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권익도의 밴드유랑)존 레전드 “음악은 내 삶의 다채로움”
LA서 연 8집 ‘LEGEND’ 온라인 신작 감상회
2CD로 구성된 대작…팝적인 어필 돋보여
“블랙핑크 협업 원해…아이디어 이미 있어”
2022-09-09 00:00:00 2022-09-09 17:14:50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지금 여기는 로스앤젤레스(LA)이고 저녁 7시입니다. 여러분. 어디에 있든, 어느 시간에 있든 함께 즐겨 주세요.”
 
검은 바탕 흰 꽃무늬 난방 차림과 쿠르베 초상에서나 볼 법한 검은 수염, 곱고 부드러운 갯벌 속 모래 촉감만큼이나 부드러운 중저음 목소리...
 
미국 팝스타 존 레전드(본명 존 스티븐스·42)가 운을 떼자, 불이 나기 시작했다. 턱시도-드레스를 입고 춤추는 남녀 이모티콘들이 차오르며 채팅창 페이지가 계속해서 넘어갔다.
 
3달 전, 레전드가 로스앤젤레스 자택에 각국 주요 매체의 음악 기자들을 초대했다. 1999년 데뷔 후 처음으로 자신의 이름을 전면에 세운 정규앨범, 8집 ‘LEGEND’(9일 발매) 주요곡들을 미리 들려주는 온라인 신작 감상회였다.
 
존 레전드. 사진=유니버설뮤직코리아
 
세계적인 음악가들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앨범을 조각할 때는 이유가 있다. 하물며 이름 자체가 ‘레전드’일 때는? 
 
2022년, 이 행성 위 이보다 높은 전당에 걸릴 앨범은 없을 것 같다. 
 
이미 태초 자신의 이름대로 삶의 궤적을 이뤄온 그다. 그래미, 에미, 오스카, 토니 상을 모두 받은 사상 첫 흑인. 33번 그래미 후보에 오르고 12개의 그래미 트로피를 석권한 21세기 대표 소울·팝 싱어송라이터. 고옥한 소울 음악의 악곡 위로 귀에 쏙쏙 박히는 팝 멜로디를 융합한 대표곡들(‘All of Me’, ‘Ordinary People’)은 세계 음악 평단과 팬들을 모두 사로잡았다. 영화 ‘라라랜드’에서 라이언 고슬링과 재즈에 관한 철학을 두고 논쟁하던 그 얄미운 팝스타 연기자로도 잘 알려져 있다.
 
“레전드라는 단어야말로 제 커리어를 상징합니다. 내가 받은 영향과 영감, 내 삶과 나의 다양한 면들을 앨범에 투영했습니다.”
 
이날 레전드는 직접 미공개 신곡들을 틀어줬다. 30여분간 두 팔 들어 리듬을 타며 춤을 추고 노래에 맞춰 줄곧 립싱크를 했다. 
 
미리 들어본 신작은 총 2CD로 구성돼 대작 느낌을 준다. 각각 ‘Act I’과 ‘Act II’로 이름을 붙여 CD당 12트랙을 수록했다. ‘Act I’은 업템포에 섹시한 느낌의 사운드로 춤추기 좋은 곡들이, ‘Act II’는 부드럽고 친밀하면서 로맨틱한 곡들로 구성됐다. 
 
존 레전드 8집 'LEGEN' 앨범 커버. 사진=유니버설뮤직코리아
 
“‘Act I’은 즐기기 좋은 토요일 밤, ‘Act II’는 사색하며 들어보면 좋을 만한 일요일 낮 음악이라 생각합니다.”
 
소울 기반이지만 전작들보다 팝적으로 대중들에게 어필할만한 요소들이 적지 않다. 록 밴드 원리퍼블릭(OneRepublic)의 프론트맨이자 테일러 스위프트(Taylor Swift)의 ‘1989’, 아델(Adele)의 ‘21’, ‘25’ 등의 음반을 프로듀싱한 라이언 테더가 레전드와 손을 잡았다. 
 
“라이언 테더는 이번 앨범의 모든 부분에 참여했어요. 정말 똑똑하고 창의적인 사람인데 업계에서 발도 넓어서, 제가 원하는 아티스트와의 협업을 가능하게 만들어줬어요. 저와 라이언의 인맥을 합하면 업계에 모르는 사람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사운드적으로 최근 세계 팝계에서 주로 차용하는 디스코 기반의 들썩이는 리듬과 신스 사운드를 전면에 배치시킨 곡들이 눈에 띈다. ‘Act I’ 내 수록곡이자 선공개곡 ‘All She Wanna Do(Feat. Saweetie)’가 대표적. 춤추는 것만을 원하는 여성과 그녀를 원하는 남성의 이야기를 그린 재치의 가사를 담았다.
 
테더와의 협업으로 폭넓은 음악계 인재들을 대거 수혈했다. 앨범 전체적으로는 고 샤론 존스(1956~2016)와 팀으로 활동했던 1960~1970년대 스타일 펑크소울 밴드 댑 킹스(The Dap-Kings)가 피아노와 호른, 기타와 드럼의 ‘타워 오브 파워’처럼 뿜는 연주로 사운드 스케이프를 대폭 확장시켜냈다. 이날 ‘Splash’에서 후반부 댑 킹스의 피아노 솔로 독주가 출렁거리는 선율을 윤슬처럼 빚어낼 때, 레전드는 잔에 담긴 와인을 한 모금 들이키며 스스로 만족한 듯 미소지었다.
 
존 레전드. 사진=유니버설뮤직코리아
 
레전드의 음악은 줄곧 사랑에 관한 철학을 점층법 식으로 전개하는 서사를 띈다. 연인과 가족에서 출발하는 연가는 인종차별을 반대하는 목소리와 보편적인 인류애까지도 줄곧 도달하곤 한다. 지난 2018년 내한 당시에도 'Made to Love', ‘Love Me Now’, ‘Used to Love U’ 같은 일상에서의 실천적 사랑은 ‘Glory’ 같은 평등과 화합의 노래로 확장시키는 구성을 추구한 바 있다.
 
이번 앨범에서도 레전드는 인류의 사랑을 놓지 않는다. 한국의 추석 명절 연휴 첫 날, 사랑에 관한 음반이라니.
 
수록곡 ‘Wonder woman’은 최근 자신의 셋째 아이를 임신한 그의 아내 크리시 티건(Chrissy Teigen)를 비롯한 여성들을 향한 노래다. 올드 스쿨 소울 장르에 존 레전드 만의 섬세한 팔세토를 더한 찬가로 완성해냈다. 커티스 메이필드(Curtis Mayfield)가 작곡한 클래식 소울 넘버인 1965년의 ‘People Ger Ready’가 샘플로 사용돼 익숙한 느낌을 준다. 
 
“우리 세상의 ‘마술’을 만들어내는 모든 여성들을 위한 노래입니다. ‘Act 2’에서는 내면으로 들어 가보는 영적인 음악 경험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웅장한 사운드 스케이프의 소울 팝 발라드 넘버 ‘Nervous’에서는 레전드의 ‘꿈’에 대한 고백이 핑크색 구름처럼 천천히 흘러간다. 원디렉션부터 피프스하모니, 찰리푸스, 마룬5 등의 프로듀서 존 라이언이 협업해 부드러운 팝 작법으로 완성시켰다. 
 
존 레전드. 사진=유니버설뮤직코리아
 
레전드는 “나는 항상 최고의 다음 앨범을 내기 위해 노력해왔던 것 같다”며 “특히 ‘Act1’의 수록곡들이 올 여름과 가을 전 세계 음악 팬들을 춤추게 만들고 싶다”는 의지도 다졌다.
 
팬데믹 이후 아직 한국 공연을 확정하지는 않은 상태이지만 “한국에서 공연하는 것은 내게 늘 즐거운 일”이라며 “한국 팬들은 세계 최고의 팬들 중 하나다. 얼른 한국에 방문할 날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지난 2018년 내한 당시 고기, 국수 같은 한식을 즐겨 먹었다는 그는 “한식이 유명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도 했다.
 
“유재석씨의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 출연 당시 그 때 보내주신 사랑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BTS, 블랙핑크 같은 K팝의 활약도 잘 보고 있죠. 블랙핑크의 경우 제게 아이디어가 있습니다. 얼른 협업이 실현됐으면 좋겠습니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