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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기)메타버스에서 낚은 오징어가 집으로 왔다
가상공간과 현실의 심리스한 연결…"규제 완화 수반돼야"
2022-09-12 09:00:00 2022-09-12 09:00:00
[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 와츠의 하루 일과는 가상세계 오아시스에 접속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오아시스에는 몸에 진동을 전달해주는 햅틱슈트와 헤드셋을 착용하는 것으로 접속할 수 있다. 와츠는 오아시스 내에서 획득한 코인으로 최고급 슈트를 구매했고, 이는 곧 집으로 배송이 됐다.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허무는 메타버스의 개념을 가장 잘 설명한 것으로 평가받는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2018년 작)'의 한 장면이다. 뒤집어 생각하면 당시만 해도 가상세계에서의 상업 활동이 현실의 '나'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은 영화에서나 가능할 법한 일이었다. 
 
그런데 이런 영화같은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핑거와 NH농협은행이 만든 금융 메타버스 '독도버스'에서다. 
 
지난 8월15일 광복절 정식 출시된 독도버스는 실제 독도의 모습을 3D로 구현한 가상세계다. 진짜 독도와 다른 점은 NH농협은행의 독도 지점이 있고, 독도 도민들이 거주하는 A,B,E 타운이 있다는 것이다. 독도버스를 운영하는 핑거의 자회사 마이크레딧체인은 지난 3월 클로즈 베타(CBT)에 참여한 사전 가입자들과 이번 광복절 그랜드오픈에 신규 가입한 회원들을 대상으로 NFT로 만들어진 '도민권'을 지급했다. 도민권이 있어야 독도버스 내 타운에 거주할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여행자 신분으로 공용 호텔에 머물러야 한다. 
 
독도버스 내 활동은 단조롭다. 매일 새롭게 제시되는 퀘스트를 수행하려 독도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다가 쓰레기, 빈 페트병, 돌멩이 등이 나오면 주워 담는다. '줍줍'한 물건들은 폐기물처리장, 재활용처리장, 공방 등에 내다팔 수 있다. 판매 시에는 독도버스 내 재화인 '도스(DOS)'를 지급한다. 
 
독도버스 도민들이 가장 많이 즐기는 콘텐츠는 낚시다. 농수산물센터에서 낚시 바늘을 구매해 동도와 서도에 각각 하나씩 위치한 낚시터에서 물고기를 낚으면 된다. 쓰레기, 공병들과 마찬가지로 잡은 물고기들도 농수산물센터에서 판매가 가능하다. 일반 낚시바늘보다는 황금 낚시바늘로 잡을 때 더 비싸게 팔리는 물고기들이 잘 나오는 경향이 있다. 황금 낚시바늘은 도스로, 일반 낚시바늘은 락스(Rocks)로만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재화들을 모을 수 있는 다른 퀘스트들을 열심히 할 수 밖에 없다. 
 
독도버스 낚시터에서 잡은 오징어와 감성돔을 인증했다. (사진=김진양 기자)
 
지난 8월 말에는 낚시 이벤트가 진행됐다. 독도버스 내에서 잡은 고등어 10마리와 백미돔 1마리 혹은 오징어 4마리와 감성돔 1마리를 인증하면 생물 고등어나 오징어를 집으로 보내준다는 것이다. 이벤트 전에는 그리도 잘 잡히던 고등어와 오징어가 필요해지니 잘 나오지 않았다. 전략적으로 황금 바늘과 일반 바늘을 섞어 구매했는데 도스와 락스가 소진될 때마다 조급함이 밀려왔다. 낚시하는 틈틈히 재화를 벌기 위한 퀘스트를 분주히 수행했다. 
 
며칠 간의 치열한 도전 끝에 오징어 4마리와 감성돔 1마리를 획득했다. 감성돔을 잡기 위해선 낚시 경험치가 높아야 하기에 시간이 좀 소요됐다. 인증을 마치고 며칠이 지났을까. 집으로 택배가 도착했다. 국내산 생물 손질 오징어였다. 
 
독도버스 낚시 이벤트로 배송돼 온 국내산 생물 오징어. (사진=김진양 기자)
 
핑거 측은 이번 이벤트에 대해 "메타버스 안에서의 활동이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 아님을 느끼게해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장기적으로 독도버스 내 마트에서 생수를 주문하면 집으로 '독도 생수'가 배송이 돼 오고, NH농협은행 독도지점에서 가입한 예금 상품으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환경까지 조성하겠다는 의지다. 
 
이를 위해서는 해결되야 할 고리가 있다. 메타버스 내 디지털 자산을 현금화 할 때의 난관을 풀어야 하는데, 현재는 이른바 'P2E(플레이투 언) 규제'에 묶여 실행할 수가 없다. 핑거 관계자는 "규제가 풀리기 전까지는 메타버스의 몰입도를 높이는 이벤트로 풀 수 밖에 없다"며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는 경제 생태계가 구축이 되면 보다 다양한 시도들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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