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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프리랜서 처우 개선 위해 '파견법' 적극 적용 필요"
17일 'SW 프리랜서 불법파견 실태와 노동권 사각지대 해소방안' 토론회
"파견 수수료 공개·수수료 상한제 개선 등 필요…표준계약서 강제도 시급"
정부 "표준계약서 보급 확대하고 불공정 관행 개선 위한 정기조사 강화"
2022-08-17 15:57:29 2022-08-17 15:57:29
[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 SW(소프트웨어) 개발자인 A씨는 구직 사이트에 개인정보를 등록한 뒤 좋은 조건으로 대우해주겠다는 한 회사와 계약을 맺었다. 프로젝트에 투입된 뒤 건강보험과 국민연금이 지역가입자로 유지된다는 말을 듣고서야 자신이 근로계약이 아닌 도급계약을 맺은 걸 알게 됐다. 회사에 항의했으나 '계약하지 않았느냐. 그래서 급여가 좋은 것이다'란 답을 들었다. A씨는 그래도 한 일은 다 해야겠다는 생각에 발주사에서 열심히 일했고 좋은 평가를 받아 발주사와 직계약하는 프리랜서 제안을 받았다. 그러자 도급을 준 회사는 발주사 측과만 얘기해 추가계약을 진행했다며 아직 받지 못한 2개월 치 급여 지급을 거부했다. A씨는 노동청에 신고했으나 근로자가 아닌 프리랜서의 신분이라는 이유로 별다른 보호조치를 받지 못했다. 결국 근로기준법으로 보호받지 못한 A씨는 대금 미지급과 관련한 민사 소송을 진행했다. 그러나 법률 대응에는 긴 시간이 필요했다. 
 
SW프리랜서의 불법파견과 노동권 사각지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파견법의 적극적인 적용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를 통해 노동자들에게 최소한의 보호망을 형성하고, 실질적인 사용자인 사용사업주의 책임과 규율 기준을 명확히 확립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17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SW프리랜서 노동자의 불법파견 실태와 노동권 사각지대 해소방안 토론회'에 참석한 이주희 변호사는 "SW노동자들이 현재 겪고 있는 주요한 노동문제들은 노동자들의 복잡하고 불평등한 다단계식 고용구조로부터 기인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변호사는 실질적 근로자파견임에도 파견법을 비껴가 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하지 않는 경우 불법파견이나 위장도급으로 규정하고 적극적인 시정조치 요구와 법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파견법의 경우도 실제 현장에선 적용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이 때문에 이 변호사는 파견 수수료 공개와 수수료 상한제 도입이 우선 필요하다고 봤다. SW프리랜서 노동자들 다수가 원하고 있는 정책이자, 현재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최소한의 정책이라는 설명이다. 현재 21대 국회에서는 '파견 수수료 공개' 또는 '수수료 상한제 도입'을 담은 파견법 개정안들이 발의된 상태다. 이 변호사는 "SW프리랜서 노동자들을 파견법 적용을 받게 하고, 위 개정안들이 통과되도록 해 중간 착취 문제부터 적극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법령 개정 등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실효성과 즉시성을 갖춘 대책들이 보완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배현의 노무법인 사람을잇다 대표노무사는 "'소프트웨어 진흥법'의 공정계약의 원칙에 대한 정부와 관계부처의 관리 감독과 제재, '소프트웨어사업 계약 및 관리 감독에 관한 지침' 보완 및 표준계약서 사용 강제 등이 검토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즉, 만들어져 있는 법과 제도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한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SW 프리랜서의 근로환경 개선과 공정한 계약관행 확산을 위해 표준계약서 보급 확대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프리랜서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근로실태 조사결과'에 따르면 면접참가자 중 정부가 마련한 표준계약서를 적용한 경우가 전무했으며, 1명을 제외하고는 표준계약서의 존재 여부조차 알지 못하고 있었다. 앞서 과학기술정통부는 2020년 12월31일부터 공정한 소프트웨어 사업 계약 환경조성을 위해 표준계약서를 개발해 SW 산업현장에 배포·시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조민영 과기정통부 소프트웨어산업 과장은 "표준계약서를 잘 보급해서 SW 프리랜서분들이 노동착취를 당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한 목표"라면서 "상용소프트웨어 위주의 생태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불공정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정기조사를 강화할 방침이다. 이재국 공정거래위원회 하도급개선과장은 "제조나 건설 분야에 특화돼 그간 소프트웨어 분야는 간헐적 직권조사를 많이 하고, 정기적 조사나 예방이 많지 않았다"면서 "관계부처와 합동회의를 통해 소프트웨어를 중점적으로 직권 및 정기조사 형태로 강화하고, 예방과 홍보 활동도 9월부터 적극적으로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17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SW프리랜서 노동자의 불법파견 실태와 노동권 사각지대 해소방안 토론회'. (사진=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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