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언제쯤 세상을 알게 될지, 언제쯤 사랑을 알게 될진 우린 전혀 모른다. 하지만 살아가고 살다 보면 우린 스스로도 모르는 사이에 그 해답을 찾게 된다. 삶 자체가 그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의 길 위에 있음을 우린 전혀 모른 채 살아가면서 울고 또 웃는다. 그래서 그것이 인생이고, 그래서 그 인생은 고되고 아프고 슬플지라도 반드시 한 번쯤은 살아볼 만한 가치를 갖고 있는 것이다. 삶은 그렇게 누구에게나 그런 의미이자 그런 존재로 반드시 함께 하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린 그걸 모른 채 살아가고 있으니 어쩌면 그게 삶의 진실 이자 진짜 의미이며 목적은 아닐까 싶다.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처럼 말이다. 영화 제목처럼 ‘인생’은 정말 ‘아름다울까’ 싶은 생각도 든다. 제목의 단어적 의미대로라면 삶을 살아본 경험자의 가르침 이자 조언처럼 들린다. ‘살아보니 인생은 아름답다’란 의미적 해석이 투여된 ‘인생은 아름다워’란 짧은 문장. 이 문장 속 우린 웃고 울면서 각자의 모습을 바라보게 될 듯하다. 누군가의 엄마 아빠 아들 딸로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내 사람에게 과연 난 어떤 존재였는지. 그리고 내 삶에 대한 나 자신의 태도는 어떤 모습이었는지. ‘인생은 아름다워’는 근래 등장한 한국영화 가운데 가장 돌출적이고 기괴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작품이 될 듯하다. 뮤지컬 장르를 표방하며 등장하는 이 영화의 분위기는 축제와 흥겨움이 기본 정서이지만 죽음을 말하는 내용적 흐름과 충돌하면서 기묘한 정서를 유발시킨다. 우리 모두에게 ‘마지막’에 대한 판타지 이자 행복을 전하는 선택이 관객들의 감성을 오롯이 집중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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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중반쯤 되는 엄마 세연(염정아) 그리고 그의 남편 진봉(류승룡). 세연은 결혼 후 남편과 큰 아들 그리고 작은 딸을 위해서 자신의 모든 것을 헌신하는 아내이자 엄마로서 살아가고 있다. 몇 푼 안되는 택시비가 아까워 예약 시간이 늦는다고 해도 굳이 버스를 타고 돌고 돌아가는 짠순이 억척녀다. 그렇게 가족 보살피고 살림살이 하면서 살아온 세연에게 어느 날 날벼락이 떨어진다. 그저 위 내시경 한 번 하면 그만일 것이라 여겼다. ‘동네 누구 엄마가 그러던데’라며 ‘여기가 아픈 건 어디가 안좋은 거래’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세연에게 뜻하지 않은 날벼락. 폐암 말기다. 남은 시간은 겨우 두 달 정도. 등이 아프고 기침이 잦았지만 별일 아니라고 여겼다. 의사의 폐암 말기 선고에 진봉은 세연에게 “나 몰래 담배 피우냐”며 역정을 내는 인간이다. 겨우 두 달 정도 남은 아내의 삶에 “두 달 뒤면 큰 애 수능인데”라며 넋두리 하는 말본새에 기도 안 찬다.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스틸.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누구도 축하해 주지 않는 세연 생일날 아침. 세연은 무덤덤하게 자신의 생일 미역국을 끓였다. 아침 밥상에 올린 미역국에 진봉은 “큰 아이 수능 끝날 때까진 미역국 끓이지 말라니 깐”이라며 역정이다. 아들 눈치를 본 세연은 미안함 마음에 솥에 다시 미역국을 쏟는다. 살갑게 누구 하나 한 마디 더하 질 않는다. 남편 아들 딸 모두. 세연은 그렇게 당연하지 않은 게 당연한 취급을 받으며 가족 안에서 홀로 외롭게 죽음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그런데 말이다. 그러기엔 너무 서럽다. 화가 난다. 평생 억척스럽게 가족 뒷바라지만 하며 살았다. 남편 아들 딸 생일은 꼬박꼬박 챙겼다. 정작 자신 생일 날 미역국 한 번 끓였다고 된소리를 맞았다. ‘축하한다’ 말 한 마디 듣지 못했다. 행복이란 걸 느껴본 적이 언제 였는지 기억도 없다. 근데 두 달 뒤면 죽는다. 이렇게 죽을 수 없다. 가장 행복했던 시절, 가장 행복했던 기억으로 되돌아 가야겠다. 여고시절 첫 사랑, 교회 오빠와의 추억. 그래 그때로 돌아가자.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스틸.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인생은 아름다워’는 뮤지컬 장르다. 하지만 기존 뮤지컬 장르와는 조금 다른 ‘쥬크박스 뮤지컬’이다. 기존 무대극에선 몇 작품이 이 형식을 빌어 시도됐지만 상업 영화에선 국내 첫 시도다. 뮤지컬 장르는 영화 흐름에 맞게 새롭게 작사 작곡된 노래가 투입된 작품이다. 대표적으로 ‘레미제라블’이 있다. 반면 ‘쥬크박스 뮤지컬’은 기존 유명 노래들을 극 구조에 맞게 배치 활용해 영화 흐름을 구성한 장르를 말한다. 대표작이 ‘맘마미아’다.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스틸.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인생은 아름다워’는 가수 이문세의 히트곡을 기본 베이스로 이승철 이적 신중현 임병수 유희열 등 요즘 세대부터 과거 7080세대들까지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히트곡 넘버들을 총망라해 극 자체를 구성했다. 영화 시작과 함께 얼마 뒤 등장하는 이문세의 ‘알수 없는 인생’은 세연의 기구한 삶과 앞으로 이어질 영화 전체 흐름을 유추해 볼 수 있는 선곡으로 연출 센스를 엿볼 수 있게 한다. 세연과 진봉의 과거 연애 시절 등장하는 ‘조조할인’ 속 풋풋한 추억은 그 자체로 입가에 미소를 띠게 만든다. 이적의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은 모두의 눈물샘을 터트릴 순간에 울려 퍼지며 극장 안을 울음 바다로 만들 뇌관이 된다. 영화 중간 진봉이 아내 세연과 함께 세연의 첫 사랑을 찾아 떠나는 과정 속 등장하는 ‘휴게소 시퀀스’는 영화와 무대극 장점을 뒤섞은 색다른 구성력과 미장센으로 이 영화 장르 ‘쥬크박스 뮤지컬’ 매력을 돋보이게 하는 최고의 ‘시퀀스’로 꼽기에 부족함이 없다.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스틸.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무엇보다 ‘인생은 아름다워’가 ‘쥬크박스 뮤지컬’로서 제 역할을 톡톡히 하는 점은 세대를 불문한 히트곡 넘버의 흥겨운 재해석을 통한 시청각 엔터테인먼트다. 류승룡 염정아 그리고 출연 배우들이 번갈아 가며 부르고 완성해 나가는 독창과 합창 형식의 곡 구성과 소화력은 관객들의 손과 발 온 몸을 넘어 입까지 벙긋거리게 만들 정도다.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스틸.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인생은 아름다워’ 하이라이트는 영화 마지막 축제 시퀀스. 아이러니하게도 이 장면은 사실 남편 진봉이 마련한 아내 세연의 장례식이다. 영화 제목을 통해 유추할 수 있는 의도와 의미 그리고 메시지다. ‘인생은 아름다워’의 이 마지막 시퀀스는 죽음에 대한 생각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죽음에 대한 존재와 가치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과정으로 그려지고 나아가게 한다. 죽음을 위해 무엇을 하는 게 아니라 죽음을 앞둔 당신이 어디서 어떻게 누구와 무엇을 왜 함께 해야만 하는지에 대한 가치를 고스란히 전하고 말하는 장면이 ‘축제 시퀀스’에 오롯이 담겨 있다. 죽음을 향한 마지막이지만 ‘인생은 아름다워’는 그 제목 그대로처럼 결코 무겁지 않게 그리고 아름답게 이 장면을 구성하고 만들어 가면서 무엇이 중요하고 또 행복하고 또 의미가 있는지를 유쾌하고 즐겁게 얘기한다.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스틸.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그래서 영화 마지막, 진짜 마지막 시선과 말이 참 따뜻하게 다가온다. 남아 있는 사람도 떠 나간 사람도 그리고 또 앞으로 이어질 떠나갈 그 시간도 언제 어떻게 어디서 누구에게 다가올 진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다. “이 정도면 나 잘 하고 있는 것 아니냐”며 웃는 얼굴에 “고맙다”란 말 한 마디가 왠지 나도 모르게 나온다. 이 영화가 그렇게 해 달라 한다. 힘들어 하는 당신에게 보내는 응원 한 마디처럼 말이다. ‘인생은 아름다워’라고. 개봉은 오는 28일.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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