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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은 유승민·이준석, '당심'은 나경원·안철수
뉴스토마토·미디어토마토 여론조사 "국민 47.4% '쇄신 대상'은 윤핵관"
여 지지층 48.9%, '쇄신 대상은 이준석'…당 갈등 원인 '민심 대 당심' 엇갈려
SBS·넥스트리서치 "당대표 조사, 유승민·이준석 선두…여 지지층에선 '나경원·안철수'"
2022-08-19 06:00:00 2022-08-19 08:04:50
[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국민의힘이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조기 전당대회를 치르는 것으로 당 권력투쟁을 수습하려고 했지만 민심과 당심이 묘하게 엇갈리는 걸로 확인, 당권을 둘러싼 복마전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최근 일련의 여론조사를 보면, 민심은 '윤핵관'(윤석열 핵심관계자)이 당의 위기를 초래했고, 쇄신을 위해선 유승민 전 의원과 이준석 전 대표가 필요하다고 했다. 반면 당심은 이 전 대표의 불안한 리더십이 내홍을 초래했으며, 당의 안정을 위해선 나경원 전 의원과 안철수 의원 등이 나서야 한다고 답했다.
 
19일 <뉴스토마토>·<미디어토마토>가 실시한 '선거 및 사회현안 49차 정기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준석 전 대표와 윤핵관 중 누가 더 쇄신 대상이냐'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47.4%가 윤핵관을 선택했다. 24.0%는 이 전 대표를 지목했으며, 23.7%는 '이 전 대표와 윤핵관 모두'라고 답변했다. '잘 모르겠다'면서 응답을 유보한 사람들은 3.2%였다. 국민 절반가량이 국민의힘 내홍에 대한 책임을 윤핵관에게 돌린 셈이지만, 보수층과 국민의힘 지지층 의견은 결이 달랐다. 보수층에선 39.7%, 국민의힘 지지층은 48.9%가 이 전 대표를 쇄신 대상으로 지목했다. 국민의힘이 집권여당이 된 지 채 100일도 안 돼 '비상상황'을 선언하고 비대위로 전환한 원인을 놓고 민심과 당심의 분석이 엇갈린 것.(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유승민 전 의원이 7월9일 오후 대구시 수성구 아트센터달에서 '야수의 본능으로 부딪쳐라' 북콘서트를 갖고 있다. (사진=뉴시스)
 
구체적으로 보면 민심은 윤석열정부의 국정수행 미흡과 집권여당에서 벌어진 당권경쟁에 피로도를 느낀 걸로 풀이된다. 윤핵관을 쇄신 대상으로 꼽으면서 책임을 묻는 것 역시 당권경쟁 과정에서 당원권 정지 징계를 받고 내쳐진 이 전 대표에 대한 동정심리가 작용했고, 윤핵관엔 거부감이 작용한 걸로 해석된다. 반면 당심이 이 전 대표에게 비토를 놓은 건 새정부 임기 초 국정운영을 지원해야 한다는 여론의 영향으로 보인다. 
 
이런 흐름은 차기 당대표 적합도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SBS>·<넥스트리서치>가 18일 발표한 조사에서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로 누가 적절한가'를 물은 결과를 보면, 유승민 전 의원이 전체 응답자 가운데 19.0%의 지지를 받아서 1위를 했다. 이어 이준석 전 대표 13.9%, 안철수 의원 13.7%, 나경원 전 의원 12.3%, 김기현 의원 3.9%, 권성동 원내대표 1.0% 순이었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그런데 국민의힘 지지층을 대상으로 한 결과를 보면 양상이 달라진다. 전체 응답자 조사에서는 4위였던 나경원 전 의원이 28.2%로 1위를 했고, 안철수 의원 20.9%, 이준석 전 대표 16.2%, 유승민 전 의원 8.8%, 김기현 의원 6.7%, 권성동 원내대표 2.5% 순이었다. 민심에선 유승민·이준석, 당심에선 나경원·안철수인 셈. 
 
민심이 당대표는 윤핵관이나 당 주류보다 유승민 전 의원, 이준석 전 대표가 더 적합하다고 한 건 윤핵관 2선 후퇴 등 전면적 쇄신을 요구하는 동시에 '보완재'가 이는 '대체재'를 찾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윤석열정부 국정운영에 대한 국민의 피로도와 실망감이 커지면서 대통령 측근, 현 정부와 무관한 사람이 나왔으면 하는 마음이 커졌다"며 "유 전 의원과 이 전 대표에 대한 지지는 윤석열정부를 보완할 사람이 아닌 대체할 자를 찾으려는 심리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 내홍의 원인 분석과 책임 소재, 차기 당대표 대한 당심과 민심이 엇갈리면서 조기 전당대회 국면에선 새로운 경쟁이 촉발될 가능성도 커졌다. 국민의힘 당헌·당규를 보면 당대표 선거(본선)에선 당심(선거인단 투표)과 민심(일반 국민여론조사)의 반영 비율이 각각 70% 대 30%다. 경선(컷오프)은 전당대회 선거관리위원회가 당심과 민심의 반영 비율을 결정하게 되는데, 직전 2021년 전당대회 때는 50% 대 50%가 적용됐다. 
 
11일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서울시 동작구 사당2동 주민센터앞에서 수해복구 자원봉사를 하며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치권에선 민심에서 앞서는, 당의 비주류인 유승민 전 의원과 이준석 전 대표가 전당대회를 놓고 연대할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현재 이 전 대표는 당원권 6개월 정지 상태지만, 전당대회가 내년 1월9일 이후 치러진다면 법적으로는 출마가 가능하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13일 당의 비대위 전환과 자신의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에 관한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에서도 "여론조사를 보면 유 전 의원도 상당한 지지를 확보한 것 같고, 저도 이런 집단 린치를 당하는 상황 속에서도 기대를 갖고 계신 당원과 국민이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며 "윤핵관과 윤핵관 호소인들의 표를 다 합치면 10% 채 안 된다"고 꼬집은 바 있다. 이 전 대표는 또 지난 17일 MBC 인터뷰에선 '향후 전당대회가 열릴 때 후보로 출마할 생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저는 언제든지 다시 그분들을 심판하러 올 것"이라며 "'그분들(윤핵관)을 은퇴시키려고 나왔다'고 말할 것"이라고 전했다.
 
당심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한 나경원 전 의원은 현재 당권 도전을 고민하고 있다. 나 전 의원은 17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금은 (당대표)책임을 맡을 준비가 안 되어 있다"면서도 "고민은 하겠다"고 말했다. 나 전 의원이 신중한 입장을 취하는 건  친윤(친윤석열)과는 애매한 포지션 탓으로 분석된다. 나 전 의원은 친이(친이명박)로 꼽히는데, 대통령 취임식에조차 초청을 받지 못할 정도로 윤심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상황. 안철수 의원은 윤핵관인 장제원 의원과의 연대설이 꾸준히 나오지만 당내 기반이 약한 게 걸림돌로 꼽힌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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