국민들이 잘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도 같은 날 한 라디오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동북아에 직면한 위협"이라며 "불이 났다면 불을 끄기 위해서 이웃이 힘을 합치는 건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고 했다. 이 부대변인은 "북한이 개발 중인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흔히 게임체인저라고 한다"며 "잠수함이 언제 어디서 나타나서 탄도미사일을 발사할지 사전 탐지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은 잠수함을 탐지할 수 있는 초계기가 미국 다음으로 많은 나라"라며 한미일 3각 공조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한미 동맹과 한미일 3자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공고하다"며 "최근에 핵추진 항공모함인 로널드 레이건함이 재전개된 상황에서도 읽을 수 있다고 보이고, 과거보다 훨씬 공고하고 훨씬 강화된 형태의 확장억제를 추진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또 한미일 연합훈련은 문재인정부 당시 합의된 사항이라는 점도 강조됐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12일 외신기자 간담회 모두발언에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이후에 이뤄진 10월6일 통화에서도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정상간의 격의없는 소통을 통해 일치된 대북 대응을 해 나가기로 했다"며 "이렇게 한일관계에 좋은 흐름이 이어지면서 한미일 3자 안보협력도 제대로 자리를 잡아 나가고 있다"고 자평했다.
한미 연합 해상훈련에 참가한 한미 해군 함정들이 29일 동해상에서 기동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은 미 원자력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CVN-76) 항해 모습. (사진=연합뉴스)
군 출신의 이균철 국민의힘 중앙위원회 상임고문(육사·42기)은 이날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군사적 관점에서 일본이 필요한 이유는 한미 연합작전에 필수적이기 때문"이라며 "일본에는 7곳의 후방기지가 위치하는데, 이곳에 한반도 작전지원을 위한 미군의 물자, 장비, 탄약 등 대부분의 시설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일본의 정보자산은 활용성이 매우 높다"며 "미군 뿐만 아니라 유엔군 한국 파병의 중간기지"라고 강조했다.
그간 윤석열정부의 외교안보 제1기조는 한미 동맹으로 압축됐다. 여기에서 심화된 북핵 위협을 계기로 한미일 군사협력까지 한 발 더 나아갔다. 윤 대통령은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도 힘을 쏟고 있다. 안보분야 전문가들은 한반도를 둘러싼 '한미일' 대 '북중러'의 신냉전 우려와 함께, 열강들의 이해 속에 당사자인 남북 간 대화 창구가 실종된 것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이와 함께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중심으로 친일 논쟁까지 격화됐다.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어떻게 한미 동맹에 더해 세계 6위의 군사력을 갖고 있는 나라가 불과 몇십 년 전 대한민국을 수십 년간 무력침탈한 나라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방위하기 어려우니 도움을 받겠다, 한미일 합동군사훈련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를 할 수 있는가. 참으로 믿기 어려운 발언"이라고 공세를 이어갔다. 이 대표는 앞서 동해 공해상에서 전개된 한미일 연합훈련에 대해 "극단적 친일행위"라며 친일 논쟁에 불을 당겼다.
이런 상황에서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식민사관' 실언까지 겹치며 한미일 안보협력에 찬물을 끼얹는 분위기다. 계속된 여당발 악재에 대통령실 내에선 "도움이 안 된다", "아군인지 적인지 모르겠다"는 반응까지 흘러나왔다. 정 위원장은 전날 이 대표를 비판하는 과정에서 "조선은 왜 망했을까. 일본군의 침략으로 망한 걸까. 조선은 안으로 썩어 문드러졌고, 그래서 망했다. 일본은 조선왕조와 전쟁을 한 적이 없다"고 말해 논란을 자초했다.
민주당은 즉각 정 위원장 발언을 '전형적인 식민사관 언어'로 규정하고 "이완용 같은 친일 앞잡이들이 설파했던 그런 주장들을 여당 대표 입으로 듣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날을 세웠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유승민 전 의원은 "이재명의 덫에 놀아나는 천박한 발언"이라며 "당장 이 망언에 대해 국민께 사과하고 비대위원장 직에서 사퇴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했다. 김웅 의원도 "전형적인 가해자 논리"라고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당 안팎의 비판에도 정 위원장은 "논평의 본질을 왜곡하고 호도하면 안 된다"며 "지금 이 대표가 일본군의 한국 주둔을 얘기하고, 또 문재인 전 대통령이 김정일 비핵화 약속론을 얘기한 것은 대한민국의 안보를 멍들게 하는 망언이고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기존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날 여의도에서 열린 '2022국민미래포럼'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서도 "그건 식민사관이 아니라 역사 그 자체다. 제발 공부들 좀 하시라"고 반박했다. 또 자신을 겨냥해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메시지를 낸 이재명 대표에게 "'역사의 진실'을 모르는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응수했다.
최윤철 상명대 군사학과 교수는 "일본과의 협력 문제는 역사와 안보라는 투트랙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 교수는 "국민들에게 분명히 반일 감정으로 받아들여지는 부분이 있는데 이를 무시하면 국민 의지가 결집이 안 된다"며 "일본과의 투트랙을 정교하게 잘 만들어서 국민을 설득하고 일본과의 안보관계를 잘 이어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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