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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e심 시대②)통신 주도권 쥔 소비자…010번호 재사용 우려도
물리적 부담 줄어 알뜰폰 선택도 자유롭게
IoT 시대 진입 가속화·5G 특화망 활성화 기대감
번호 사용 여건 느는데 자원은 한정…번호 재활용 주의
2022-09-01 06:01:17 2022-09-01 06:01:17
[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물리적 유심(USIM)과 e심(eSIM·embedded SIM)을 동시에 사용하는 시대가 개막하면서 소비자 선택권이 늘어났다. 결과적으로는 통신서비스의 주도권이 이동통신사업자에서 소비자로 넘어오는 모습이다. 자동차·로봇·웨어러블기기 등에도 e심이 적용되면, 원격제어가 본격화되면서 일상 속 사물과 사물간 연결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다만 e심도 유심과 동일하게 단말기고유식별번호를 가지고 있어, 시장이 활성화될수록 한정된 번호 자원의 고갈에 대한 문제를 풀어야 하는 상황이다. 
 
e심 시대에 소비자는 이동통신 유통망을 방문할 필요 없이 스마트폰에 내장된 칩에 가입자 정보를 내려받아 온라인 비대면 개통을 할 수 있게 된다. 물리적 절차 없이 개통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자급제폰 구입의 진입 장벽 중 하나로 꼽혔던 유심의 단점이 해소된다.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선호도가 높은 자급제폰+알뜰폰 요금제로의 선택도 활성화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기존 SK텔레콤(017670)·KT(030200)·LG유플러스(032640) 등 이동통신3사 위주로 움직이던 이동통신 시장의 판이 변화할 수 있는 시작인 셈이다. 
 
서울시내 한 휴대폰 할인매장 앞의 모습. (사진=뉴시스)
 
e심이 스마트폰으로 상용화되지만, 향후에는 사물인터넷(IoT)이 일상화될 수 있는 매개체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감도 나온다. 차량과 로봇, 웨어러블기기 등 IoT 기능을 넣을 수 있는 사물은 늘어나고 있는데, 기존 유심을 꽂은 상태로는 관리의 제약이 있었다. 하지만 e심은 기기 자체에 내장돼 있어 이통사의 네트워크 접속 정보인 프로파일을 다운받는 식으로 원격제어가 가능해진다. 실제 재규어 랜드로버코리아는 지난해부터 e심을 장착해 무선통신망으로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16개 개별 모듈을 원격으로 업데이트가 가능하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IoT 기기의 모바일 네터워크 서비스가 가능해지기 때문에 장기적 관점에서 다양한 IoT 산업에서도 e심 서비스 활성화 기반이 마련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5G 시장 확대를 위해 추진 중인 5G 특화망도 e심 시대를 맞아 본격화될 수 있다. 스마트폰 하나로 이통사가 제공하는 서비스와 5G 특화망 서비스를 동시에 이용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다만 소비자 통신서비스 주도권 확보와 IoT 일상화라는 e심의 장밋빛 전망에도 불구하고, 당장 번호 고갈에 대한 우려감도 상존하고 있다. 번호 자원은 한정적인데 e심의 활성화로 010 번호 수요가 늘어나면서 번호의 재사용이 늘어나고, 이로 인해 스팸이나 보이스피싱 등 이용자 피해도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국민의힘 김영식 의원이 과기정통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 5월 기준 한번도 사용한 적이 없는 번호의 수가 SK텔레콤의 경우 0개, KT 1만개, LG유플러스 22만개 수준이다. SK텔레콤은 이미 기존에 사용된 적이 있는 번호를 발급하고 있다. 
 
과기정통부도 번호 고갈을 우려해 번호 사용률 추이를 모니터링하고, 이통사 간 번호 공동사용제를 활용하거나 정부 보유분을 신규로 부여하는 안 등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당장 선제적으로 재활용 번호의 유예기간인 28일을 늘리면서, 이통사들이 신규개통 번호로 전화를 걸 경우 이용자 변경 사실 안내를 해주는 조치 등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김영식 의원은 해지된 전화번호의 재공급 기간을 현행 28일보다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하는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최근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번호가 묶여 있는 만큼 신규 가입자를 확보할 기회가 줄어 이통사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조치일 수 있다"면서 "다만 이용자 보호 측면을 고려하고, 새로 도입되는 e심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필요한 조치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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