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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대한항공 기업결합, 미국·EU 승인 ‘고비’
(대한항공-아시아나 결합①) 14개 중 5개국 승인 남아
이달 영국서 본심사 돌입...다른 나라도 심사 진행중
EU, 한국 조선사 결합 반대했지만 항공은 다른 시장
항공 공급력 북미·유럽 월등...양사 결합은 위협 안돼
2022-09-22 06:00:10 2022-09-22 06:00:10
 
 
[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에 속도가 붙고 있다. 올해 2월 국내 승인 이후 7개월만에 호주 경쟁당국 승인이 되면서 남은 5개국 심사에도 관심이 쏠린다.
 
기약 없던 대한항공(003490)-아시아나항공(020560) 기업결합 심사 결과가 최근 나오면서 나머지 경쟁당국 승인이 연말까지 마무리될 지 주목된다. 대한항공은 그간의 성과와 양사 결합이 세계 항공 시장에 미칠 영향 등을 검토하며 각국 심사에 전방위 대응하고 있다.
 
 
지난 2월 9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촬영한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항공기. (사진=연합뉴스)
 
2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영국 경쟁당국은 이달 양사 기업결합에 대한 심사를 본격화했다. 11월 중순까지 1차 심사를 하는데, 기업결합이 자국 시장 경쟁력을 감소시킨다고 판단하면 2차 심사에 돌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은 14개 국가 중 5개국 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앞서 대한항공은 지난해 1월부터 9개 필수신고국가 경쟁당국에 기업결합신고를 진행했다. 지금까지 한국, 터키, 대만, 베트남 경쟁당국으로부터 기업결합승인을 받았다. 태국은 기업결합 사전심사 대상이 아니라고 통보했다.
 
임의신고 국가의 경우 이번달 무조건 승인한 호주를 포함해 싱가포르, 말레이시아로부터 승인 결정을 받았다. 필리핀은 신고 대상이 아니어서 절차를 종결했다.
 
남은 다섯 곳은 필수신고국인 미국과 유럽연합(EU), 중국, 일본, 임의신고국인 영국이다.
 
업계는 항공시장에서 영향력이 큰 미국이나 EU가 승인할 경우 다른 국가들도 긍정적인 결정을 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각국 심사에 전방위적인 노력을 펴고 있다. 미국에서 세컨드 리퀘스트(Seconde Request) 자료 제출과 대상 노선에서의 신규 항공사 진입을 동시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말 세컨드 리퀘스트 자료 제출을 마쳤고 미국 경쟁당국 절차에 따른 심사가 예정돼 있다.
 
EU에서는 사전협의(Pre-consultation) 절차가 진행중이다. 대한항공은 중복노선에 대한 신규 항공사 유치에 나서고 있다.
 
중국에선 지난해 1월 신고서 제출 이후 10여 차례 보충자료를 제출했다. 현재 중국 당국의 시장조사 등 세부사항 검토가 진행중이다.
 
일본에서도 지난해 1월과 9월 각각 설명자료와 신고서 초안 제출을 마쳤다. 이후 추가 요구 자료도 냈다. 대한항공은 "경쟁당국의 자체 경제분석과 시장조사 등을 통한 심사가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연초 국내 조선사 결합이 무산된 사례가 있지만 항공업계는 "시장 구조가 다르다"며 기대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지주사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 사례는 세계 최정상급 조선사 간 결합 시도였지만 국내 항공사는 다르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2019년 기준 국내 1위와 2위 업체다. 하지만 세계시장에선 44위와 60위 사업자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한국 항공산업은 전세계 네트워크를 봤을 때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미비하니 경쟁 제한이 문제되지는 않을 것 같다"며 "지리는 물론 비행기 대수에서 유럽계 항공사들에게 국내 항공사가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한국항공협회가 지난달 펴낸 '항공시장동향'에 따르면, 5월 기준 국제공항협회(ACI) 소속 주요 공항 여객처리 순위는 1~5위가 미국이었다. 그 뒤로 6위 튀르키예, 7위 영국, 8위 인도, 9위 프랑스, 10위가 네덜란드 소재 공항이었다. 한국은 제주공항이 39위, 김포와 인천공항이 각각 54위와 143위, 부산 김해공항이 156위였다.
 
대한항공 화물기. (사진=대한항공)
 
항공 공급력 차이도 크다. 5월 국제연합(UN) 산하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항공 공급력 점유율은 북미 28.3%, 유럽 27.6%다. 아시아태평양이 18.7%로 뒤를 이었다.
 
상위 15개 항공사가 전세계 유상여객 킬로미터(RPK)의 53.9%를 차지했지만 여기에 국내 회사는 포함되지 않았다. 미국 아메리칸항공과 유나이티드항공, 델타항공이 1~3위를 차지했다. 유럽 회사 IAG와 루프트한자그룹이 4~5위였다.
 
이용자 국적이 대부분 한국인이라는 점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유럽행 노선 비행기는 한국사람이 한국에서 출발했다가 돌아오는 경우가 많아, (기업 결합은) 비행기를 두 대 타다가 하나로 합쳐 타는 꼴"이라며 "유럽 손님을 뺏는 것도 전혀 아닌데다 현지에 항공사도 공항도 많아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도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조 회장은 지난 6월 외신 '글로벌 플라이트' 인터뷰에서 "늦어도 연말까지는 EU와 미국 승인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인수 과정의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현재 대한항공은 해외 경쟁당국으로부터 양사 결합 이전과 유사한 경쟁환경을 유지하기 위한 신규 항공사 진입을 요구받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국내·외 항공사를 신규 항공사로 유치하기 위해 전방위적으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이를 토대로 각국 경쟁당국에서 요구하는 신규 진입 항공사를 물색하는데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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