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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태의 경제편편)대기업 부채도 유의해야
2022-09-28 06:00:00 2022-09-28 06:00:00
지난 5월 SK렌터카, SK머티리얼즈, 롯데글로벌로지스 등 몇몇 대기업이 프라이머리 담보부채권(P-CBO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했다. P-CBO는 신용도가 낮은 회사채를 모아 기초자산으로 삼아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을 거쳐 발행되는 유동화증권이다. 중소기업을 위한 정부의 지원 프로그램이지만, 코로나19 이후 대기업으로 적용 범위가 확대됐다. 그렇지만 대기업으로서는 다소 체면 구기는 일이다. 그럼에도 이들 대기업은 굳이 써먹었다. 모종의 이유로 자금조달이 원활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사실 요즘 금리상승기에 대기업들의 재무 사정에도 눈을 돌리지 않을 수 없다. 지난 6월 한 언론이 보도한 한국산업은행 미래전략연구소가 발간한 주간KDB 리포트에 따르면 은행들의 대기업 대출잔액은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14조3000억원 증가했다. 증가 폭이 전년 동기의 5배 가깝다. 만기 1년 미만 CP와 전자단기사채 등의 잔액은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13조8000억원 증가했다. 전년동기 대비 75% 늘어난 것이다.
 
요컨대 대기업 부채가 급증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부채비율이 높아지고 이자 부담이 증가한다, 계획했던 증시 상장도 좌절되곤 한다.
 
이를테면 SK스퀘어 보안 자회사인 SK쉴더스가 올해 상장 계획이 무산됐다. 상장을 통한 자금조달이 어려워짐에 따라 부채를 해결하는 것이 발등의 불로 떨어졌다. 이토마토 보도에 따르면 SK쉴더스의 올해 1분기 연결기준 순차입금 1조8971억원, 부채비율 749%를 헤아린다. 한국이 1997년 외환위기를 겪은 이후 부채비율 200%는 기업 재무구조의 마지노선으로 여겨져 왔다. 그런데 SK쉴더스의 경우 그 한계를 훨씬 넘어선 것이다.
 
그런가 하면 아시아나항공, CJ CGV, 한화 등의 부채비율이 1000%를 웃돈다. 저마다 나름대로 사연과 이유가 있겠지만, 요즘 같은 금리 상승기에는 조마조마하다.
 
지난 5월 한국경제연구원은 '미국 금융 긴축의 전개와 금리 정책에 대한 시사점'이란 보고서에서 코로나19 위기 이후 2020년 1분기부터 2021년 4분기 동안 법인기업의 예금은행 대출(잔액 기준) 평균 증가율(2.44%)은 가계대출 평균 증가율(1.95%)보다 높았다. 나라의 관심이 온통 가계대출에 쏠려 있는 사이 대기업 대출이 은근히 더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이다. 한경연은 "금리 상승으로 인한 부채의 부실화 가능성은 기업 부문이 더 클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올바르고 정확한 지적이라고 하겠다.
 
기업 부담을 고려해 금리인상 속도 조절 필요성이 제기되기도 한다. 경제 주체들이 금리 인상에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일리 있는 주문이다. 한국의 힘만으로 할 수만 있다면 그렇게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의 금리인상 속도는 사실 한국 정부나 한국은행의 통제 밖이다.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사실상 주도권을 장악하고 있다. 개방경제를 지향하는 한국은 따라가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한국과 미국의 금리는 지난주 미국의 대폭 인상으로 말미암아 또다시 역전돼 버렸다. 이제 한국도 미국처럼 일거에 0.5%포인트 이상 올려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따라서 기업들 스스로 상황의 엄중함을 인식해 스스로 부채를 줄이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부채를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는 필요 이상으로 보유하고 있는 자산이나 사업을 매각하거나, 유상증자에 의한 대주주 자본투입 또는 외부 자본 유치 등 여러 가지가 있다. 기업마다 적합한 방법을 선택해 진행하면 된다.
 
이를테면 SKC가 지난 6월 필름 사업을 매각해 1조6000억원을 확보하기로 한 것은 훌륭한 결단이었다. SKC의 필름 사업은 유서 깊은 사업이다. 지난 1977년 국내 최초로 PET 필름을 개발한 데 이어, 1980년에도 한국에서 처음으로 비디오테이프를 개발하는 등 국내 필름산업을 선도해왔다. 그만큼 매각에 따른 아쉬움이 컸을 것이다. 그렇지만 SK의 설명대로 빚을 늘리지 않고 2차전지, 반도체, 친환경 등 신사업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하다. 동국제강이 최근 브라질 제철소를 매각하기로 한 것도 과단성 있는 결단으로 여겨진다.
 
기업들이 스스로 부채감축 노력을 기울이는 한편 금융당국과 한국은행 등도 부채 증가 억제를 위한 적절한 통제력을 발휘하거나 신호 보내는 일에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아울러 정부와 기업의 긴밀한 소통이 필요하다.
 
차기태 언론인(folium@nate.com)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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