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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부 100일①)고금리에 하락세 직면한 부동산 시장
주택 거래 줄고·신규 청약↓…강남마저 하락세
"금리가 변수…내년 상반기까진 하락 지속"
2022-08-16 06:00:00 2022-08-16 06:00:00
 
강남 일대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김성은 기자)
 
[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세 달 동안 부동산 시장 상황은 급변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의 가파른 집값 상승세는 자취를 감추고 하락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 우려 등으로 집을 사려는 사람이 줄어들자 시장은 한산해졌고, 가격은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오는 17일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맞는 가운데 <뉴스토마토>가 현 부동산 시장을 진단해 본다.
 
전 정부에서는 요동치는 집값을 잡는 것이 최대 목표였다. 대출, 세제 등 다각도로 부동산 규제를 꽉 조여 수요를 억제했지만 그럼에도 뛰는 집값에 민심은 등을 돌렸다. 한국부동산원의 주택종합 매매가격 변동률을 보면 2020년 5.36%, 2021년 9.93% 상승했다.
 
윤 대통령은 '부동산 정책 대전환'을 내세우며 집권에 성공했다. 규제를 풀어 정책을 정상화하고 공급 확대로 시장 안정화를 이뤄내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부동산 시장 분위기는 윤 정부 취임 때와는 또 다르다. 당시 규제 완화 기대감에 국지적인 상승세를 보였지만 지금은 '집값 불패' 지역인 강남마저 하락세에 접어든 상태다.
 
주택 거래는 멈춰있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국 주택 매매거래량은 31만260건으로, 지난해 동기 거래량인 55만9323건 대비 44.5% 줄었다. 5년 평균치(47만7892건)와 비교해도 35.1%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전국 아파트 거래는 50.6% 축소돼 지난해 수준에서 반토막 났다. 수도권 아파트 거래량 감소율은 이보다 높은 68.1%에 달했다.
 
신규주택 청약도 수요자들의 '옥석 가리기'에 혼조세가 나타나고 있다. 청약 열기가 크게 꺾이고 서울에서도 미분양이 나타나는가 하면, 큰 시세 차익이 예상되는 곳에서는 수백대 일·수천대 일의 경쟁률을 보이는 상황이다.
 
미분양 주택도 쌓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전국 미분양 주택은 1만7710가구였으나 올해 6월 2만7910가구로 57.6%(1만200가구) 늘었다. 수도권과 지방은 각각 195.3%, 44.8% 증가했다.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 외벽에 대출 관련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뉴시스)
 
수요가 줄고 하락 거래가 속속 나타나면서 집값 내림폭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이달 2주 부동산원 주간통계 기준 서울 아파트가격은 -0.08%를 기록해 지난 2019년 4월 1일 이후 3년 4개월 만에 가장 큰 하락폭을 보였다.
 
이같은 시장 위축은 그동안의 상승 피로감과 더불어 금리인상의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이 올해 들어 금리인상을 4차례 단행하면서 기준금리는 연 1%에서 2.25%까지 뛰었다. 주택담보대출 등 이자 부담이 늘면서 수요자들의 주택 구매력은 감소할 수 밖에 없었다.
 
계속되는 금리인상 기조로 연말 기준금리는 3% 수준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금리인상 이슈가 멈추기 전까지 주택 하방압력은 지속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현재 금리는 부동산 시장을 움직이는 최대 변수"라며 "금리인상기가 끝날 때까지 수요자들은 관망세를 보일 것"이라고 관측했다.
 
국토연구원이 일반가구를 대상으로 올해 하반기 주택시장에 큰 영향을 주는 요인을 조사한 결과, '금리수준'이 49.2%로 가장 높게 나오기도 했다. 이어 '개발호재'(15.6%), '대출규제(13.3%)' 순이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통상 금리가 정점을 찍은 후 1년에서 1년 반 동안은 주택시장 침체가 유지된다는 점에서 지금의 하락세는 짧으면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며 "정책 변수가 있지만 경기 침체 우려가 큰 상황에서 힘을 쓰진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어 "수요자 입장에서 볼 때 소득 대비 집값이 너무 높아져 주택을 매입하려면 소득이 늘거나, 대출을 활용해야 하는데 둘 다 쉽지 않다"며 "결국 집값 조정이 이뤄질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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