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영빈관 신축 논란에 윤석열 대통령이 하루 만에 '철회' 지시를 내렸다. 특히 878억원의 예산이 편성된 영빈관 신축에 대해 대통령실 일부 수석들도 몰랐던 것으로 드러났다. 윤재순 총무비서관 등 극히 일부 참모만 공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영빈관 신축이 대외적으로 알려진 것도 꼼꼼히 예산을 심의했던 한병도 민주당 의원 때문이었다. 이후 영빈관 신축에 따른 여론이 악화되고 민주당이 예산 전액을 삭감하겠다고 나서자 윤 대통령은 결국 포기를 결정했다.
대통령실은 영빈관 신축 결정과 철회 과정을 놓고 투명하지 못한 행태로 일관했다. 아직까지 이렇다 할 해명이 없다. 영빈관 신축 예산 편성은 한병도 의원 문제 제기로 지난 15일 밤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그러자 대통령실은 16일 오후 브리핑까지만 해도 "용산 시대에 걸맞은 영빈관의 필요성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공감할 것"이라며 설립 당위성을 재차 강조했다. 그러나 같은 날 밤 "윤 대통령은 오늘 영빈관 신축 계획을 전면 철회하라고 지시했다"고 김은혜 홍보수석이 출입기자단 공지를 통해 알려왔다. 윤 대통령의 철회 결단만 강조했을 뿐, 당초 신축을 누가 결정했는지 등에 대한 배경 설명은 없었다.
영빈관 신축 논란을 둘러싼 여론 악화도 감지된다. 19일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 윤 대통령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평가는 34.4%로 전주보다 1.8%포인트 올랐다. 부정평가는 그 두 배에 달하는 63.2%로 집계됐다. 특히 일간 지지율 추이를 보면 지난주 14일(35.3%), 15일(35.1%)에 걸쳐 35%선을 이어가던 지지율이 영빈관 논란이 발생한 직후인 16일 다시 33.5%로 주저앉았다. 리얼미터는 "주 중반 35%선을 넘었지만 후반 들어 '영빈관' 논란에 하락하며 강보합으로 마무리됐다"고 분석했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사안의 중대성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실은 명확한 해명 없이 입을 닫고 있다. "수석들조차 영빈관 신축에 대해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 "필요성에도 불구, 국민 설득작업이 생략됐다" 등의 말들만 대통령실 주변을 떠돌 뿐이었다. 실제, 취재 결과 대다수 수석들조차 사전에 해당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언론 보도를 보고서야 알았다"는 말도 이어졌다. 결국 주문용 '끼어넣기' 예산이었던 셈이다. 그러면서 논란은 김건희 여사를 향했다. 과거 김 여사가 대선 과정에서 불거진 <서울의소리>와의 이른바 '7시간 녹취록'에서 영빈관 이전을 언급했던 대목이 자연스레 상기됐다.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 하락은 용산으로의 대통령실 이전 강행이 출발점이었다. 윤 대통령의 당선인 첫 브리핑도 용산 이전이었다. 지난 3월 용산 국방부로의 이전 계획을 발표하며 조감도까지 들고 나왔다. 대선후보 시절 공약인 '광화문 시대' 파기를 의식해서는 "당선인 신분으로 보고를 받아보니 (대통령 집무실의) 광화문 이전은 재앙 수준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당시 언급된 예산은 496억원 규모였다. 다만, 용산으로의 이전에 따른 대국민 설득 등의 의견수렴 절차는 생략됐다. 이 같은 일방적 발표는 당시 문재인정부 청와대와의 신구 권력 충돌을 야기했고, 급기야 일방통행 및 불통의 이미지만 고착화시켰을 뿐이었다.
윤석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이번 영빈관 신축 논란 역시 용산 대통령실 이전 사례를 재연했다는 평가다. 특히 대다수 참모진조차 모른 채 새해 예산안에 슬그머니 끼워넣기 식으로 추진되다 야당 의원의 눈에 적발됐다. 그러자 여야를 막론하고 대통령실의 미흡한 정무적 판단에 대한 지적이 쏟아졌다. 국민의힘 5선 중진인 정우택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에서 "영빈관 개보수 필요성이 있음에도 (신축)시기와 방법에서 정무적 판단을 잘못해 국민들에게 심려를 끼친 게 아닌가 싶다"고 지적한 뒤, "현재 민생이 어려운데 뜬금없이 800억원대 영빈관 신축을 한다고 하니 자연히 여론이 나빠질 수밖에 없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지난번 '초등학교 만 5세 입학' 논란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인 우원식 민주당 의원은 "멀쩡한 청와대 영빈관을 두고 국민적 의견 수렴 없이 878억원이나 되는 혈세 낭비를 시도했다는 것 자체가 국민들한테 실망스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우 의원은 "대체 대통령실 이전에 과연 얼마나 드는 걸까, 다른 부분에서 국민에게 말하지 않고 하는 사업은 없나 (의심이 드는 것)"이라며 "부끄럽고 민망한 일"이라고 재차 지적했다.
한편 지난 18일 5박7일 일정으로 영국·미국·캐나다 순방에 나선 윤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각) 오전 11시 런던 웨스터민스터 사원에서 엄수되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 국장에 참석한다. 이후 미국 뉴욕으로 이동해 20일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한다. 한미·한일 정상회담도 이뤄질 전망이다. 23일에는 캐나다 오타와에서 쥐스탱 트뤼도 총리와 한·캐나다 정상회담을 진행한다.
윤 대통령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례식을 하루 앞둔 지난 18일 영국 런던 버킹엄궁에서 찰스 3세 국왕 주최로 열린 리셉션에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찰스 3세에게 "자유와 평화의 수호자로서 항상 헌신하신 여왕님을 잊을 수 없을 것"이라며 "대한민국 국민 또한 이 슬픔을 함께하고 있다"고 위로했다. 찰스 3세는 "먼 곳까지 와주신 데 대해 깊은 감사를 표한다"며 윤 대통령이 기존 순방 일정을 변경하고 조문한 것에 사의를 표했다. 20일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 기조연설은 이번 순방의 하이라이트다. 기조연설은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미국 및 국제사회와의 공조에 방점이 찍힐 전망이다. 앞서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한에게 제안했던 '담대한 구상'의 재언급은 없을 것이란 게 대통령실 설명이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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