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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팝 밴드 밸리 "Y2K, 90년대 문화가 좋아요"
'슬로우 라이프 슬로우 라이브'로 첫 내한
드레이크, 저스틴 비버 배출지…캐나다 토론토 출신
"단순 기록과 판매량 집착 않는 음악가 될 것"
2022-10-11 17:18:52 2022-10-11 17:18:52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상쾌한 가을 바람과 맑은 햇살이 연상되는 현대적인 팝 사운드, 그러나 시계를 돌리려는 이들의 생각이 궁금했다. 
 
"옷, 영화, 음악 상관없이 90년대 문화를 좋아하는데 저희가 당시 이해할 정도 나이는 아니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오히려 그렇다 보니 환상과, 그걸 부활시키고자 하는 마음이 생기는 것 같거든요."
 
이들의 대표곡 배경이 되는 1999년은 제목부터 한국인들에게 친숙하다. 금 모으기 운동과 지독한 경제위기 직후, 마이클 잭슨이 내한 단독 무대를 꾸미던 문화 융성의 해.
 
'프렌즈를 보고, 인터넷도 없던, Y2K(곡 'Like 1999' 가사)'라고 노래하는 이들의 '가상 노스탤지어'가 지금 세계 Z세대들에게 물드는 과정이 흥미롭다.
 
캐나다 출신의 팝 밴드 밸리(Valley). 사진=유니버설뮤직코리아
 
최근 서면으로 만난 캐나다 출신의 팝 밴드 밸리(Valley) 멤버들, 롭 라스카(보컬), 마이클 브랜돌리노(기타), 알렉 디마우로(베이스), 카라 제임스(드럼)는 "우린 언제나 과거 향수를 마음에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며 "90년대 문화가 최근 부활하는 것을 보고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역사가 무해한 표현의 방식으로 되풀이될 때가 좋은 것 같다"고 했다.
 
밸리는 2014년 캐나다 토론토에서 결성됐다. 드레이크, 저스틴 비버, 더 위켄드, 숀 멘데스 같은 세계적인 음악가들의 배출지. 이 곳의 지역적 특수성이란 것은 대체 어떤 것이기에.
 
"토론토는 다양한 문화와 사람들이 공존하는 도시죠. 이런 환경은 결국 음악에도 그대로 영향을 주는 것 같아요. 저희도 캐나다 출신 선배 아티스트들의 음악을 들으며 자랐어요."
 
멤버들은 "밴드를 결성한 첫 해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수많은 걸 꿈꾸는 동시에 많은 것들이 지루하기도 했던, 정말 순수했던 사춘기 시절이었다"고 돌아봤다.
 
"4명이 모이자, 서로 부족한 점들이 보완되는 기분이었습니다. 각자 밴드에서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서, 한 명이라도 떠나면 밴드를 움직여온 심장이 멈추는 느낌이 들 거예요. 이건 정말 특별한 일이기 때문에, 절대로 당연하게 생각해서는 안 되는 일이기도 해요."
 
지난 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 잔다마당에서 열린 '슬로우 라이프 슬로우 라이브(슬라슬라)' 무대에 선 캐나다 출신의 팝 밴드 밸리(Valley). 사진=프라이빗커브
 
2015년 첫 EP 'Car Test'로 시작해 이듬해 첫 데뷔 정규 음반 'This Room Is White'를 발표했다. 이후 'Nevermind(2020)'와 'Hiccup(2020)' 같은 싱글들과 'Maybe(2019)', 'Last Birthday(2022)' 같은 EP 음반들이 Z세대 팝 음악 팬들 사이 각광받고 있다.
 
지난해 발표한 싱글 'SOCIETY'에서는 '노래가 잘 팔리면서 내가 초심을 잃은 것 같아'라며 성찰과 반성, 결심도 숨김없이 드러낸다.
 
"우리가 평소에 믿고 따르는 이 ‘게임’이 보기와는 다르다는 점을 전하고 싶었어요. 평상시엔 단순 기록과 판매량 등에 집착하게 될 수도 있지만, 사실 좋아하는 음악을 만들다 보면 그런 것들은 중요하지 않아지거든요. 자세한 설명 없이, 저희가 예전에 그런 상황에 처했을 때 어떻게 빠져나왔는지 알려주는 곡이에요. 앞으로는 절대로 다른 누군가가 저희에게 곡을 어떻게 쓰고, 판매를 어느 정도 해야 하고, 어떤 밴드가 되어야 하는지 말하게 놔두지 않을 거예요."
 
주로 신디사이저와 기타효과로 만들어내는 말랑한 팝 멜로디에서는 고즈넉한 자연미가 느껴진다. 그러나 드럼과 베이스의 리듬 타격이 뒤쫓으며 그려내는 역동성은, 단순히 정적이기만 한 감상용 음악은 아니다. 지난 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 잔다마당에서 열린 '슬로우 라이프 슬로우 라이브(슬라슬라)' 첫 날 두 번째 무대에 오른 이들은, 'Be the Reds' 티셔츠를 입고 공중 회전을 하는가 하면, 객석으로 돌진하며 현장을 달궜다. 토끼처럼 뛰어다니는 객석을 보며 생명력 넘치는 음악이라 느꼈다.
 
지난 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 잔다마당에서 열린 '슬로우 라이프 슬로우 라이브(슬라슬라)' 무대에 선 캐나다 출신의 팝 밴드 밸리(Valley). 사진=프라이빗커브
 
"밸리는 언제나 인생을 위한 BGM을 만들어왔다고 생각해요. 인생을 한 편의 장편영화라고 생각했을 때, 저희 음악이 장면 장면 들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단순하지만, 그게 저희 솔직한 마음이에요. 저희 밴드가 음악적으로 어떤 변화를 겪게 되든지, 누군가는 저희 음악을 듣고 위로를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가장 중요한 거잖아요."
 
K팝과도 접점이 많아지고 있다. 'Like 1999'는 국내에서도 엑소 디오, 데이식스 원필 등 K팝 아이돌들이 추천해 유명해졌다. "저희도 완전 팬이거든요. 그 분들이 추천하셨다고 하니 저희에게도 의미가 남달라요. 협업을 원하는 아티스트가 있다면, 저희도 언제나 마음이 열려 있어요. 한국의 음악과 문화에 대해 배우는 과정에서 새로운 아티스트들도 알아갈 수 있어 정말 기뻐요!"
 
코로나 팬데믹 이후 이번 '슬라슬라'로 첫 내한한 것과 관련해선 "세계를 돌아다니며 저희 음악을 들려드릴 수 있다는 게 아직도 꿈만 같다. 코로나가 끝난 요즘엔 이런 점에 더 감사하게 됐다"고 했다. 
 
"이쪽 업계가 쉽지만은 않은데, 저희는 운이 좋게도 어릴 적 꿈을 실현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국을 방문하고 공연까지 할 수 있다는게 너무 신기하고 한편으로는 너무 감동입니다."
 
지난 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 잔다마당에서 열린 '슬로우 라이프 슬로우 라이브(슬라슬라)' 무대에 선 캐나다 출신의 팝 밴드 밸리(Valley). 사진=프라이빗커브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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