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리미트’ 이정현 “범인에 대한 분노 제대로 폭발 시켰다”
“데뷔작 ‘꽃잎’ 이후 강한 이미지, 가수 시절 콘셉트까지…강한 역 자부심”
주인공 ‘소은’ 실제 시나리오 설정과 달라… “감독님과 상의 후 설정 바꿔”
2022-09-05 00:10:01 2022-09-05 00:10:01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내 아이가 유괴된다면 어떤 심정일까. 그리고 내 아이의 유괴범을 어떻게 단죄해야 할까. 찰나의 고민도 없이 소은은 대답한다. “죽여야죠. 엄마인데라고. 영화 리미트속 소은은 딸이 유괴된 피해자 연주(진서연)의 질문에 고민할 여지도 없이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그리고 우연의 장난인지, 아니면 신의 실수인지 모르게 곧바로 자신의 아이가 유괴되는 일을 당한다. 소은은 이제 유괴사건을 수사하는 형사가 아닌 피해 당사자가 됐다. 그는 자신의 아이를 구하려 앞뒤 가리지 않고 사건에 뛰어든다. 그리고 자신의 아이를 유괴한 범인들을 뒤쫓는다. 멋들어지고 세밀하고 세련된 형사의 수사 기법을 예상할 순 없다. 하지만 소은은 엄마다. 모성이다. 모성은 이 세상 무엇보다 강하다. 그리고 그 강함은 무언가로부터 공격을 받았을 때 더 강해진다. 나아가 자신의 자녀를 지켜야 하는 순간이 오면 무모하리만치강한 힘을 더욱 더 낸다. 이 범인들, 제대로 잘못 건든 것 같다. 역대급 모성의 무한 폭주를 그려낸 리미트의 소은은 그렇게 배우 이정현을 통해 온전히 그리고 완벽하게 그려졌다. 이정현이기에 소은의 감정적 폭주는 더욱 더 소름 끼칠 정도로 다가왔다. 그는 아이를 구해야 한다. 무엇보다 자신의 아이를 납치한 범인을 죽여야 한다. 엄마이기 때문이다.
 
배우 이정현. 사진=제이앤씨미디어그룹
 
리미트는 모성에 대한 얘기다. 이 영화 속 주요 중심 축은 여성 캐릭터 3인방이다. 경찰이자 형사인 소은’(이정현) 그리고 유괴 사건 피해 엄마인 연주, 마지막으로 유괴 사건 범인 혜진(문정희)까지. 이 가운데 사건을 마주하고 부셔버리는 역할은 소은의 몫이다. 그 역할은 배우 이정현이 맡았다. 워낙 왜소하고 가녀린 체구이지만 이정현이란 이름 석자부터 믿음직하다. 이정현이기에 믿을 수 있다. 그의 깡따구는 이미 설명 안해도 전매특허처럼 굳어졌다.
 
“(웃음) 저 자주 모신 분들은 안 그러시던데, 제가 되게 강하게 보이시나 봐요. 하하하. 아무래도 첫 데뷔작 꽃잎’(1996) 이미지가 너무 강했고, 가수 활동 때의 이미지도 전사 콘셉트였기에 그랬건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인지 캐스팅 제안이 대부분 강하고 고생스러운 역할들이 많이 와요(웃음). ‘군함도때도 얼마나 고생했는데요 하하하. 근데 하다 보니 또 저만 할 수 있단 자부심도 들고 그래요.”
 
배우 이정현. 사진=제이앤씨미디어그룹
 
극중 소은은 생활안전과 소속 경찰이다. 혼자 아들을 키우는 억척스런 엄마로 등장한다. 사실상 직업만 경찰일 뿐 생활력 강한 보통의 엄마 이미지 그대로다. 그런데 이런 설정, 시나리오에선 전혀 없었다. 이런 설정은 시나리오를 읽어본 이정현이 연출을 맡은 이승준 감독에게 역으로 제안을 했고 이 감독이 이정현의 의견을 받아 들여서 대폭 수정을 한 것이라고.
 
사실 처음 소은은 엘리트 경찰로 설정돼 있었어요. 싸움도 되게 잘하고 수사도 잘하는. 그냥 한 마디로 모든 걸 다 잘하는 멋진 형사이자 경찰이었는데, 너무 현실감이 떨어지는 느낌이었어요. 제 생각에 세상 물정 모르고 운 좋게 경찰 공무원 시험 붙어서 경찰로 일하다 같은 경찰서에서 일하던 경찰 남편 만나 결혼했는데 남편이 사고로 죽은 뒤 많은 빚을 물려 받아 허덕이며 사는 아줌마 모습이 전 떠올랐죠. 감독님께 설명 드리니 흔쾌히 이해하시고 받아 주셨어요.”
 
배우 이정현. 사진=제이앤씨미디어그룹
 
국내 상업 영화 시장에서 상당히 파격적인 여성 캐릭터 3인방이 끌고 가는 형식이다 보니 주연 배우 3인의 의욕도 대단했다고. 각자가 캐릭터 내면의 설정은 물론 외적인 설정도 더욱 더 힘을 주고 돋보이게 하려고 여러 아이디어를 내면서 영화는 더욱 더 풍성해지기 시작했단다. 이정현 역시 소은의 기본적 설정을 다시 구축하면서 외적인 변화에 대한 아이디어도 더욱 더 많이 제시하고 함께 했단다. 영화 속 소은의 모습은 거의 전적으로 이정현의 머리에서 구상돼 나온 이미지였다.
 
그렇게 억척스러운 엄마인데 꾸미는 데 신경이나 쓰겠나 싶었죠. 메이크업은 거의 하지도 않은 듯하게 나갔어요. 특히 체격이 제가 워낙 작은 데 더 작게 보이려고 옷도 어깨 선이 축 쳐진 티셔츠 아니면 목선이 늘어난 옷 등을 많이 입고 나왔어요. 얼굴에 기미도 그려 넣었고(웃음). 그냥 주변에서 생활에 찌들고 힘든 삶을 버티고 계신 억척스런 엄마의 모습으로 가려고 많이 노력했죠.”
 
배우 이정현. 사진=제이앤씨미디어그룹
 
유괴가 메인 소재인 영화다. 이정현은 극중 유괴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이었다. 하지만 수사 도중 유괴 사건의 직접적 피해자가 된다. 범인이 소은의 아이까지 유괴해 사건의 주도권을 끌고 가는 것이었다. 부모로서 그리고 엄마로서 상상도 할 수 없는 고통이었다. 현재는 4개월 된 딸을 키우는 실제 엄마인 이정현은 촬영 당시에는 엄마가 아니었지만 상상만으로도 치가 떨린다고 몸을 떨었다.
 
“당시에는 제가 임신 전이었지만 조카들이 워낙 많아서 감정 이입에는 어렵진 않았어요. 그럼에도 너무 힘든 장면이었죠. 허당 엄마가 순간적으로 돌변하는 포인트잖아요. 특히 범인이 자신의 아이의 신체를 훼손해 보낸 장면에선 다른 엄마라면 실신할 텐데 딱 정신을 잡고 버티잖아요. 이성이 감정을 누르는 그 모습에서 범인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려고 노력했어요.”
 
배우 이정현. 사진=제이앤씨미디어그룹
 
이 같은 분노는 영화 속 액션으로 고스란히 표출된다. 여성의 액션이라고 하기엔 너무도 거칠고 날 것 그대로의 액션으로 리미트는 그려내고 담아냈다. 이런 액션 탓에 극중 연주를 연기한 배우 진서연리미트를 두고 엄마판 테이큰이란 수식어를 제작 초기 단계부터 언급해 홍보 포인트로 주변 지인들에게 돌렸다는 말을 유명한 일화다. 이정현은 아줌마 특히 엄마의 깡다구가 이 영화 액션에 담겼다고 전한다.
 
멋진 액션은 아니에요. 근데 엄마의 깡을 보여주고 싶었죠. 아이를 잃은 엄마라면 사실 영화 속 제 모습보다 더했으면 더 했지 덜하진 않을 거 같아요. 그런 모습을 살리고 싶어서 대역도 거의 안쓰고 제가 했어요. 다행히 크게 다친 것 없이 잘 끝났죠. 극중 준용(박명훈)과 싸우는 산속 결투는 좀 힘들더라고요(웃음) 그게 영화에선 그리 길지 않은데 실제 촬영은 한 3일 정도 한 것 같아요. 그땐 어우~ 저절로 죽겠다는 소리가 나왔으니(웃음)”
 
배우 이정현. 사진=제이앤씨미디어그룹
 
출산 후 겨우 4개월 만에 체력을 회복하고 현장으로 복귀한 이정현은 곧바로 차기작까지 결정했다. ‘반도를 함께 한 연상호 감독의 OTT시리즈 기생수: 더 그레이. 일본 만화 기생수가 원작이다. 국내 버전은 기생수의 기본 설정은 그대로 가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은 상당 부분 각색이 될 것 같단다. 4개월 딸의 모습이 아른거리지만 원조 이정현 광팬남편의 성화에 못 이겨 현장으로 나왔다며 웃는다.
 
연애 시절 처음부터 남편이 제 팬이라고 해서 그런가 보다했는데 지금도 제가 나온 작품 대사까지 외워요(웃음). 가끔씩은 제가 자고 있으면 옆에서 절 빤히 내려다 보다가 이정현이 옆에 있네라고 해요 하하하. 제가 변태같다고 막 화내도 너무 좋다고 그러니 참나(웃음). 지금도 고민하지 말고 나가서 배우로 열심히 뽐내라고 응원해 줘요. 너무 감사하고 고맙죠. 결혼은 제가 정말 잘 한 거 같아요(웃음)”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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