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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의무휴업, 이번엔 국민토론?…"왜곡 가능성도"
"대안 없는 공론화 '우려'"
2022-08-07 07:00:00 2022-08-07 10:14:38
[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대형마트가 의무휴업한다고 해서 골목상권이 살아나지도 않을 뿐더러, 대형마트 종사자의 주말 휴식권과 건강권 보장은 대형마트가 추가적인 고용 창출을 통해 순환근무로 해결해야 할 문제이지 영업규제를 강제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소상공인·자영업자를 보호하는 정책으로 가야한다. 자영업자들은 금리·물가인상, 코로나19로 인한 매출 감소, 소비 위축 등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나마 대형마트 의무휴업 덕에 당일 매출에 큰 보탬이 된다"
 
5일부터 시작된 국무조정실의 규제심판포털을 통해 '대형마트 영업제한 규제개선' 토론에서 대형마트 영업제한을 두고 '소비자 편익'과 '소상공인 보호' 주장이 맞서고 있다. 이날 자정, 토론이 시작되자마자 국민들이 의견을 게재하기 시작했다. 토론은 △규제개선 찬성 △규제개선 반대 △상생방안 등 찬반외 의견 3가지 버튼으로 구성돼 실명인증을 통해 버튼을 선택하고 의견을 남기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타인의 의견에 대해서도 답글을 달거나 '좋아요'를 누를 수 있도록 설계됐다. 토론은 오는 18일까지 2주간 진행된다.
 
7일 오전 10시 기준 대형마트 영업제한 규제개선 토론에는 250명이 참여했다. 250명 중 절반이 넘는 143명이 대형마트 영업제한 규제개선에 ‘반대’했고 101명이 규제개선에 ‘찬성’, 6명이 ‘찬반외 의견’을 나타냈다.토론은 크게 대소비자의 편익과 소상공인 보호라는 의견으로 양분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규제심판포털은 한때 오류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날 오전 10시20분쯤 '대형마트 영업제한 규제개선'을 클릭하자 접속이 되지 않고 오류창이 나타났다. 전산 관계자는 "시스템 반영과정에서 착오가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대형마트 영업제한 규제개선을 다루는 방식을 두고  '난센스'라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사전 의견수렴이나 대안 마련 없이 규제 폐지부터 공론화시키는 것은 절차적으로 맞지 않다는 지적과 함께 이미 한 차례 무마했던 '국민제안'을 국민토론이라는 이름만 바꾼 형식으로 재차 의견을 묻는 것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자발적 참여가 아닌 특정단체 등이 동원된다면 토론 결과가 왜곡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국무조정실 규제심판포털에서 ‘대항마트 영업제한 규제개선’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규제심판포털 캡처)
  
심판위원의 한 관계자는 국민토론의 기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국민토론은 찬반으로 가기보다는 보완 의견으로 간주해야 할 것"이라며 "만약 국민토론 결과로 규제개선의 향방이 정해진다면 그에 대한 문제점도 이야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쪽으로 결과가 크게 쏠리게 되면 논란이 다시 발생할 수도 있다"며 "정부가 국민 여론 근거로 뒷받침하기 위해 국민토론을 만든 것 같다"고 귀띔했다.
 
소상공인단체 측은 제대로 된 논의 없이 규제개선을 놓고 찬반 투표를 진행하는 것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조만간 단체행동으로 항의한다는 계획이다. 오세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만약 대형마트 영업제한 규제개선에 대해 논의하려면 관련 업종과 충분히 간담회를 하면서 여러 의견을 수렴해 상생방안을 먼저 도출하는 것이 맞다"고 제안했다. 그는 "절차 없이 안건만 올려놓고 급하지도 않은 규제개선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면서 현재 상황에 대해 답답해했다. 그러면서 "다음 주에는 관련 단체들과 만나 행동을 취하겠다"고 단호히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국민토론에 일반 소비자들이 일부러 찾아가서 의견을 내는 일이 많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오히려 대기업들이 직원들을 동원해서 토론을 독려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특정 단체나 무리가 의견을 게재해, 여론을 왜곡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이 교수는 규제개선 논의에 있어 일의 순서 재정비가 먼저라고 주장했다. 그는 "소비자 선택권을 규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규제를 풀어주기 위해서는 대립 위치에 있는 전통시장, 골목상권에 대한 활성화 정책이 먼저 나와야 한다"면서 "그래야 규제 개선에 찬성하는 소비자들의 마음도 편할 것"이라고 말했다.
 
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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