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최근 상대의 동의 없이 통화 내용을 녹음하면 최대 징역 10년형에 처할 수 있는 법안이 발의됐지만, 국내에서는 약자의 권리보호 수단 차원에서 통화 녹음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우세한 상황이다. 법안 통과 전망이 어두운 가운데 일각에선 성급한 입법화에 나서기보다는 음성권과 프라이버시권을 강조하는 계기로 삼는 데 의의를 두는 게 현명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이 지난달 18일 발의한 '동의 없는 통화 녹음 처벌법(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은 대화 당사자가 녹음 시 참여자 모두의 동의를 구해야 하고 이를 어기면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과 6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행법은 대화 당사자들 간에는 녹음이나 청취하는 것을 처벌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대화 당사자가 아닌 제3자가 다른 사람들의 사적인 대화를 녹음하거나 청취하는 행위는 불법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통화 녹음 기능이 탑재된 삼성전자 갤럭시폰의 기능이 제한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13개 주에서는 상대방의 동의 없는 통화 녹음을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어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두고 있는 아이폰은 해당 기능을 제공하지 않고 있다. 통화 녹음을 허용한 주더라도 상대방에게 명시적인 동의를 구하도록 하거나 용도를 제한하는 등 세부 규정은 제각각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통화녹음이 법적 방어권 수단이라는 인식이 우세한 분위기다. 공익적인 내부자 고발, 형사재판이나 민사재판에서 증명의 수단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통화 녹음 시 사전에 동의를 구해야 한다면 내부 고발, 범죄 수사, 언론 보도 등의 제약이 생길 것이란 우려가 크다.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에선 응답자의 3분의2가 '반대' 의견을 냈다. 리얼미터가 지난달 26일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64.1%가 '통화녹음이 내부고발 등 공익 목적으로 쓰이거나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용도로 쓰일 수 있다'며 법안에 반대했다.
반대 여론이 거세지자 윤 의원 측은 예외 조항이나 단서를 추가하겠다며 한발 물러섰으나 여전히 비판의 목소리는 높다. 비영리 사단법인 ‘오픈넷’ 소속 손지원 변호사는 "녹음 행위가 정당화되는 경우가 무궁무진하게 많은데 일일이 형사법상 조문에 열거하면 누더기 법이 되지 않겠냐"면서 "명확지 않은 개념 정의와 해석으로 헌법상 죄형 법정주의와 명확성 원칙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이어 "부조리 행위는 은밀하고 기습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당사자가 모르게 증거 확보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당사자의 비밀과 사생활 침해라는 문제 의식을 가지고 보호 수준을 높이기 위한 사회 노력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법무법인 지향의 이은우 변호사는 "성급하게 입법화가 되기는 어려워 보이나 프라이버시나 사생활의 자유도 필요하다는 논의를 제기하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면서 "해당 부분에 대해선 찬반 측이 같이 논의를 통해 보완적인 방안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통화녹음을 임대차계약이나 이혼 소송에서 증거로 활용했는데 갑자기 불법으로 바뀌게 될 경우 발생할 혼란에 대해선 논의가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윤 의원실 관계자는 "현재 법안을 준비하면서 교수·변호사 등으로부터 견해를 청취하고 연구 중"이라면서 "(법안이) 상임위에 상정됐을 때 공청회 같은 절차가 예견된다"고 말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 토론회 - 동의없는 녹음, 이대로 좋은가?'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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