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포스터를 보고 분명 그랬다. 그리고 대부분을 떠나서 단 한 사람의 예외도 없이 그랬을 것이다. ‘이 사람’이 이 영화의 빌런, 즉 악역일 것이라고. 하지만 그런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앞서 언급한 이 문장들의 주인공 역시 그랬 단다. ‘당연히 악역 제안일 것’이라고 여겼다고. 하지만 시나리오를 읽으며 깜짝 놀랐단다. ‘도대체 왜 나한테 이 배역을 제안했는지 그게 제일 궁금했다’고 말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우선 결과물부터 얘기하면 ‘단 한 번도 예상하지 못했던’ 이 배우의 모습이었다. 아마도 감독은 이런 반응을 위해서 이 배우를 이 배역에 캐스팅했던 것 같다. 아동 유괴 사건을 그린 범죄 액션 영화 ‘리미트’ 속 배우 진서연에 대한 얘기다. 진서연은 극중 딸이 유괴돼 극단적 패닉 상태에 빠지는 엄마 ‘연주’역을 맡았다. 진서연은 여전 아직도 그리고 아마도 계속적으로 ‘독전’의 ‘보령’으로 기억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우려에 대해 진서연은 크게 개의치 않으며 사실 딱히 ‘독전’의 ‘보령’을 뛰어나게 잘했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고 전했다. 그래서 ‘리미트’의 ‘연주’란 인물 제안에 희한한 느낌도 들었지만 자신도 알지 못하는 또 다른 진서연을 꺼내 보려 맞서 봤는지 모를 듯하다. 분명한 건 진서연은 아직 갖고 있는 얼굴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배우 진서연. 사진=제이엔씨미디어그룹
‘리미트’는 개봉 전 그리고 언론시사회 이후부터 ‘한국판 엄마표 테이큰’이란 수식어로 불렸다. 이 수식어는 ‘리미트’의 주역 3인방 가운데 한 명인 진서연이 만들어 냈다고. 물론 영화를 보면 질주하는 여주인공 소은의 활약상 탓에 할리우드 액션 레전드 ‘테이큰’을 누구나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테이큰’이 멋들어진 아빠의 활약상을 그린다면 ‘리미트’는 정제 되지 않은 하지만 더 강력한 느낌의 모성이 폭발한다. 누구도 범접하기 힘들 정도다.
“엄마들의 얘기잖아요. 아빠가 아닌 엄마가 화나면 이렇게 더 무섭다는 게 완벽하게 담긴 영화가 ‘리미트’ 같아요. 할리우드의 ‘테이큰’처럼 세련된 액션은 없지만 자기 자식 찾겠다는 신념 하나로 말이 안되는 상황 속에서 악착 같이 뛰어들고 돌파하는 엄마의 모습이 얼마나 강력하겠어요. 특히 이정현 문정희 두 선배가 출연한다는 얘기를 듣고 정말 큰 힘을 받고 나아갈 수 있겠구나 싶었죠.”
배우 진서연. 사진=제이엔씨미디어그룹
‘리미트’는 엄마 3명의 얘기가 메인 동력이다. 이정현이 연기한 ‘소은’은 경찰, 문정희가 연기한 ‘혜진’은 빌런이면서 모성에 가까운 모습으로 동생 준용(박명훈)을 살뜰히 돌보는 인물이다. 연주는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리미트’ 속 메인 사건인 ‘유괴 범죄’의 피해자 ‘연주’다. 그는 처음 출연 제안을 받고 당연히 문정희가 연기한 ‘혜진’ 캐릭터를 염두하고 들어온 것이라 여겼 단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자신과 가장 안 어울릴 것 같은 ‘연주’ 역이었다고.
“제가 감독님 만나서 ‘제가 아이 키우는 엄마 이미지는 아니잖아요’라고 했어요(웃음). 뭐 실제로 5살짜리 아들을 키우긴 하지만 ‘독전’ 이후로 거의 그 정도의 강한 배역들만 캐스팅 제안이 들어 왔거든요. ‘독전’보다 더 강한 역할도 많았어요. 사실 ‘혜진’ 역을 맡고 싶은 욕구도 강했어요. 보셨으니 아시겠지만 너무 매력적이잖아요. 근데 감독님이 ‘결코 그럴 것 같지 않은 캐스팅이 목적이다’고 하셨어요. 저나 정현 선배 정희 선배 모두 그런 캐스팅의 결과죠.”
배우 진서연. 사진=제이엔씨미디어그룹
이미 ‘독전’에서 한국 영화 사상 가장 강렬한 악녀 중 한 명으로 무조건 꼽혀도 전혀 이상할 것 같지 않은 인물 ‘보령’을 연기한 바 있는 진서연이다. 그의 눈에 ‘혜진’은 더 없이 매력적인 빌런이었다. 물론 여배우를 떠나 배우라면 무조건 탐을 낼 만한 설정의 인물이었다. 진서연은 앞서 ‘혜진’이 욕심났다고 하지만 문정희가 연기한 ‘혜진’을 보고 도저히 문정희보다 잘할 자신도 그럴 엄두도 나지 않는다고 손사래를 쳤다. 현장에서 그의 눈에 비친 문정희는 ‘혜진’ 그 자체였다.
“너무 소름 끼치고 너무 무서웠어요. 극중에 정희 선배가 ‘혜진’을 연기하는 데 그냥 다른 사람 같았어요. ‘내가 아는 문정희’란 배우가 아니었어요. 극중에 대사도 소리 치지도 않고 차분하게 말 하잖아요. 너무 무서웠어요. 기억 나는 게, 촬영을 하고 함께 모니터링을 하는데 정희 선배를 옆에서 곁눈질로 힐끗 보니깐 한 쪽 눈을 찔끔찔끔 거리면서 계속 떨고 계시는 거에요. 혜진이 극중에서 그러거든요. 그때 정말 온 몸에 소름이 쫙 돋더라고요. ‘혜진’은 누가 해도 정희 선배보다 더 잘할 수 없는 배역이에요.”
배우 진서연. 사진=제이엔씨미디어그룹
진서연이 ‘연주’를 준비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일종의 막연함이었다. 극중 연주는 딸이 납치된 엄마다. 납치된 딸은 죽었는지 살았는지 생사도 알지 못한다. 도대체 이런 감정이 뭘까 고민해 봤 단다. 이미 진서연도 5살 아들을 키우는 엄마다. ‘내 아들이 납치가 된다면’이란 가정도 상상해 봤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상상이다. 그렇다고 이 감정을 알기 위해 실제 납치를 경험해 볼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는 이걸 느끼기 위해 좀 무모한 방식까지 도전했다.
“내 아이가 죽거나 내 가족이 죽었다 생각한다면 이건 복수극으로 가야죠. 근데 전 극중에서 내 아이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지도 못해요. 그저 납치 됐단 것 외에는 전혀 모르죠. 이게 뭘까 고민해 보고 또 고민해 봤어요. 결론은 ‘말이 안되는 고통’이었죠. 그 말이 안되는 고통을 어떻게 표현할까. 지금까지의 방법으론 답이 안 나오겠더라고요. 그래서 촬영 들어가기 전에 항상 아이와 2~3일 정도 떨어져서 감정을 추스렸죠. 3일 동안 혼자 호텔에서 밖에 안 나가고 음식도 제대로 못 먹고 있다가 현장에 가곤 했어요.”
배우 진서연. 사진=제이엔씨미디어그룹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진서연은 여전히 지금도 ‘독전’ 속 이미지로 자신을 소비하려는 여러 작품 제안에 아주 조금(?)은 실망도 있단다. 사실 자신은 그렇게 하이텐션 감정 소유자 절대 아니라고. 오히려 코미디 장르를 정말 잘하던 학창 시절도 있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또한 꼭 해보고 싶은 작품 장르와 역할도 공개했다. 예상 밖이었다.
“저 사실은 코미디 진짜 잘했어요(웃음). ‘독전’ 속 배역은 그냥 작품으로서 제가 소화한 것 뿐이고요. 그리고 제가 좀 느려요. 배역을 받아 들이는 게 많이 느려요. 그래서 주변에 많이 밝힌 얘기는 아닌데, ‘독전’ 때 다른 배우들과 인사를 한 게 무대인사 때 처음이었어요(웃음). 현장에서 저 혼자 막 ‘보령’ 감정에 빠져 들려고 노력하느라 많이 어울리지 못했죠. 나중에는 함께 작업하는 동료들이 저보고 ‘X아이’라고 하기도 했어요(웃음). 앞으로 진짜 해보고 싶은 게 치정 멜로의 피해자 여주인공을 해보고 싶어요. 하하하. 저한테 멜로는 안 올 거니까요(웃음). 진짜 너무 하고 싶어요.”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