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2019년 6월 영화 ‘기생충’이 전 세계 영화 시장 중심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오스카의 최고상인 작품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3년 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 콘텐츠 시장을 아우르는 ‘에미상’ 시상식에서 비영어권-아시아 국적 최초 수상 기록을 남겼다. K-콘텐츠가 올라갈 글로벌 영광의 끝을 일궈낸 셈이다.
16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 호텔에서 열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에미상 수상 기념 간담회에는 제작자인 싸이런 픽쳐스 김지연 대표와 연출을 맡은 황동혁 감독 그리고 비영어권 국적 배우 최초의 에미상 수상(게스트상) 기록을 세운 이유미, 채경선 미술감독, 정재훈 VFX슈퍼바이저, 심상민 이태영 무술팀장, 김차이 무술팀원이 참석했다. 남우주연상 수상자인 이정재는 그의 연출 데뷔작 ‘헌트’의 토론토영화제 초청 스케줄로 인해 불참했다.
(좌로부터)정재훈 VFX슈퍼바이저, 채경선 미술감독, 배우 이유미, 황동혁 감독, 김지연 대표, 이태영 무술팀장, 김차이 무술팀원, 심상민 무술팀장. 사진=김재범 기자
에미상은 기술상 부문인 ‘크리에이티브 아츠 프라임 타임’과 주요 연기 부문인 ‘프라임 타임’으로 나눠 각각 다른 날 시상식이 열린다. 앞서 지난 4일 열린 ‘크리에이티브 아츠 프라임 타임’ 에미상에서 ‘오징어 게임’은 게스트상(배우 이유미)과 시각효과상 스턴트퍼포먼스상 프로덕션디자인상을 수상했다. 이후 12일 열린 ‘프라임 타임’ 에미상에선 감독상(황동혁 감독)과 남우주연상(배우 이정재)을 수상하며 총 6관왕에 올랐다. 총 13개 부문 14개 후보에 오른 가운데 올린 성적표다.
무대에 오른 황동혁 감독은 첫 인사로 “정말 내일이면 딱 세상에 공개된 지 1년이 되는 날이다”면서 “그런 날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이런 행복한 자리를 맞이하게 돼 너무 행복하고 즐겁다. 평생 기억에 남을 여정이었다”고 말했다. 제작자인 김지연 대표는 “너무 힘들고 놀랍고 기쁘고 롤러코스터 같은 한 해였다”면서 “결과가 이렇게 좋게 마무리돼 기쁘다”고 전했다.
채경선 미술 감독은 “우리가 촬영 때 잘 만들어서 김지연 대표와 ‘우리도 에미상 한 번 가보자’라고 했었는데 진짜로 이뤄졌다”면서 “이 자리에 계신 모두에게도 감사의 말씀 드린다”고 말했다. 정재훈 시각효과 팀장은 “황 감독님과는 세 작품 정도 했었다”면서 “과정과 결과가 항상 행복했었다. 이런 즐거운 결과를 만들어 주셔서 감사하다. 시즌2에서도 좋은 결과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날 황동혁 감독과 김지연 대표는 K-콘텐츠 신드롬을 이어가기 위해 마련될 제도적 보완 장치 필요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전했다. 황 감독은 “영화로 생각하고 구상했던 작품이었다. 넷플릭스 같은 플랫폼이 국내에 들어오지 않았다면 당연히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작품이다”면서 “전 세계 많은 나라가 대한민국의 문화를 주목하고 있다. 국내 문화계에 종사하는 주요 관계자 분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지금처럼 열심히 해주신다면 지금의 분위기가 좀 더 이어질 가능성이 좀 더 높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김지연 대표는 “공개 일주일 만에 전 세계에서 1위를 했단 사실을 전해 들으면서 정말 놀랐던 기억이 있다”면서 “정말 세상이 바뀌었단 걸 느낀 시간이었다. 그런데 그 일이 벌어진 지 겨우 1년이 지났을 뿐이다. 이런 변화 속에서 각자의 권리와 할 수 있는 것들을 서로 피해보지 않으면서 논의되는 단계가 지금부터는 이뤄져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내 경험으로 미뤄보면 ‘K-무엇’을 만들기 위해 달려가다 보면 잘 안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창작자와 작가들에게 많은 시간 및 유무형의 투자가 이뤄지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오징어 게임’으로 대표되는 K콘텐츠 신드롬 이유에 대해서도 황 감독과 김 대표 그리고 채경선 미술감독과 정재훈 시각효과 팀장은 입을 모았다. 황 감독은 “우린 항상 열심히 만들고 있었고 그걸 전 세계에 알리려고 노력해 왔다”면서 “우린 언제나 수출 주도형 나라였다. 문화 상품도 마찬가지였다. K팝 제작자들도 해외로 눈을 돌려 시장을 개척해 왔다.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도 그래왔다. 욕구와 니즈가 맞아 떨어져 신드롬이란 만개의 시기가 지금 온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김지연 대표는 “과거와 달리 지금은 전 세계로 콘텐츠가 나아가는 통로가 많다”면서 “다른 나라에서도 시차 없이 곧바로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생긴 것이다. 또한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한국에서 콘텐츠를 만드는 창작자들의 수준이 상상 이상으로 높은 것도 신드롬의 원동력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채경선 미술감독은 “’오징어 게임’을 하면서 첫 번째는 새로운 것을 만들자 였다”면서 “해답은 대본에 있었다. 한국적인 문화 공간 등을 만들기 위해 시도한 게 아니라 글 속에 있는 것들에 대해 좀 더 다른 방식으로 접근했던 것이 모두에게 새로움으로 전달된 것 같다”고 말했다.
정재훈 시각효과 팀장은 “우리 분야는 기술 집약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굉장히 노동집약적인 분야다”면서 “현재 AI기술 개발 등에 투입되는 고급 인력들은 게임 쪽으로 많이 넘어가고 있다. ‘오징어 게임’이 분위기 반전 모멘텀으로서 고급 인력들이 많이 이 업계에 들어와 할리우드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성장 동력이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시상식 뒷얘기에 대한 질문 답변도 나왔다. 황 감독은 사실 가장 받고 싶은 에미상으로 ‘작품상’을 꼽았다. 황 감독은 “작품상을 받으면 모든 사람이 다 같이 무대에 올라갈 수 있다. 그런 기회가 한 번 있었으면 했다”면서 “호명될 때 마지막에 ‘S’ 발음이 나와서 ‘어’ 했는데 다른 작품이 호명돼 약간 아쉽기는 했었다”고 웃었다.
시즌2에 대한 질문에 대해선 웃음으로 난색을 표하기도 했다. 황 감독은 “이제 다음 계획은 당연히 ‘오징어 게임’ 시즌2다. 현재 대본을 쓰고 있다”면서 “내 후년쯤 나올 수 있을 듯하다. 이후에는 영화를 한 편 하고 싶은데 아직 거기까진 더 생각이 가고 싶지는 않다. 시즌1을 찍고 치아가 6개가 빠졌는데 지금도 치아가 흔들리는 느낌이다. 가장 좋아하는 마른 오징어를 이젠 먹지 못한다”고 웃었다. 이어 “시즌2에 어떤 게임이 들어가는지 혹시라도 어디서 아시게 된다면 절대 기사로는 쓰지 말아달라”면서 “내가 술자리에서 실언으로 게임을 공개하게 되면 내 입을 그 자리에서 막아 달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시즌1에서 죽음으로 하차한 배우 이유미의 시즌2 출연 여부에 대해선 ‘고민중’이란 말로 표현하기도 했다. 황 감독은 “시즌1이 이렇게 잘 될 줄 알았으면 주요 캐릭터를 그렇게 죽이진 않았을 것이다”고 웃으며 “이유미씨가 연기한 ‘지영’이도 이미 시즌1에서 죽고 그의 극중 단짝인 배우 정호연도 죽었는데 지금 질문 받고 나니 또 고민이 된다. 집에 가서 대본 쓰면서 고민해야겠다”고 웃었다.
시즌1의 기록적인 흥행으로 시즌2 제작 여건은 더욱 좋아진 게 사실이다. 황 감독은 “시즌2 제작 조건은 훨씬 더 좋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김지연 대표도 “넷플릭스와의 계약 내용에 디테일은 공개할 수는 없지만 시즌2를 계약하면서 우리 회사와 제작진 입장을 봤을 때 분명 좋은 조건 즉 ‘굿 딜’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시즌1의 흥행과는 별도로 폭력성 문제는 분명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대해 황 감독은 “그 문제는 나도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폭력이 없는 콘텐츠만 만들 수도 없다. 폭력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 폭력이 의미하는 메시지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오징어 게임에 쓰이는 폭력은 사회적 폭력 이자 우화적 폭력이라고 봐주시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이어 “외국에선 12세는 절대 못보고, 그 이상은 부모와 같이 보면서 얘기를 많이 한다고 하더라”면서 “13세 아들 딸과 이 작품을 보고 정말 많은 대화를 나눴다는 부모님들의 말도 전해 들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시즌1의 글로벌 흥행으로 시즌2의 해외 유명 배우 출연 여부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이에 대해 황 감독은 “시즌2에 유명 외국 배우 출연 계획은 절대 없다. 시즌2 역시 무대가 한국이라 나올 이유가 없다”면서 “시즌3가 만약 이뤄진다면 해외로 배경이 될지 모르겠지만 현재까진 없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오징어 게임’ 광 팬이라고 하던데 우리끼리 ‘나중에 출연 제안을 해볼까’란 농담은 해봤었다”고 웃었다.
‘오징어 게임’은 작품 공개 후 28일 동안 전 세계 누적 시청량 기준 16억 5045만 시간을 기록하며 넷플릭스 역사상 부동의 1위를 기록 중이다. 황동혁 감독과 넷플릭스 측은 ‘오징어 게임’ 시즌2 제작에 들어갔으며 2024년 공개 예정이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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